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8회’, 오랜만에 살아난 한국 야구의 DNA···3년전 ‘도쿄의 악몽’까지 씻었다[프리미어12]
한국 야구 역사에는 ‘약속의 8회’라는 아주 진한 ‘DNA’가 하나 새겨져 있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지고 있을 때마다 8회만 되면 저력을 발휘, 경기를 뒤집고 승리하는 패턴을 자주 보여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그 시작이었다.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은 8회 이승엽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고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야구가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었다.
이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두 번이나 8회에 경기를 뒤집었다. 1라운드 일본과 경기에서 8회 이승엽의 역전 투런포로 경기를 끝냈고, 2라운드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 이종범의 결승 적시타가 터졌다.
이 밖에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만과 결승전도 모두 8회에 경기를 뒤집고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2024년 11월16일, 그 역사에 또 한 경기가 추가됐다.
이날 한국은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조별리그 B조 3차전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9-6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승2패가 돼 슈퍼라운드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살렸다.
경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벤치 분위기는 암울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선발 프랑클린 클로메에게 5회 2사까지 퍼펙트로 끌려가는 등 타선이 침묵을 지켰고, 반대로 한국 투수들은 선발 임찬규가 3이닝 3실점으로 고전하는 등 계속 점수를 내줬다. 6회초가 끝났을 때 점수는 0-6까지 벌어져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기적이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6회말 1사 2·3루에서 신민재(LG)의 투수 땅볼 때 상대 수비 악송구로 2점, 이후 문보경과 박동원(이상 LG)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더 추가해 순식간에 4-6까지 차이를 줄였다.
7회말 공격 때 무득점에 그쳤지만, 한국 야구에는 ‘약속의 8회’가 있었다. 나승엽(롯데)과 박동원의 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송성문의 적시타로 5-6까지 추격한 한국은 계속된 1사 2·3루에서 윤동희가 삼진으로 물러나 흐름이 끊기는 했다.
하지만 박성한(SSG)이 올해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었던 도미니카공화국의 마무리 투수 디에고 카스티요로부터 역전 2타점 3루타를 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한국은 최원준(KIA)과 홍창기(LG)까지 연속 적시타를 쳐 9-6까지 달아났고, 9회초 박영현(KT)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 승리로 도쿄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역전패의 아픔까지 씻어냈다. 당시 한국은 6-5로 앞서가다 8회 등판한 오승환(삼성)이 무려 5실점하며 6-10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는 8회에 한국이 역전을 당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8회에 역전을 하고 승리까지 챙겼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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