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깊은 'PBA 최연소 우승' 김영원…"당구는 40대까지만"[스한 위클리]
[창동=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프로당구(PBA) 역대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알렸던 15세 소년은 불과 2년만에 수많은 강자를 꺾고 PBA 역대 최연소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무서운 성장세.
'17세가 맞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침착함을 무기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김영원(17)의 경기는 결승전 현장에 있던 관객 모두가 전율하게 만들었다.
스포츠한국은 김영원의 연습 장소인 서울 도봉구 창동의 당구 클럽에서 그를 만나 우승 이후 근황, 새롭게 조준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당구가 재밌어서 친구 만날 시간도 없었어요"
김영원은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전서 오태준을 세트스코어 4-1(15-13, 15-5, 7-15, 15-12, 15-8)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우승으로 그는 커리어 첫 개인 투어 정상에 올랐다. 심지어 PBA-LPBA 통틀어 최초의 10대 우승 선수임과 동시에 만 17세24일 최연소 우승 기록까지 차지하게 됐다. 종전 기록은 김예은의 만 20세11개월13일이다.
김영원은 2022~2023시즌 PBA 3부 투어로 데뷔해, 2023~2024시즌 2부 투어, 2024~2025시즌 1부 투어 데뷔를 이뤘다. 그의 나이 고작 만 17세. 그는 지난 6월 PBA 1부투어 데뷔 시즌 개막 대회인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부터 결승에 진출하며 무서운 10대 돌풍을 보여줬다. 비록 당시에는 강동궁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후 5개월도 되지 않아 커리어 두 번째 결승에 올랐고,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결승전이 자정을 넘어서 끝나다 보니 가족들 모두 피곤해 하더라고요. 집 근처로 돌아와 밥만 간단히 먹고 바로 잤어요(웃음). 우승 파티를 할 여력도 없었고요. 그 후에는 우승하기까지 도와주신 분들을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며 지냈어요."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17세 챔피언'은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를 더욱 인상 깊게 여기고 있었다. 김영원은 그 중에서도 자신의 PBA 1부 투어 첫 결승전이었던 강동궁과의 대결을 떠올리며 다음 만남을 기대했다.
"강동궁 선수와의 올 시즌 개막 투어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경기 흐름이 좋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상대의 노련한 운영에 흔들리더라고요. 지고 나서 '결승전에서는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경기해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기도 해요. 강동궁 선수와는 꼭 다시 대결해보고 싶어요. 패배 이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결승전에서 또 만나면 더 좋고요(웃음)."
함께 FPS 게임을 즐기던 아버지가 당구에 관심을 갖자 자연스레 당구장에 따라간 것이 김영원의 당구 인생 서막이었다. 그는 당시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았지만 당구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깊은 우정을 다져 나갔다.
"당구를 하는 게 재밌어서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었어요. 물론 친구들과 가끔 게임을 하면서 놀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당구장에서 연습하면서 어른들과 지내다 보니 당구에 더 빠질 수밖에 없었어요. 지루함을 잘 못 느끼고 무덤덤한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어요. 좋은 성격을 물려받은 덕분에 시합에서 실수를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앞에 놓인 공에 집중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17세가 이런 생각을?... "당구 세대교체 이끌고 40대에 은퇴할래요"
2년 전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도 따로 스승을 두진 않았다고 밝힌 김영원은 여전히 독학으로 승부하고 있었다. 심지어 7시간을 투자하던 하루 평균 연습 시간도 2년 전보다 늘었다. 홀로 피나는 노력을 하며 17세에 1부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그의 당구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궁금한 샷이 있다면 다른 선수의 영상을 찾아보고 혼자서 많이 연습해요. 하루에 평균 8~10시간을 당구 연습에 써요. 1부 투어에 올라온 이상 연습량을 늘리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정 상황에서 '이 선수는 왜 이렇게 쳤을까'를 연구하고 직접 쳐보면서 나의 샷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이 과정에서 지치는 것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커요(웃음)."
김영원은 2년 전 인터뷰에서 '20세 전에 1부 투어 우승'을 목표로 말했다. 목표를 무려 3년이나 앞당긴 17세에 그 목표를 이뤘다. 그의 다음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프로당구에 일찍 진출해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동고동락했던 형들, 동생들, 그 다음 세대를 위해서예요. 제가 앞장서서 당구계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어요. 젊은 선수들이 활발하게 치고 올라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말하기 이를 수도 있지만, 당구는 40대까지만 치고 싶어요. 선수로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프로당구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을 생각하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려 해요. 은퇴 이후에 뭘 할지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들어온 곳과 반대편에 있는 출구로 나오는 길에 당구 클럽에서 김영원의 우승을 축하하며 특별 행사를 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7세의 어린 왕자가 왕좌에 오르자, 그의 성장을 지켜봐 온 당구 클럽은 이 말과 함께 손님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김영원 프로 우승 기념, 입장료 무료'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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