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 좀 나면 어때”…인구소멸 위기 지자체 ‘이것’ 유치에 목숨 건다는데

우성덕 기자(wsd@mk.co.kr),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2024. 11. 17. 05: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귀한몸 된 기피시설들
대구 군부대 이전지역 놓고
군위·상주·영천·의성 각축
주민 절반이 서명 나선 곳도
이전 앞둔 청주교도소에도
청송·보은서 러브콜 보내
기피시설이라는 딱지가 붙어 동네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군부대와 교도소가 ‘귀한 몸’으로 변신하고 있다. 인구 감소 등이 빠르게 나타나는 지역에서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부대와 교도소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님비의 반전’이다.

15일 지역사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의 기초단체들이 군 부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에 따른 인구 감소로 도시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자 군 부대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판단에서다.

대구경북지역 기초단체들이 유치에 나선 군 부대는 대구 도심에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제50보병사단, 제5군수지원사령부, 공군 방공포병학교, 제1미사일방어여단사령부 등 5곳이다. 대구 도심 군부대 이전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2년 취임한 후 대구에 있는 군부대 5곳을 모두 일괄 이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현재 대구 군부대 유치는 대구시 군위군과 경북 영천시, 상주시, 의성군 등 4개 지자체가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4개 지자체 모두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군위군의 경우 인구 2만 3000여명 중 최근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군부대 유치를 염원하는 서명 운동에 동참할 정도로 유치 열기가 뜨겁다. 군위군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6.1%(지난 7월 기준)로 의성군(46.5%)에 이어 2위다. 장병익 대구 군부대 군위군 유치위원회 위원장은 “군위가 살 길은 오직 군부대 유치 뿐”이라며 “주민 대다수가 군부대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천시도 교통 요충지라는 점과 국방부 소유 부지 활용이 많은 점, 육군 3사관학교 등 기존 군사 관련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상주시도 넓은 평지와 교통망 등 입지 강점을 강조하며 유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지역 소멸 위기감이 큰 의성군 역시 대구경북 신공항 이전지로써 향후 조성될 인프라스트럭처를 비교 우위로 내세우는 중이다.

군 부대 이전은 대구시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군 부대로 대구 도심 개발에 지장을 받고 있는 만큼 군 부대 이전을 통해 새로운 개발 부지가 확보되면 이곳을 신성장 거점으로 조성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부대 뿐 아니라 교도소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교도소에 대한 시각을 바꾼 배경에는 경북 청송군의 ‘경북북부교도소(구 청송교도소)’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 청송군은 교도소가 지역 이미지를 악화시킨다는 반발이 심했고 2010년에는 교도소 명칭에서 아예 청송을 빼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54가구 규모 교정아파트를 기존 교도소 내부에서 진보면으로 옮긴 것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교정아파트가 교도소 내부에 있을 때에도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직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역 소비 활성화에는 제한적이었다”며 “진보면에서 소비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일대 편의시설 증가에 영향을 줬고, 편의시설이 늘어나면서 외부에서 면회객들이 방문하기 편한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보터미널 부근에 파리바게트와 맘스터치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형자 한 명 당 매년 평균 5~10명 가량이 면회를 오고, 면회를 올 때마다 1박2일 일정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오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지역 농산물 소비가 늘면서 주민들도 교정시설이 지역경제에 주는 효과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이전 논의가 진행 중인 충북 청주교도소에 대한 전국 지자체의 관심도 높다. 경북 청송군처럼 교도소가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충북 보은군은 청주교도소가 보은군으로 이전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법무부 역시 다른 시·도로 이전하는 것보다 인근으로 옮기는 것을 우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송군 역시 청주교도소 이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송군 관계자는 “청주에 있던 교도소 시설이 청송으로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이건 법무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앞으로도 다른 지역에서 교도소 이전 논의가 있으면 청송은 언제든 긍정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지역 중 하나인 강원 태백시 역시 교도소 유치에 따른 기대감이 큰 지역이다. 태백시는 올해 장성광업소가 폐광하는 등 지역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동력 가운데 하나로 교정시설이 꼽힌다. 태백시는 직원 정원만 500명으로 추산되는 교정시설(태백교도소)이 들어서면 직원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지역 이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백교도소 착공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기피시설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결국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에 돈이 돌아야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군부대가 떠나면서 지역 경제가 침체된 강원도 일부 지역의 사례에서 보듯 기피시설이라고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기피 시설로 인식돼왔던 사회적 공공 시설이 귀한 몸이 된 것은 지방 소멸 문제가 너무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며 “지방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님비의 반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