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싹쓸이 3루타’, 무표정 박성한이 포효했다…한국, 도미니카공화국에 6점 차 대역전승
5-6으로 밀리던 8회말 2사 1·3루. 한국에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4개. 동점 내지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경기 막판 한국에 찾아왔다. 프리미어12 대표팀 가운데 가장 타격감이 좋은 박성한이 타석에 섰다.
박성한은 서두르지 않았다. 제구가 흔들리던 디에고 카스티요의 빈틈을 노리며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렸다. 박성한은 3B-2S,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볼카운트에서 카스티요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시원하게 가르는 장타를 날렸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주형과 2루 주자 송성문까지 홈을 밟았다.
단숨에 7-6 역전을 이뤄낸 박성한은 3루에 미끄러져 들어간 뒤 포효했다. 경기 내내 도미니카공화국에 끌려가던 한국이 처음 리드를 잡은 순간이었다.
한국이 박성한의 극적인 결승타에 힘입어 도미니카공화국을 꺾고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진출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한국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B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9-6으로 승리했다. 그야말로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한국은 이날 도미니카공화국 선발 투수 프랑클린 킬로메의 호투에 5회까지 1안타로 꽁꽁 묶였다.
반면 한국 마운드는 선발 임찬규가 4회 아리스멘디 알칸타라에게 투런포를 얻어맞는 등 3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고, 소형준(1이닝 1실점), 조병현(1.2이닝 2실점) 등 불펜이 추가 실점하며 6회초까지 0-6으로 뒤처졌다.
한국 타선은 킬로메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6회말부터 살아났다. 박성한과 최원준이 바뀐 투수 헥터 페레스를 상대로 연속 볼넷을 골랐고, 홍창기가 진루타를 쳐 1사 2·3루 기회가 이어졌다.
운도 따랐다. 신민재는 다시 바뀐 투수 조엘리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을 쳤으나 로드리게스의 1루 송구가 크게 빗나갔다. 이 사이 박성한과 최원준이 연달아 홈을 밟아 2-6으로 추격했다. 이어 문보경과 박동원의 연속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2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8회말 나승엽이 귀중한 선두 타자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문보경의 진루타 뒤 박동원의 좌전 안타로 1사 1·3루 기회가 계속됐다. ‘주장’ 송성문의 우전 적시타로 1점 차까지 추격한 한국은 ‘해결사’ 박성한의 결정적인 싹쓸이 역전타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최원준과 홍창기의 적시타까지 보태지면서 격차를 더 벌렸다.
9회초 마무리 박영현이 타자 3명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패하면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던 한국은 일단 마지막 호주전까지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불씨가 크진 않다. B조 3위(2승2패)인 한국은 18일 호주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자력으로 도쿄행 티켓을 거머쥘 순 없다.
다른 나라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슈퍼라운드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이 조 2위가 되려면 호주전 승리를 전제로 대만(2승1패)이 남은 호주, 쿠바전에서 모두 져야 한다.
대만이 호주를 꺾으면 쿠바(1승2패)가 남은 일본(3승), 대만전에서 모두 이겨 한국, 대만, 쿠바 등 3팀이 3승2패 동률이 돼 TQB(팀 퀄리티 밸런스)를 따지는 경우의 수도 있다.
17일 대만이 호주를 꺾고, 쿠바가 일본에 패하면 호주전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은 탈락한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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