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극 선보인 저력..해야할 일 해낸 대표팀, 이제 운명은 다른 팀들 손에 달렸다

안형준 2024. 1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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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뉴스엔 안형준 기자]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했다. 이제 한국의 운명은 다른 나라들의 손에 달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1월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라운드 4차전 도미니카 공화국과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대표팀은 6회와 8회 두 차례 빅이닝을 만드는 집중력을 선보이며 9-6 역전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2승 2패를 기록하며 슈퍼라운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계속 이어갔다.

1차전 대만전, 3차전 일본전에서 패한 대표팀은 벼랑 끝에서 도미니카를 꺾었다. 물론 이날 도미니카에 패했어도 일본이 5승, 나머지 5개국이 모두 2승 3패를 기록한다는 경우의 수 하나가 남는 상황이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사실상 도미니카전 패배는 곧 탈락 확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도미니카전 대역전승을 거뒀다고 해서 대표팀의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표팀은 희박한 가능성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의 운명은 빠르면 17일 결정이 난다. 13일부터 16일까지 4일 연속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17일 드디어 하루의 휴식일을 갖는다. 하지만 바로 그 하루의 휴식일에 다른 팀들의 손에 의해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대만과 일본에 패한 탓에 자력으로 슈퍼라운드 진출을 결정지을 수 없는 대표팀의 씁쓸한 현실이다.

17일에는 일본과 쿠바, 대만과 호주가 경기를 갖는다. 이 두 경기 결과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대표팀의 탈락이 확정될지, 조별라운드 최종일인 18일까지 희망을 이어갈지가 결정된다.

대표팀은 2승 2패를 기록 중이고 일본과 대만에 패했다. 일본은 3승을, 대만은 2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쿠바와 호주는 각각 1승 2패, 도미니카는 1승 3패를 기록했다. 타이브레이커 룰에서 가장 우선인 '승자승' 원칙에서 대표팀은 일본, 대만에 밀린다. 한국, 일본, 대만 3국이 3승으로 동률이 된다면 한국이 가장 아래 순위가 된다. 이 상황을 피하려면 한국에는 패했지만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는 승리해 승자승을 따질 수 없게 만들어 줄 4번째 '3승 팀'이 필요하다. 그 팀이 바로 쿠바다.

도미니카는 이미 3패를 당했고 대표팀이 최종전에서 반드시 이겨야하는 호주도 한국에 패하면 최소 3패가 돼 3승을 달성할 수가 없다. 그래서 쿠바가 3승을 해줘야 한다. 문제는 쿠바가 일본과 대만을 모두 이겨야 3승을 달성한다는 점이다.

쿠바가 3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대표팀이 슈퍼라운드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만도 3승을 거두지 못해야 한다. 즉, 대만이 남은 경기 전패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대만이 남은 경기 전패를 할 경우 대표팀은 3승 2패, 대만은 2승 3패가 돼 대표팀이 대만을 앞서 조 2위가 될 수 있다.

쿠바는 17일 전승을 달리고 있는 최강자 일본을 만난다. 쿠바가 일본을 이긴다면 대표팀은 희망을 최종일까지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양팀 전력차는 극명하다. 쿠바가 일본에 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쿠바-일본전과 동시에 열리는 호주-대만전에서 호주가 대만을 이겨줘야 대표팀에 희망이 남는다. 만약 17일 일본이 쿠바를, 대만이 호주를 각각 꺾는다면 대표팀의 슈퍼라운드 도전은 그대로 실패로 끝나게 된다. 호주와 쿠바 중 한 팀은 반드시 승리해야 대표팀에도 내일이 있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희망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대표팀이 6점차를 뒤집는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듯 쿠바와 호주가 일본과 대만을 꺾을 수도 있다.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희망은 남아있다. 과연 대표팀이 쿠바와 호주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 날까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류중일/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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