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지연' 보잉, 정리해고에 사태 악화 우려…대한항공 '촉각'
코로나 때도 인력감축→생산속도 둔화…대한항공, 787-10 도입계획 지연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납품 지연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다. 7주에 걸친 파업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일단락 됐지만 보잉은 직원 10%를 해고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보잉 여객기 도입이 예정돼 있는 대한항공은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 13일 전 세계 인력 10%에 해당하는 1만70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이번 주부터 미국 직원들은 해고 통보를 받아 오는 1월부로 근로 계약이 종료된다. 지난 9월 미국 워싱턴과 오리건, 캘리포니아의 보잉 공장에서 시작된 16년 만의 파업이 끝난 지 불과 8일 만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파업 당시 주력 기종인 보잉 737 맥스 생산량이 월 38대 수준에서 9대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사측은 향후 4년간 급여를 38% 인상하기로 노조와 합의하면서 파업을 종결했다. 그럼에도 인력 감축에 들어간 건 그만큼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보잉은 올해 3분기 61억7400만 달러(약 8조61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보잉이 매달 10억 달러(약 1조3695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력 감축이 가뜩이나 나빠진 보잉의 생산 속도를 더욱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선례도 있다. 보잉은 2020년 코로나19 발병으로 전 세계 항공수요가 급감하자 팬데믹 기간 두 차례에 걸쳐 직원 약 3만명을 해고했다. 상당수는 숙련공이었는데 이들은 팬데믹 해제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신규 인력에 의존해서 만든 보잉 737 맥스 9는 결국 지난 1월 미국 오리건 상공을 날던 도중 동체 일부가 뜯겨 비상 착륙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예비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는 지난해 8월 플러그 도어 조립 과정에서 볼트 결합 없이 출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미국 항공당국은 보잉 항공기 생산 전반에 대한 규제·감독을 강화했고 이는 생산 속도 둔화로 이어졌다. 보잉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305대의 항공기를 인도했는데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같은 기간 경쟁사 에어버스 인도량(559대)의 절반이다.
보잉의 납품 지연으로 대한항공의 신형 여객기 도입 계획도 밀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보잉 787-10 4대를 국내 최초로 들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계약 물량 20대 중 지난해 10대가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해를 넘겨 올해 7월 처음 인도됐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납품 계약이 체결된 2019년 대한항공이 목표로 했던 첫 도입 시기(2021년)와 비교하면 3년이나 늦었다.
국내 대형항공사(FSC) 중 보잉 여객기 도입 물량이 남은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보잉 여객기를 들여오지 않고 있다. 현재 에어버스 321 네오(NEO)와 에어버스 350-900이 각각 2029년과 2031년까지 15대씩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다만 보잉의 품질 문제로 에어버스를 찾는 항공사들이 늘어나면서 에어버스도 10월 수주 잔고가 사상 최고치인 8749대를 기록했다. 따라서 에어버스 역시 납기일을 맞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대형항공사들은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의 인천공항 환승 수요 증가로 여객기 한 대가 아쉬운 상태다.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을 경유한 환승객 수는 3404만명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 탓에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주당 50편으로 코로나19 이전(주당 150편) 대비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병 직후 미중 노선 허용 편수를 줄인 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며 "트럼프 재집권으로 앞으로도 미중 노선 증편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항공사는 여객기 운영 계획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며 "제작사의 납품 지연 문제가 일시적으로 불거지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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