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한국 농구, 희망이 있나요?' 정재용 농구협회 상근부회장에게 물었습니다 ①

조원규 2024. 11. 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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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3 대표팀 선발을 겸한 올팍투어 성료
고려대, 연세대 등 대학 강호 다수 참가
공정한 대표팀 선발로 경쟁력 높일 수 있어
지난 7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그것을 확인

한국 농구가 위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관중이 늘어나는 KBL과 달리, 그 젖줄이 되는 중고등학교 선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선수 수급도 어렵습니다. 지난 4월, 정재용 KBS 전 스포츠국장이 대한농구협회 상근 부회장에 취임했습니다. 협회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위기가 곧 기회라고 얘기합니다. 그 의미를 전합니다.

 

◆ 한국 농구, 희망이 있나요?
① 더이상 논란은 없다. 축적된 데이터로 최적의 대표팀 구성
② 엘리트 시스템을 살리는 ‘K-디비전 시스템’
③ 금메달 패러다임에서 산업화 패러다임으로
④ 농구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변화를 선도합니다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8일, '2024 KOREA 3x3 올팍 투어(이하 올팍투어)' 파이널이 열린 현장에서 대한농구협회(이하 협회) 정재용 상근부회장(이하 정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세 번째 만남입니다. 한 번의 인터뷰로는 그의 생각을 모두 들을 수 없었습니다.

2022년 5월, 정 부회장은 한국농구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후 한국농구미래전략추진위원장으로 직함을 바꾸고, 2023년 한국 농구의 미래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리고 전략의 집행을 위해 지난 4월 상근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 대한농구협회 정재용 상근부회장

정 부회장은 올팍투어가 2024년 협회 사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올팍투어는 3X3 대표팀 선발전을 겸하고 있습니다. 내년 4월 아시안컵에 참가할 대표팀과 2026년 아시안게임 예비 대표팀(U23)이 올팍투어 성적에 의해 선발됩니다.

이번 대회에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중앙대의 엘리트 선수들도 참가했습니다.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 MVP 이동근도 참가했습니다. 이동근은 "3X3으로 농구를 시작해 더 의미가 깊다"라며 "대표팀에 선발되고 싶다. 3X3도 태극마크의 가치는 같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고려대의 영원한 맞수 연세대 이유진은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그러나 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이동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표팀은 동기부여가 된다. 잘해서 대표팀에 선발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 올파투어에 출전한 대학농구리그 MVP 이동근


2023년 아시안게임과 '2024 아시아컵'에서 3X3 대표팀은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아시아컵은 한국보다 랭킹이 한참 낮은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게 연패했습니다. 팬들은 선수 선발이 공정했는지 물었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감독은 그것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국가대표 관리 총괄 시스템’을 가동하면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있던 것을 보다 체계적으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아마농구의 유망주들을 선정해서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합니다. 그 기록은 매년 업데이트합니다. 당연히 프로 진출 이후에도 업데이트합니다. 컴바인 기록도 누적합니다. 소속팀 사령탑의 의견도 듣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각 대회 성격에 맞는 최적의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이 '국가대표 총괄 관리 시스템'이라고 정 부회장은 설명합니다.


▲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대표팀 구성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4 남자농구 원정 평가전(이하 평가전)'을 본 농구팬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기뻐했습니다. 대표팀 12명 중 11명이 1999년, 2000년, 2001년에 태어났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일본 올림픽 대표팀을 상대로 강한 경쟁력을 선보였습니다.

1차전은 2쿼터와 3쿼터에 일본을 압도했습니다. 그 구간 한국 대표팀은 59득점을 올리면서 37점만 내줬습니다. 4쿼터 일본의 추격이 거셌지만, 끝내 승리를 지켰습니다. 일본이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놀라운 결과입니다. 일본은 파리올림픽 예선에서 동 대회 은메달을 차지한 프랑스와 연장 접전을 펼친 팀입니다. 주축 선수 일부가 빠져도 약한 전력이 아닙니다.


▲ 7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승리한 남자 대표팀의 경기 모습 / 일본농구협회 제공

 

2차전도 접전이었습니다. 홈에서 불의의 1패를 당한 일본의 정신 무장은 단단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정현, 하윤기, 이우석, 유기상 등 어린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고 홈팬들 앞에서 강한 경쟁력을 과시했습니다. 결과는 8점 차 패배.

농구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정말 잘했다, 우리 선수들 수고 많았다”였습니다. 한 농구 커뮤니티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끝까지 화이팅있게 경기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이 정도면 환하게 웃으며 귀국해도 된다”는 격려의 말이 올라왔습니다.

정 부회장은 이 평가전을 "대단한 결과"라고 표현했습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좋았다며, “안준호 (대표팀) 감독님이 젊고 헝그리한 선수들을 뽑겠다고 했어요.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태극마크가 고팠던 선수들이라 훈련할 때 집중력이 엄청났습니다. 훈련 시간이 너무 짧다고 선수들이 투정을 부렸”다고 부연했습니다. 태극마크에 "헝그리한 선수들"입니다. 그 선수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습니다.

 

과제도 있었습니다. 안준호 감독의 말처럼 “우리 남자 농구에서 4, 5번 포지션은 가장 부족한 점이고 성장해야 할 부분”입니다. 정 부회장과 안 감독은 평가전이 끝나고 바로 미국을 찾았습니다. 이현중, 여준석, 문태종의 아들 재린 스티븐슨 등 미국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들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 맨발 신장 208센티의 재린 스티븐슨. 한국 대표팀 합류에 긍정적이다.


“대표팀 12명 선수 중 11명이 99년, 00년, 01년생입니다. 2032년 올림픽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세대죠. 여기에 이현중, 여준석, 문재린 같은 특별한 재능을 더하면 (2032년 올림픽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재린은 맨발 신장 208센티입니다. NBA 1라운더라는 현지 전문가도 평가를 들었습니다. 남자는 8강, 여자는 4강이 꿈이 아닙니다.”

대표팀의 성적은 한국 농구 인기 회복의 필요조건입니다. 그래서 정 부회장은 체계적인 관리, 공정한 선발을 강조했습니다.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7월 대표팀, U18 아시아컵 대표팀, 11월 아시아컵 대표팀 선발에 소위 말하는 ‘밀어 넣기’ 논란은 없었습니다.

▲ 더 이상 ‘밀어 넣기’ 논란은 없다

‘밀어 넣기’는 혈연, 학연, 지연 등에 의한 선발입니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됐고, 대표팀을 폄하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3X3 남자대표팀도 그랬습니다. 전임 이승준 감독이 볼썽사납게 대표팀 감독에서 하차한 이유입니다.

“제대로, 지속적인 3대3 농구대회가 없었습니다. 올팍투어를 시작으로 매년 봄, 가을 대회를 개최하고 내년 4월 아시안컵에 참가할 대표팀과 2026년 아시안게임 예비 대표팀(U23)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준비를 못해서 혹은 탤런트가 부족한 선수를 뽑아서 실패를 봤던 전례를 밟지 않겠습니다.”

올팍 투어에는 2003년 이하가 무조건 한 명 뛰어야 합니다. 2026년 아시안게임을 염두엔 둔 규정입니다. U23 대표팀은 훈련과 대회를 통해 계속 교체됩니다. 생존경쟁을 통해 2025년 말에 4명이 살아남고, 2026년 초에 마지막 트라이아웃을 거쳐 최종 명단을 확정합니다.


▲ 올팍투어 파이널에서 우승한 코스모. MVP 수상자 정성조는 일반인 최초로 KBL에 진출했다.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중앙대 등 엘리트 대학팀은 물론 충주고 선수들도 올팍투어에 참가했습니다. 대표팀 승선 기회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동국대가 블랙라벨에게 패하는 등 경쟁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최종 유승은 고려대나 연세대가 아닌 코스모였습니다.

 

강한 경쟁은 강한 대표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강한 대표팀은 농구 인기 회복의 필요조건입니다. 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이 부분에서 정 부회장의 눈빛은 빛났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사진_점프볼DB, 일본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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