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에 사라져버린 줄 알았더니…돈 잘 벌고 있었네?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4. 11.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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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시에서 9월 17일은 무슨 날일까요?

“지금 우리나라 공휴일 날짜도 가물가물한데 무슨 소리야?”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이날은 ‘오징어게임의 날’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2022년에 선포했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가 2022년 9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과 성과를 기념해 매년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Squid Game Day)’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LA시 오징어 게임의 날 제정 선언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에릭 가세티 전 LA 시장(왼쪽부터),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황동혁 오징어 게임 감독, 이정재 배우, 존 리 LA 시의원(12지구).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작이 된 <오징어 게임>이라는 한국 작품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날입니다.

오징어게임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역대급 한국 작품이죠. 오징어게임 신드롬 다들 겪으셨잖아요.

2021년 9월에 공개됐는데, 254억원을 투자해 한달만에 1조546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40배 투자 수익률입니다.

당시 2021년 3분기에만 넷플릭스 가입자가 438만명이 늘어났었죠. 그해 상반기를 다 더해도 550만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입니다.

이제 다음 달인 12월 26일에 오징어게임2가 나옵니다. 넷플릭스 매출은 어떻게 늘어날까요? 주가는 계속 오를까요?

넷플릭스 올 3분기 호실적 ‘돈 잘 벌고 있네’
넷플릭스가 지난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도 늘고 영업이익률도 개선됐죠

‘볼 게 없다. 식상하다. 한물갔다’는 비판으로 진짜 사라져버린 회사로 여겨졌던 넷플릭스가 돈 잘 벌고 있는 겁니다.

분기 매출은 98억2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억900만 달러로, 29.6%의 영업이익률을 냈습니다. 전분기인 2분기 영업이익률이 27.2%니까, 2.5%포인트 개선된 것입니다. ‘월가의 기대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2023년 3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의 매출과 영업익. <자료=챗GPT>
4분기 성적표와 내년에도 분위기가 이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넷플릭스는 4분기에 101억28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전년비 14.7% 증가한 매출 예상치죠. 2025년 매출은 올해보다 최대 13%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돈을 버는 핵심 캐시카우는 단연 구독자입니다. 구독자가 늘어야 구독료 매출이 늘어나죠.

올 3분기 기준 전 세계 구독자는 2억8272만명이었는데, 이는 전년비 14% 늘어난 것이고요. 507만명이 늘었습니다. 월가에서는 450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12%가 증가한 것이죠. OTT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평가에도 구독자를 늘리고 있긴 한 겁니다.

2021년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넷플릭스 전 세계 구독자 추이. <자료=챗GPT>
신규 구독자가 가장 크게 늘어난 지역은 아시아태평양(APAC)입니다. 이 지역 구독자는 3분기에 228만 명 증가했습니다. 유럽·중동·아프리카 다해서 217만 명 늘었고, 미국에서는 69만 명이 증가했죠. 남미에서는 7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넷플릭스가 계속해서 이렇게 구독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더 저렴한 요금제를 만들고, 재밌는 볼거리를 늘려야하겠죠. 이번 3분기 호실적의 기반이 바로 2022년 11월 출시한 광고요금제입니다.

스탠다드 요금제가 월 1만3500원, 광고형 스탠다드가 월 5500원입니다. 광고형 요금제는 작품 시작과 도중에 광고가 삽입돼 있죠. 광고를 보는 대가로 60% 정도 구독료 할인을 받는 셈입니다.

넷플릭스는 올 3분기 광고요금제 가입자 수가 직전분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고요. 광고요금제 도입 국가에서 신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광고요금제를 가입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넷플릭스가 올해 선불 광고 약정을 마감했더니, 작년보다 150%가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고 밝힌 것도 회사에는 호재입니다. 광고형 가입자가 늘어나니까, 기업들은 넷플릭스에 광고를 하려고 줄을 서는 겁니다.

‘오징어 게임2’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새로운 콘텐츠도 준비해야겠죠.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2’, ‘웬즈데이2’, ‘아우터뱅크스’, ‘해피 길모어 2’, ‘지니&조지아’ 등 전 세계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리즈나 신규 영화를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스포츠 섹터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 키로 삼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미국프로풋볼(NFL) 두 경기를 방영할 예정입니다. 이미 내년 1월부터 10년 동안은 미국프로레슬링(WWE) 주간 레슬링 쇼 로우를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WWE 중계에만 무려 50억 달러, 한화로 약 6조 8400억원을 지불했죠.

프로레슬링 WWE.
그동안 넷플릭스는 스포츠와 관련해서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내놓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죠. 포뮬러원인 ‘F1본능의 질주’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포뮬러원 대회 중계부터 골프, 테니스 등 실제 대회를 중계하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기의 대결인 유튜버이자 복서인 제이크 폴과 마이크 타이슨 경기처럼 일회성 경기들도 중계를 따냈습니다.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의 영입 배경에도 애플이 있었잖아요.

북미프로축구인 메이저리그사커의 후원사인 애플과 아디다스가 벌어들이는 MLS 수익 일부를 메시에게 떼주는 조건으로 구애했었죠.

애플은 애플TV+를 통해 올해부터 2032년까지 MLS 중계권을 확보했고, 메시 경기는 오직 애플TV로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메시의 팔로워 7억명 중 1%만 MLS 시청권을 사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겁니다.

리오넬 메시에 대한 환영 메시지를 담은 애플TV의 옥외 광고. <사진=애플TV+>
스포츠는 사람들이 특정한 시간과 요일에 맞춰 라이브로 시청하는 장르죠. 해당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비용을 냅니다.

스포츠 중계 시장은 이미 TV에서 온라인동영상플랫폼 이른바 OTT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미 이동한 지 오래입니다.

스포츠 중계의 매력도는 지금 봐야 한다는 거죠. 드라마나 영화야 몰아보기도 하고, 짬 내서 맘먹고 보는 것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팀의 스포츠 경기는 결과를 알고 나면 김이 팍 샌 경험이 많잖아요. 라이브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팬들이 많고요.

TV 시청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스포츠 경기 시청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만큼 스포츠만이 실시간 콘텐츠의 힘을 발휘하는 몇 안 되는 장르라는 겁니다.

40달러 연체료 물다가 사업에 뛰어든 헤이스팅스
‘넷플릭스(Netflix)’라는 이름은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의 합성어입니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1997년 온라인으로 비디오와 DVD를 소비자에게 대여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죠.

헤이스팅스는 비디오 체인점에서 비디오를 한번 빌렸다가 반납을 제때 못해 40달러의 연체료를 물면서 이 대여 시스템을 바꿔보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초창기의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가 비디오를 배달하기 위해 사용하던 넷플릭스 로고의 우편봉투를 손에 들고 있다.
넷플릭스 초창기 시절 현지에는 비디오 대여 체인 1위에 달하는 사업자 ‘블록버스터’가 있었죠. 2005년 기준 미국에만 점포가 5500여 곳이 있었을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비디오를 제때 반납했을 때 다른 비디오를 보내줘 장기 연체 고객을 줄였고, 월정액 가입제를 도입해 비디오나 DVD대여 개수와 상관없이 월마다 일정한 금액을 받는 정책을 내놓으며 업계를 장악하기 시작했죠.

2007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한 이후에는 ‘시네매치’ 영화 추천 엔진을 개발하면서 업계 1인자가 됩니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게티이미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 시청 기록, 평가, 검색 기록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연일 52주 신고가..FANNG 기업 명성 되찾나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2002년 상장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1일 기준 805달러를 넘어섰는데, 연중 71% 올랐습니다.

코로나팬데믹으로 모두가 집 안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한 덕에 2021년 10월 690달러까지 뛰었다가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2022년 6월에는 175달러까지 추락했었죠. 2년여가 지난 지금 주가는 360% 상승한 겁니다.

시장조사기관 디멘드세이지에 따르면 전 세계 OTT 시장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20~23%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2위는 아마존프라임비디오죠. 15~17% 점유율입니다. 3위는 디즈니플러스로 13~14%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의 점유율은 어떨까요? 넷플릭스가 1등이 아닙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는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22%, 넷플릭스가 21% 점유율입니다.

아마존의 점유율 1위 비결이 바로 스포츠입니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2022년부터 미국의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내셔널풋볼리그(NFL)의 목요일 경기 중계권을 지니고 있고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중계권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와 프로농구 브루클린 네츠 경기 중계권을 가진 예스네트워크 지분도 확보했습니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서만 볼 수 있는 목요일 NFL 경기. <사진=아마존>
아마존은 현재 글로벌 현지화 정책을 쓰고 있지는 않죠. 아마존닷컴이 진출한 국가에만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서비스를 정식으로 내놓고 있죠. 아마존이 현지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 자본의 힘에서 넷플릭스보다 우위에 설 수도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 ‘FANNG’ 으로 애플, 아마존, 구글, 메타 등과 실리콘밸리 핵심 회사로 불렸던 넷플릭스의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갈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핵심은 결국 둔화할 수밖에 없는 신규 가입자 ‘산토끼’를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을까일 것입니다.

물론 ‘집토끼’인 기존 구독자도 놓쳐서는 안되겠죠. 사용자 선호도, 시청 습관, 검색 기록을 포함한 광범위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내 적용할 수 있느냐가 회사의 성패를 가를 겁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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