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괴롭힘의 시작, 비극적 결말…지적장애 지닌 10대는 왜 살인자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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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를 가진 10대가 살인자가 된 비극적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놓친 수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며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모두가 적절히 개입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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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가정, 사회가 긴밀히 협력해 아이들 지켜야 한다”
“취약 계층과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
지적장애를 가진 10대가 살인자가 된 비극적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놓친 수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며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강원 삼척시의 한 주택에서 벌어진 사건은 충격적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10대 C(19)군은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 A(19)씨와 B(19)씨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는 지난달 17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잔혹한 가혹행위, 끔찍한 비극
A씨와 B씨는 피해자 C군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 뒤,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귀·눈썹·음모 등 신체를 라이터로 지지는 등 잔혹한 학대를 가했다.
면봉, 바둑알, 연필 등을 항문에 삽입하라고 강요했으며, 이를 거부하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마구 폭행했다. A씨는 이러한 폭행 장면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약 3시간가량 이어진 끔찍한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C군은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B씨를 살해했다.
숨진 B씨와 피해자 C군은 중학교 시절부터의 동창이었다. B씨는 2020년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C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피해자인 C군은 당시 B씨를 형사 고소했지만, 제대로 된 보호나 조치를 받지 못한 채 피해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C군은 경찰 조사에서 "B군이 오랫동안 괴롭혀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사건 당일 괴롭힘이 너무 심해져 그 생각이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의 아버지…가해자의 가족들
피해자 C군의 아버지는 A씨와 D씨 측과는 합의를 마쳤지만, 숨진 B씨의 가족과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C군의 아버지는 "용서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가해자들에게 감형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C군은 지난달 5일 장기 5년~단기 3년형을 선고받고 항소 중이다.
학교폭력 조사를 맡았던 교사와 담임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군의 휴대전화에는 가해자들이 C군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하대하는 대화 녹음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모두가 적절히 개입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어린 청소년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손을 잡아주지 못한 결과가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이 아이들은 사회로 돌아와야 한다. 보다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지역사회, 방관이 만든 참사…구조적 문제 드러내”
이번 사건은 단순히 10대들의 비행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학교와 가정, 사회가 협력하여 아이들을 지켜야한다"며 "취약 계층과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C군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방치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예방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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