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옷의 질 바이든, 푸른 옷의 이방카…왜 상대 정당의 상징색을 선택했을까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24. 11.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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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 직후 패션 화제
공적 역할과 개인적 정체성의 조화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11월 5일(현지 시간) 빨간색 옷을 입고 투표장에 나타난 질 바이든 여사.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정치 세계에서 패션은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정당의 상징을 차용하거나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을 함축적으로 드러낼 때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빨간색 정장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파란색 정장을 선택한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질 바이든과 이방카는 왜 상대 정당의 상징색 패션을 선택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션의 상징성과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색채가 가지는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패션과 정치의 교차점에 관한 학술연구는 이 주제를 풍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정치인이 선택하는 의상이 대중의 인식과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주기 때문이다.

 

 패션, 색채 그리고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색채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색상은 정치적 소속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색상 심리학(color psychology)에 따르면 빨간색은 강렬함, 열정, 권위를 상징하며 보수주의와 공화당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된다. 반면 파란색은 안정감, 신뢰, 진보를 나타내며 민주당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들이 이러한 색상을 선택할 때 이는 단순히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질 바이든과 이방카의 색상 선택은 단순한 스타일 이상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질 바이든의 빨간색 정장 :
 반항인가, 연대의 신호인가


질 바이든은 대선 투표일에 빨간색 정장을 선택함으로써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빨간색은 그의 남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의 상징색과는 정반대의 색이다. 학계에서는 패션을 통한 반항을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해석한다.

질 바이든의 선택은 남편의 민주당 대선후보 사퇴에 대한 미묘한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 레이철 바우어는 “패션은 때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치적, 개인적 불만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빨간색 정장은 질 바이든이 남편의 사퇴 결정에 대해 내재된 불만과 정당 내부의 갈등을 드러내는 상징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빨간색은 단순히 공화당에 대한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결단과 독립적인 태도를 나타낼 수 있다.

패션 심리학자인 카렌 라포트는 “빨간색은 강렬한 존재감을 부여하며 개인이 자신의 입장을 단호하게 표명하고자 할 때 자주 선택된다”고 설명한다. 질 바이든의 빨간색 정장은 남편의 정치적 결정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정치적 입장과 독립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파란색 벨벳 정장 차림의 이방카 트럼프가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11월 6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방카의 파란색 정장 :
 거리두기와 새로운 정체성 탐색


이방카는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선언식에서 파란색 벨벳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이는 민주당의 상징색을 차용한 것으로 아버지의 정치적 입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의도를 암시했다.

패션 사회학자인 조앤 엔트위슬은 패션이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이방카의 파란색 정장은 그가 정치적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시도를 상징할 수 있다.

이방카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가정과 개인적인 삶에 더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방카의 선택은 정치적 거리두기의 상징이자 향후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나타낸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앤드루 챈들러는 “정치인의 자녀가 특정 정당의 상징색을 피하거나 반대되는 색을 선택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적 서사를 창조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방카의 파란색 정장은 그가 가족의 정치적 전통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패션을 통한 정치적 서사의 형성

정치와 패션의 상호작용은 개인의 스타일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형성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태도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질 바이든과 이방카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들이 선택하는 옷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논쟁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힘을 가진다. 특히 색상은 특정 정당과의 연대 또는 거리두기를 암시하는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패션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는 대중과 미디어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더 큰 정치적 담론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정치적 맥락에서의 패션은 외모를 꾸미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이며 정치적 서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질 바이든과 이방카의 패션 선택은 이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색채를 통해 표현된 이들의 메시지는 정치와 패션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질 바이든과 이방카는 각자의 위치에서 공적 역할과 개인적 정체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독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질 바이든은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로서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독립적인 목소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방카는 트럼프 가문의 정치적 유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려 한다. 이들의 성공은 결국 대중과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적 역할과 개인적 정체성의 조화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서사와 대중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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