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조력자 中에 반격”...나토 항모들, 美 공백 메우러 아·태로
프랑스 핵 항모 드골호, 이탈리아 항모 이어 아태 지역으로, 내년엔 영국 웨일스호 항모 들어와
“우크라이나, 중동에 발묶인 미 항모 전단 지원 나서”
프랑스 해군 핵 항모 샤를 드골호가 올 연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입된다는 소식에 중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드골호는 미국 이외 국가가 보유한 유일한 핵 항모로 유럽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죠.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일본과 필리핀을 처음으로 방문하고 미 항모전단과 합동 훈련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군은 지난 6월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항모를 중동 지역에 급파한 이후 아태 지역에 항모가 한 척도 없는 공백기를 거쳤죠.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에 동시에 대처하느라 손발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 6월 이탈리아 경항모 카보우르호를 아태 지역에 파견한 데 이어, 이번엔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춘 드골호를 배치하기로 했어요. 내년엔 영국 프린스 오브 웨일스 항모가 온다고 합니다. 중국 내에서는 유럽 주요국 항모가 아태 지역에 상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와요.
◇유럽 최강 전력의 핵 항모
국제 해군 전문지 네이벌 뉴스(Naval News)는 11월1일 “드골호 항모 전단이 지중해에서 시작해 홍해, 인도양을 거쳐 아태 지역으로 가는 수개월간의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 기간에 일본과 필리핀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 해군도 11월4일 “드골호 항모 전단이 아태 지역 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어요.
드골호는 지난 9월말까지 4개월간 정기 점검과 장비 개선, 핵연료 교체 등의 작업을 거쳤다고 합니다. 10월초에는 지중해에서 작전 능력 회복을 위한 3주간의 훈련을 했어요. 휴식과 보급이 끝나면 지중해를 출발한다고 합니다.
드골호는 취역한 지 24년이나 됐고 배수량은 4만t 정도에 불과해요. 6만t급인 중국 랴오닝호 항모보다 덩치가 작습니다. 하지만 핵 항모인데다 미국식 증기식 사출장치(캐터펄트)까지 갖추고 있어서, 미 항모에 탑재되는 F/A-18 호넷,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 등도 이륙시킬 수 있다고 해요.
함재기로는 라팔 전투기 30대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2대를 탑재합니다. 여기에 방공구축함과 방공호위함, 공격형 핵잠수함 등이 따라붙어요. 옛소련식 스키점프대 이륙 방식을 쓰고 있어 조기경보기 탑재가 불가능한 중국 항모는 따라가기 어려운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중, 미 항모 비운 사이 쌍항모 훈련
프랑스 해군은 이번 항해 기간에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일본 해군과 합동 훈련을 할 예정이에요. 새로 도입한 첨단 장비의 성능 시험도 진행합니다. 미국 항모 전단과의 합동훈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어요.
미국은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지보수 중이거나 임무지역으로 이동하는 항모 등을 제외하면 실제 작전에 투입하는 항모전단은 3~4개 정도입니다. 지난 5월 아태 지역에 배치됐던 레이건호 항모가 유지·보수를 위해 미국으로 복귀하고, 6~8월 루스벨트호와 링컨호가 나란히 중동에 배치되면서 아태 지역은 미국 항모가 한 척도 없는 상태가 됐죠.
나토는 이 시점에 이탈리아 항모 카보우르호를 아태지역으로 보냈습니다. 배수량 2만7000t인 이 항모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와 해리어 전투기 등 16대를 탑재할 수 있지만, 중국이 두려워할 만한 전력은 아니었죠.
중국은 미 항모전단이 없는 동안 한껏 여유를 부렸습니다. 10월 하순에는 랴오닝호와 산둥호 항모 전단을 동시에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사상 처음으로 쌍항모 훈련을 진행했어요. 중국 관영 매체는 “아시아 최강의 수상함 전대’라고 자랑을 했습니다.
◇항모 순환 배치로 중국 견제
드골호의 아태 지역 배치 소식은 그 직후에 나왔어요. 미 본토에 머물렀던 조지 워싱턴호 항모도 10월18일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해 11월초 아태 지역에 배치됐습니다. 올 연말에는 워싱턴호와 드골호가 아태 지역에 동시에 머무르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요.
나토는 사실상 유럽 항모의 아태지역 순환 배치에 돌입했습니다. 이탈리아 항모가 돌아간 뒤 드골호가 배치되고, 드골호가 내년 상반기에 떠나면 영국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가 와요. 우크라이나와 중동, 아태 지역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공세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브렌트 새들러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 해군이 모든 수요에 대응하려면 15척의 항모가 필요하지만, 실제 보유한 건 11척으로 함선과 선원들에 대한 압박이 크다”면서 “해군이 이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어요. 지금처럼 중동 항모 배치가 시급할 때는 유럽 항모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식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조력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든 것에 대한 반격이라는 분석도 나와요.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나토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결정적인 조력자”라면서 “나토의 안보에 대한 구조적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미국 항모 전단에 나토 항모가 더해진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관영 환구시보는 11월4일 중국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나토 국가가 아태 지역에 대한 군사력 배치를 늘리는 건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지만, 그 강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나토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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