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조원 시장 잡아라'···네이버가 힘쏟는 미래 기술은? [딥테크 트렌드]
매핑·측위 등 현실을 디지털로 복제
디지털 트윈에서 시뮬레이션
자율주행·VR 고도화에 필수
네이버, 스위드홈2에도 활용
사진 한 장으로 3D공간 제작
인공지능(AI)으로 현실 세계의 3차원(3D)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이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과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공간지능은 산업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공간지능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1일 기술콘퍼런스 ‘단24’에서 개발 중인 공간지능 기술과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네이버 주가는 행사 당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8.82 % 상승했다. 여기에는 네이버가 제시한 공간지능에 대한 청사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간지능은 현실 세계를 디지털 공간으로 복제할 수 있어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현실 공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매핑’ 장치와 낯선 환경에서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측위’ 기술로 통합한 3D 정보를 모델링한다. 이를 통해 현실을 가상 공간에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것이다. 측위와 매핑 기술은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으로 불린다.
공간지능은 현실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지원한다. AI가 사람의 두뇌처럼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본 세계를 이해하고 즉시 의사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간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이나 로봇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장애물을 피하거나 올바른 길을 찾는다.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기 때문에 증강현실(AR), VR, 복합현실(MR) 기술이 고도화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아울러 공간지능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일을 디지털 세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 환경에서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 공간에서 쉽게 테스트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될 수 있다. 대규모 공간을 3D 모델로 옮겨 자유로운 연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시티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도 공간지능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AI 기반 실내외 인식 기술인 ‘아크 아이’(ARC eye), 다양한 공간을 3D로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어라이크(ALIKE)’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어라이크 솔루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등 콘텐츠 제작에도 쓰였다. 사진 한 장으로 3차원 공간을 2~3초 안에 만들어주는 ‘더스터’(DUSt3R)도 선보였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솔루션, AI 측위 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 등 공간지능 관련 기술을 하나로 통합한 플랫폼 ‘트윈(Twin)XR’도 개발했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그룹 리더는 “네이버처럼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풀 스택'으로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네이버는 공간지능 분야의 확고한 선도 주자”라고 강조했다. 이동환 리더는 “서울 롯데월드와 같은 테마파크 실내외를 2시간 30분 만에 스캔할 수 있고 3일 이내에 AR 내비게이션 앱을 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이버랩스는 올해 9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컴퓨터비전 분야 세계 최고 학회 ECCV 2024에 참가해서 '지도 없이 시각 정보로 위치를 찾아내는 기술’ 등 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컴퓨터 비전 학술대회인 CVPR에서도 시각정보 기반 측위(VL) 요소 기술 'R2D2'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에도 공간지능 기술을 탑재 중이다. 네이버페이는 어라이크 솔루션을 활용해 아파트 매물 및 단지를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부동산 VR 매물·단지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가 2600만 명 수준인 네이버 지도에는 오프라인 정보를 3차원으로 담아내는 ‘거리뷰3D’도 선보였다. AR 내비게이션, 실내지도, VR 실내투어 등을 이용해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 서비스에서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세훈 네이버 플레이스 사업 리더는 “거리뷰3D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며 "음식점이나 카페 등 장소 정보를 공간지능 기술 및 개인화 추천 기술과 결합해 지도에서 원하는 장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거리뷰3D를 통해 새 사업 기회를 포착할 예정이다. 이세훈 리더는 “3D 지도상에 판매자들이 올리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의 정보와 개인화 추천 기술이 결합돼 판매자·사용자 편익을 동시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국내 대표 테크 기업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공간지능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페이페이 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올해 4월 공간지능 개발을 위해 만든 스타트업 '월드랩스'는 설립과 동시에 10억 달러(약 1조 395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정도로 공간지능 시장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크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마켓 리서치 기관 가트너는 공간지능 기술 시장 규모가 2033년에는 1조 7000억 달러(237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스위스 로봇 스타트업 스위스-마일과는 디지털 트윈·측위 시스템을 적용한 건설 현장에서의 로봇 애플리케이션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 NTT동일본과는 스마트 빌딩 내 로봇 및 AR 가이드 적용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공간지능은 AI 기술이 좀 더 친근하고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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