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의 고향’ 쓰촨에서 태어난 탄탄면, 그 알싸한 마라 맛의 비밀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닷컴 기자(semiangel@mk.co.kr) 2024. 11. 1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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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 삽니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물론 맛있으면 금상첨화겠죠. 분위기까지, 나아가 의미까지 얹어진다면 최고의 산해진미가 아닐까요. 여행을 떠나서 맛보는 현지 음식은 아마도 이런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혹자의 말처럼 제철 음식이 보약이고, 갓 잡거나 채취한 재료로 만든 요리가 최고인 점 역시 그런 이유일테죠. 또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요리를 만든 숨은 장인들의 손맛은 비할 데가 없을 겁니다.

탄탄면 & 피자 / 사진 = 픽사베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알짜배기 맛집만을 찾아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이자 직장인인 김사원(필명), 지리가 좋아 지구본을 탐구하다 전 세계로 눈을 넓혀 세계 곳곳의 음식을 소개한 작가의 책을 여책저책이 소개합니다.
김사원세끼의 노포 투어
김사원세끼 | 비타북스
사진 = 비타북스
매주 수십만 명의 시청자가 이 사람의 영상 때문에 군침을 흘린다. 일단 사투리가 살짝 섞인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내레이션에, 바로보다는 몇 초 뒤 터지는 아재개그가 어우러지며 묘한 매력으로 빠져든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한 여름에 샤워는 ‘온수’ 샤워만 하는 제가 ‘온수역’ 맛집을 찾아왔다”고 하는 것. 언뜻 썰렁한 듯 하지만 이 멘트에 중독되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유튜브 42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김사원세끼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맛집 비밀 노트 ‘김사원세끼의 노포 투어’를 출간했다. ‘맛없는 건 안 올린다’는 소신은 책 속 115곳의 맛집 리스트를 간추리면서 더욱 엄격히 했다. 아재라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메뉴, 메뉴판에 없는 메뉴, 검색이 되지 않는 식당, 간판이 없는 식당, 반차 맛집, 연차 맛집 등 지난 4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찾은 다채롭고 가성비 넘치는 맛집을 충실히 수록했다. 각 식당별로 김사원이 직접 남긴 센스 있는 멘트가 가득해 읽다 웃다 보면 어느새 노포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사진 = 비타북스
​책에서는 맛집을 찾는 두 가지 포인트를 전수한다. “서울 대표 직장인 상권 중 아저씨들이 바글대는 집들만 골라 가셔도 실패 없는 맛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은 퇴근 후 아무 데나 앉아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페도라를 쓴 영감님들이 한 상 거하게 잡수고 계시는 광경을 보신다면 제 경험상 그곳은 높은 확률로 맛집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찾는 공간이 노포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노포라는 공간이 요즘에는 나이 든 분들만 찾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레트로 열풍과 함께 MZ들이 찾는 트렌디한 장소로 거듭났다.

​없었던 사연도 생길 것 같은 술맛 살벌한 분위기, 가성비가 폭우 수준으로 내리는 집, 간판도 없는 허름한 외관이지만 나올 때는 만족감으로 웃고 나오는 집. 편안한 분위기와 누구나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소박한 가격과 구성으로 어느새 K-직장인의 퇴근 후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노포. 책에서도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외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다르게 젊은 커플들부터 막 칼퇴한 부장님까지 가득 차 있습니다. 그야말로 종로 힙스터들과 아재들이 공존하는 진풍경” “식당 안에는 젊은 여성 손님 분들의 크 하는 사운드가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등산 후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키신 저희 아버지를 뵙는 줄 알았습니다” 등 읽는 내내 공감의 연속이다.

사진 = 비타북스
​김사원이 추천하는 노포는 숨겨져 있는 탓에 검색이 잘 안되고 네이버 지도에 잘 나오지 않는 특징을 지녔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노포 지도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퇴근 후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분들, 인생의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분들, 어딘가로 여행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좋은 선택이다.
맛집에서 만난 세계지리 수업
남원상 | 서해문집
사진 = 서해문집
​25개국 116개 도시를 다녀온 호기심 많은 여행가이자, 중앙일간지에서 취재기자로 일했던 저자 남원상. 그는 어린 시절 지구본과 세계대백과사전을 접하며 지리를 탐구하는 재미에 눈을 떴다. 결국 ‘프라하의 도쿄 바나나’ ‘김밥’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등 음식의 역사와 문화, 여행 콘텐츠와 관련한 책도 여럿 냈다. 작가는 이번에 좀 더 흥미로운 주제로 접근했다. 전 세계 서로 다른 기후가 만들어 낸 재료와 음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맛집에서 만난 세계지리 수업’이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못 보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있다. 한국 음식과 비슷해서 반가움을 느끼기도 하고, 낯설지만 특별한 맛과 향에 중독되기도 한다. 그중 한 나라를 대표할 만큼 유명한 지역 음식들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후다. 기후는 각지의 자연은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먹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푸바오의 고향 중국 쓰촨에서 시작한 탄탄면의 마라 맛 뒤에는 습한 날씨가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피자의 감칠맛을 담당하는 산마르차노 토마토 아래엔 베수비오 화산재에 덮인 땅이 존재한다.

사진 = 서해문집
​세계 곳곳의 문화와 정부 정책, 국가의 역사와 경제도 기후지리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광지가 발달한 인도 고아주 해변의 모든 가게는 생선 커리 라이스를 판다. 아라비아해와 계절풍이 가져다준 생선, 풍부한 향신료와 쌀이 합쳐진 이 지역 고유의 음식 문화가 관광객의 입맛에 맞춘 메뉴에 밀려나지 않게 하기 위한 고아주 정부의 조치다.
사진 = 서해문집
​아랍에미리트의 왕자 만수르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만든 대추야자 모양 인공 섬은, 석유 수출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오랜 세월 사막에 살며 오아시스 근처 대추야자에 의지해 온 이들의 역사를 보여 준다. 아울러 기후 위기로 석유 소비가 줄자 항공, 관광, 금융 등의 새로운 산업을 키우려는 아랍에미리트의 움직임을 짐작하게 한다.

저자는 서로 다른 기후에 속한 13개 지역의 음식을 골랐다. 각 지역별 대표 음식을 맛깔나게 소개하고, 그 음식이 어떤 지리적 배경에서 발달했는지 탐구하는 재미를 전한다. 매콤 새콤한 똠얌꿍에서 새우 양식 사업이 태국에 확산된 이유를 발견하고, 팜파스의 축복으로 얻은 아사도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10분의 1 가격에도 소고기를 즐겨 먹을 수 없게 만든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사진 = 서해문집
​다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다룬다. 세계 4위 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로 벼농사에 타격을 입어 쌀을 수입해야 할 지경이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혹한의 북극해에서 고래 지방으로 만든 막탁을 먹으며 생존했던 이누이트가 녹아 가는 얇은 얼음 위에서 사냥을 하다 바다에 빠져 죽고 있다. 책은 이러한 기후 변화의 현주소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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