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 국정 보며 무력감과 박탈감 느꼈다"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0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24건에 달하는 법안을 거부했다"며 "거부권은 국회의 입법권이 행정권의 본질을 침해할 때 그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지 본인을 향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 대통령 배우자 앞에서는 한없이 무디기만 해"
이들은 지난 11월 14일, 국회가 세 번째로 통과시킨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특검법에 포함된 수사대상 중 하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라며 "다른 주범들은 기소되어 2심까지 선고되는 지난 4년 동안, 김건희 여사는 검찰청도 아닌 다른 공간에서 황제조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이 무리하게 무혐의 처분을 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한 것이 들통났다"며 "대통령이 말하는 탈탈 털었다는 검찰 수사가 과연 있었나. 다른 이들에게는 한없이 날카로운 검경의 수사가 대통령 배우자의 혐의 앞에서는 한없이 무디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또 하나의 특검 수사대상으로 명시된 것은 대통령과 대통령 배우자의 공천개입 의혹"이라며 "대통령 부부의 불법 또는 부정으로 의심되는 폭로와 의혹이 날마다 터져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배우자와 개인에게 선거와 공천 개입을 허용했다면, 국어사전을 바꾸지 않아도 국정 농단에 해당하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권자 국민에게서 어떠한 위임도 받지 않은 자들이 국정에 개입한 것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미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고 특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특검법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며 "대통령이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의혹도 마찬가지다. 거부권 남발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면서 이날 모인 시민들을 향해 "김건희 특검법을 윤석열 대통령이 감히 거부하지 못하도록 시민의 분노를,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더 큰 우리가 되어 11월 23일 다시 광장에 모일 것"이라며 "더 많은 시민들이 행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심을 향해 시민행진,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바라보며 무력감과 박탈감을 느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대정부 집회에 대한 폭력적 진압에 대해 규탄했다.
최근 교내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문제를 두고 학교 측과 갈등을 빚던 중 경찰에 연행된 부경대학교 학생 이승민 씨는 이날 집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정권 퇴진 운동을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바라보며 무력감과 박탈감을 느꼈다. 불공정과 비상식이 판을 치고 내 안전조차 책임져 주지 않는 국가 앞에서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부산 지역 학교들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국민투표를 받아왔으나, 부경대의 경우 교직원 수십 명이 나와 학칙을 근거로 학생들을 가로막는가 하면 경찰 200여 명을 투입해 학생들의 입을 틀어막고 무자비하게 끌어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기본권이 학칙으로 가로막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학생들을 탄압하고 폭력으로 진압한 대학당국과 경찰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더 이상 국정농단 의혹을 회피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악용할 것이 아니라 본래 목적에 따라 시민들의 민생을 챙기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세영 변호사는 "대통령이 정치 브로커의 청탁을 받았다는 육성이 나왔음에도 공천을 부탁한 적 없다며 발뺌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이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이 제정한 법률에 거부권을 남발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대단한 걸 바라지 않는다. 청년이 주거비용에 시달리지 않고, 여성이 맘 편히 밤길을 다니고, 노동자가 땀 흘려 노동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길 바라고, 성소수자가 자신의 지향과 정체성에 따라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고, 장애인이 장애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며 "대통령은 누구의 개입도 받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라"고 명령했다.
집회에 참여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임기 동안 거부권을 24차례 행사하는 반(反)헌법적 대통령은 이승만 이래 본 적 없다. 대통령이 한 명인지 두 명인지 알 수 없는 정권은 처음"이라며 "더 늦기 전에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나라를 되살려야 하고, 김건희 특검이 그 시작이다. 특검으로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고 죄 지은 자는 누구든 똑같이 처벌받는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발언자로 나서 "알고 보니 윤석열은 권력 서열 1위가 아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김건희 씨는 남편 어깨 위에 올라타 권력을 휘둘렀다"며 " 국민들이 힘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고, 김건희 씨를 수사하고, 정치검찰을 해체해야 한다. 추락하는 정권에는 날개가 없다. 석 달도 너무 길다"고 역설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로터리 인근에서 시작해 명동 방면으로 행진하며 윤석열 정권 규탄을 외쳤다. 이날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집회에 나선 촛불행동 측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민심"이라며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시민행진 시작 전 광화문 일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하루 동안 윤 정권을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세 차례 이어졌다.
한편,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아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 경복궁 인근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은 후 열린 첫 집회였다.
"이재명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며 말문을 뗀 이 대표는 "포기하지도 힘을 빼지도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라도 한 통하고 댓글이라도 쓰고 손 꼭 잡고 함께 참여해 우리가 펄펄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정한 세상,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누리고 기여한 만큼의 몫을 보장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게 이재명이 꿈궈왔던 세상"이라며 "모든 선량한 국민들이 원했던 세상"이라고 했다.
그러며넛 이 대표는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의 주인은 윤석열·김건희·명태균으로 바뀐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국민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 자리를 당당하게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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