[전국 레이더] '내년엔 막아보자'…역대급 고수온 피해에 지자체들 대책 부심
재해보험 현실화·스마트양식 산단·재난기금…지원 안간힘
정부·수협, 대응조직 가동…연구기관, 대체어종 개발중
(전국종합=연합뉴스) 올해 해수 고온 현상으로 남해안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산물 폐사 피해가 발생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재해보험 현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는가 하면 고수온에 내성이 강한 어종 개발을 위해 국립수산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도 올해 발생한 고수온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상기온에 고수온 현상 겹치며 '역대급' 피해
해수 고온 현상에 따른 수산물 폐사 등 어민 피해는 연안 양식업이 주로 이뤄지는 남해안 일대에서 집중됐다.
경남도는 올해 8월 2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무려 62일간 고수온 특보가 이어지며 역대 최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기간 통영·거제·고성·남해·하동·창원 등 연안 6개 시·군 양식어가 744곳에서 어류 2천672만3천마리, 전복 60만6천마리, 멍게 4천777줄(멍게가 붙은 봉줄), 미더덕 614줄, 피조개 374㏊가 폐사해 피해액이 594억원에 이른 것으로 도는 추산했다.
역대 최대 피해가 났던 지난해 1천466만마리 폐사(피해액 207억원)의 두배를 넘는 수치다.
전남에서도 여수시 등 7개 시·군 양식어가 220곳에서 고수온으로 488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 동해안에서도 양식장 어류 폐사 피해가 300만5천마리(약 27억5천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사한 어류는 강도다리가 284만마리, 넙치가 15만8천마리로 집계됐다. 종전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된 지난해 피해액(150만마리·12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충남에서도 보령·서산·당진·홍성·태안 5개 시·군 바지락 양식장 3천251㏊에서 바지락이 집단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도내 전체 바지락 양식장(5천243㏊)의 62% 달하는 규모다.
경기도나 인천에서는 실제 운영되는 가두리 양식장이 거의 없어 공식 집계된 피해는 없었지만, 연안에서 채취하는 해산물 양이 크게 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천 연평어장의 지난달 꽃게 어획량은 11만8천71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만5천166㎏의 19.3% 수준에 그쳤다.
수협중앙회의 '양식보험 사고 신고'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6일까지 고수온으로 발생한 전국의 수산물 피해 금액은 480억원으로, 2022년(20억원) 대비 24배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피해액(137억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재해보험 담보에 고수온 현상 포함 요구…주력어종 변화 시도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전국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전남도는 재해보험 현실화를 위해 품종 복구비 단가를 실질 손해의 50% 수준까지 상향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금은 약 30% 안팎 수준이어서 실효성 있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도는 재해보험 주계약 담보에 고수온 현상을 포함하는 등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전북도는 재해보험에 패류 양식 항목을 포함하기 위해 지속해서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서재회 전북도 수산정책과장은 "패류의 경우 폐사 시 피해 규모 집계가 어려운 점이 있어 재해보험에 포함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상 고온 등 어민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필요성이 더 대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향후 고수온 현상 발생 시 재난관리기금을 투입해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료를 지원하고, 어가에 액화 산소 등의 재난 대응 약품을 구입하게 도울 예정이다.
액화 산소는 뜨거운 바다의 용존산소량을 높여 어류 폐사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고수온과 적조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정부 국비 사업과 함께 지자체 자체 사업도 병행하는 등 지역 양식업계 보호에 앞장선다.
이들 지자체는 내년 고수온 예비특보 발령에 앞서 양식장 업종 피해가 우려되면 고수온·적조 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해경, 수협 등 관계기관과 사전 대응에 들어갈 계획이다.
경북도는 기후 변화로 고수온에 의한 양식어업 피해가 증가 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스마트 양식 산업단지 조성 등 첨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1천400억원을 투입해 양식 품종을 기존 넙치류, 조피볼락 등에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연어, 방어 등으로 바꾸고 스마트 양식과 가공 시스템을 구축한 산업화 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연어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포항에 연어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도 조성하고, 연어는 연간 1만1천t, 방어는 5천t을 생산해 수출 주력 품종으로 키울 방침이다.
경남도는 고수온이 상시적인 자연재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아열대 품종·우량종자 개발에 나섰다. 현재 경남 양식어종은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이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이에 지난해부터 아열대 품종인 벤자리와 잿방어 양식연구를 하고 있다.
경남도는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와 공동으로 벤자리 종자 5만 마리 생산에 성공했고, 월동 시험 등을 거쳐 어업인에게 수정란 보급을 추진한다.
이어 조피볼락, 숭어, 참돔, 굴, 가리비 등 주력 양식어종이 고수온이나 질병에 강한 내성을 갖도록 품종 개량 연구도 시작했다.
경남도는 고수온 대책 중 하나로 저층 해상가두리 양식을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저층 해상가두리는 그물을 바다 수심 10m 아래로 내려 고기를 키우는 양식법이다.
충남도에서는 고수온에 내성이 강한 어린 바지락 100만 마리를 방류했고, 경기도는 내년 패류 종패 방류와 어장 환경 개선 등 갯벌어장 지원사업으로 17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전국적으로 김 생산성이 하락함에 따라 경기해역 환경에 적합하고 기후 변화에 강한 김 종자 개발을 위한 시험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남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우럭조개를 경기연안 갯벌에 방류해 정착시키는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과거 충남 이남 갯벌에서만 잡히던 새조개를 화성시 갯벌에도 올해 처음 시험 방류해 양식 사업도 시작했다.
정부도 전국적인 고수온 피해를 낮추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참여하는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수협중앙회도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어업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섰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11월인 지금도 우리나라 바다는 평년 대비 2도가량 높은 수준"이라며 "지금 장담하긴 어렵지만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내년에도 바다 온도는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산과학원에서는 먼저 어업인에게 수온 정보를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전달하기 위해 실시간 수온관측소를 확대하고, 단기 수온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한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미 상업화된 품종인 넙치와 전복 등의 서식 범위를 넓히도록 품종을 개량하고, 고수온에 내성이 강한 새 양식 품종을 개발해 시장에 보급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해민 황정환 장영은 김소연 손대성 형민우 고성식 이정훈 김진방 박성제 류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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