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는 기술이 장난이 아니네”...정사각형 종이 한장이 펼치는 무한한 가능성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11. 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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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방구석 공방- 77화 ‘POTENTIAL 종이접기 전시회 ’]

종이접기는 다른 조형 예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선과 면의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각도들이 빚어내는 선과 면들이야 말로 종이접기가 가진 아름다움의 정수이며,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빛입니다.

POTENTIAL 빛, 그리고 종이접기
적절하게 떨어지는 빛은 자연스레 작품이 가진 선과 면들에 음영을 더하게 되고 이런 대비효과를 통해 작품의 심미성은 더욱 깊어집니다.
A Curious Fellow - 정재일 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리고 고양이의 속은 그보다 더 어렵다. 궁금한 게 많은 ‘고양이’와 ‘엎질러진 물’
종이접기의 순수하고 원초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작품을 흰 색으로 통일했던 1회 전시와 달리, 빛의 3원색인 RGB(Red, Green, Blue)라는 컨셉으로 열린BroArtStudio의 두번째 전시 ‘POTENTIEAL 빛, 그리고 종이접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빛, 그리고 종이접기
Two Face of Sea - 박종우 作 푸르고 투명한 바다의 경이로움, 깊고 어두운 바다의 두려움. 온순하고 경이로운 혹등고래와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를 매개체로 담아냈다.
‘Bro Art Studio’, ‘팀 BAS’는김진우, 박종우, 장용익, 이인섭, 맹형규, 정재일, 한지우, 유태용 이렇게 총 8명의 작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종이접기 취미를 좋아한다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출판, 전시,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방송 출연이나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업 등 개인 별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Succubus - 한지우 作, Poseidon - 이인섭 作 섬세한 접기 기법으로 표현된 매혹적인 악마 서큐버스. / 종이접기의 구조적 혁명을 꾀한 비대칭 작품.
작가 개개인이 레드, 그린, 블루 그리고 화이트에 해당하는 작품을 제작했고 이를 색상별로 모아 전시했습니다. 같은 색이지만 주제와 표현 방법이 다릅니다. 각 색상의 느낌과 가장 부합하는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재미요소입니다.
‘이 작품들이 정말 종이 한 장으로 만들었다고요?
Catfish - 맹형규 作, BAT - 유태용 作 짧고 단순한 지느러미와 메기 특유의 부피감을 종이접기의 매력으로 풀어냈다. / 어두운 밤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의 면적을 최대한 넓게 활용했다.
전시된 모든 작품은 자르지 않은 정사각형 한 장을 접어서 만들어졌습니다. 완성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종이를 자르고 붙이면 쉽게 원하는 모양을 낼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어렵게 만드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것이 ‘종이접기’, ‘오리가미’이기 때문입니다.
Pickup Truck - 장용익 作, Western Dragon -김진우 作 박스플릿 기법으로 디자인의 미학과 색상이 주는 감각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결합한 작품./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눈에 잘 띄도록 강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칼이나 가위, 풀 등을 이용해 자르고 붙여 만드는 종이공작과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며 추구하는 방향성 또한 완전히 다릅니다.
삶과 죽음 - 이인섭 作, Sprout to Leaf - 정재일 作, 청거북 - 장용익 作 추상적인 작품이 극히 드문 종이접기에서 설득력 있는 추상 개념을 재현한 작품. / 새싹은 빛을 먹고 자라 나무가 되고, 사람을 만나 종이가 되었다. /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거북, 인내와 지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종이를 자르지 않고 세세한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런 설계로 디자인된 수많은 선이 모여 만들어지는 전개도를 크리스 패턴 (Crease Pattern), 줄여서 ‘CP’라고 합니다.
도약 - 김진우 作, Satiety - 맹형규 作 어린 시절 풀밭에서 뛰어놀며 메뚜기를 쫓아 다니던 모습이 떠올랐고 이런 추억들은 창작을 하는데 중요한 영감이 되곤 한다. / 하찮게 여길 수 있는 작은 곤충이지만, 작품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자연 속에서의 고군분투, 자연의 법칙을 새롭게 바라본다.
CP만 봐도 작품과는 별개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종이접기가 다른 예술 분야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특징인 ‘수학과의 연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리가미‘는 고유명사
A Living Tank - 박종우 作, 테리지노사우루스 - 유태용 作, Harpy - 한지우 作 어린 시절 좋아했던 공룡, 그중 엄청난 덩치와 큰 뿔로 중무장한 트리케라톱스는 살아있는 탱크 그 자체. / ‘큰 낫 도마뱀’, 이름 그대로 지구상 동물 중 가장 거대한 발톱을 가진 신비로운 공룡이다. / ‘하피’는 관람객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도록 초대하는 작품이다.
종이접기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으나 일본에서 시작된 문화라는 설이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여우 - 정재일 作, 산군 - 박종우 作 햇빛 아래 한없이 귀여운 여우는, 달빛 아래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신비함으로 다가온다. / 호랑이가 갖고 있는 압도적인 강함은 보는 이에게 강렬함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즐기는 현대의 종이접기 역시 일본의 ‘요시자와 아키라’라는 작가에 의해 체계화되었기 때문에 전 세계는 이러한 점들을 인정하여 종이접기를 ‘페이퍼 폴딩’이 아닌 ‘오리가미’라는 고유명사로 부릅니다.
충무공 이순신 - 유태용 作, 관세음보살 - 이인섭 作 적 앞에서도 한치 흔들림 없는 이순신 장군의 기개를 진한 빨간색 한지로 표현했다. / 뜬 눈을 표현해 감상자와 마주 보며 서로 집중할 수 있게 표현했다.
똑같은 정사각형 한 장에서 시작하지만 완성된 모습은 천차만별이며 심지어 같은 주제를 접어도 작가에 따라 그 표현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삐에로 상자 - 한지우 作, 인중여포 마중적토 - 장용익 作 삐에로는 웃음과 기쁨을 전하는 존재지만 비어 있는 얼굴은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 ‘사람 중에서는 여포가 으뜸이고, 말 중에서는 적토마가 으뜸이다.’ 여포의 무용과 명마 적토마를 표현하는 구절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재료 역시 매우 단순하며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Bro Art Studio의 작가들
중장비 - 김진우 作, 유영 - 맹형규 作 무거운 중장비를 가벼운 종이 한 장으로 표현하려면 그 특징을 잘 파악해야한다. / 옆으로 걷는 모습이 아닌 물속에서 역동적으로 헤엄치는 꽃게의 새로운 모습을 포착했다.
BAS 맏형이자 리더이자 에디터인 김진우 작가는 너무 어렵지 않은 중간 난이도의 작품들을 주로 창작하며 다른 작가들을 지원하고 대내외 활동 등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웨타 - 맹형규 作, 장수말벌 - 박종우 作
박종우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비율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난이도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비율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아라크네 - 한지우 作, 켄타우로스 - 유태용 作, 아수라, 반가사유상 - 이인섭 作
특징을 재해석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장용익 작가는 참신하고 독특한 표현들이 많은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비너스의 탄생 - 한지우 作, 마라톤 - 정재일 作
이인섭 작가는 ‘침묵’이나 ‘선율’등과 같이 형태가 없는 추상적인 주제들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뛰어납니다.
구미호 - 김진우 作, 경쟁 혹은 사랑 - 맹형규 作
정재일 작가의 작품들은 조형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과하지 않은 묘사와 양감을 통해 마치 조각상 같은 작품들을 만들고 있으며, 표현이나 난이도 등의 밸런스가 정말 좋은 작가입니다.
고릴라 - 정재일 作, 청설모 - 장용익 作, 아프리카 코끼리 - 유태용 作, 토끼 - 장용익 作
곤충 스페셜리스트인 맹형규 작가는 박스플릿이라고 하는 기법을 통해서 마치 실물과 같은 곤충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 실력 또한 뛰어나서 팀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BAS
한지우 작가 역시 박스플릭 기법을 주로 활용하며 인간형 작품을 창작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도면 해석 능력으로 다른 작가들의 도면을 검토하는 테스트 폴더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BAS
모든 부분에서 센스가 넘치는 유태용 작가는 귀엽고 심플한 표현 안에 대상의 모든 특징이 들어가 있습니다. ‘종이접기다움’을 극대화시킨 작업들이 인상적입니다.
유태용 김진우 박종우 이인섭 한지우 장용익 정재일 맹형규 (뒺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게 정말로 될까? 라는 의구심과 함께 반신반의하며 열었던 1회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제2회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공간에서 찾아뵙게 된 만큼, 더 알찬 구성과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저희의 전시가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시 참여작가 일동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불모지와도 다름이 없는 예술적 종이접기라는 분야를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팀BAS의 순수한 열정이 이 전시를 관람하시는 분들께도 전달되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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