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 지디가 말했어
이 세상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 ‘화무십일홍’이라는 한자 표현도 있고, 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도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고 선언하며 시작한다. 요즘 같은 11월이 되면 자주 소환되는 ‘건스 앤 로지스’의 ‘노벰버 레인’에서도 영원한 건 없다고 노래한다. 참고로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무려 22억회 조회수를 자랑하는데, 20세기 노래 중 1위 기록.
11월이 되면 또 한 곡의 노래를 생각하며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명제를 되새긴다. 독일 그룹 스콜피온스의 ‘윈드 오브 체인지’. 우리나라 휴전선만큼이나 영구불변일 것 같았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뮤직비디오에 삽입한 노래다. 발표 시기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듬해인 1990년이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시작 부분의 아련한 휘파람 소리만 들어도 알아차릴 독자님들이 계실 거다. 변화를 위한 송가답게 뮤직비디오에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무너지는 장면 외에도 중국의 천안문 항쟁과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최후 등 실제 역사 속 변화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런 음악 역시 변화의 대상이었다. 레코드(LP)에서 콤팩트디스크(CD)로 저장 매체가 바뀌었다가 엠피스리(MP3)라는 디지털 파일로 저장된 후 이젠 아예 저장하지 않고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런 변화는 노래 그 자체를 변화시켰다. 앨범 위주의 긴 노래들보다 스트리밍에 적합한 2~3분 남짓한 짧은 길이에 후렴구를 강조한 소위 후크송들이 대세다. 물적 토대의 변화가 예술의 변화를 이끈 셈이니, 일종의 유물론적 변화랄까. 10년 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듣게 될까? 나는 철학자가 아니지만 철학자처럼 말하자면, 역사의 모든 순간은 변화의 순간이다. 지금도 그러하다.
요즘 내가 주목하는 변화의 흐름은 자산 시장의 재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초양극화와 함께 코인(가상자산)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몇십년 전엔 주식을 도박 비슷하게 취급했다. 주식 투자하는 남자하고 결혼하지 마라, 주식 하면 패가망신한다 등은 다리 떨면 복이 나간다는 말만큼 흔하게들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 주식 투자는 재테크의 기본이다. 어린아이들에게도 경제관념을 교육해야 하며 주식 투자도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지도 오래되었다. 요즘은 코인이 예전의 주식처럼 위험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것 같다. 코인은 정말 위험할까? 반대로, 코인 역시 주식처럼 당당하게 자산의 한 종류로 인정받게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단순히 한 종목의 주식이 폭락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삼성전자는 코스피의 기둥이자 국민주식의 칭호를 가장 오래 부여받은 종목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삼성전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신이 삼성전자 제품을 안 쓰고 주식도 한번 산 적 없다고 해도 이미 당신의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에 잔뜩 투자되어 있으니. 곧 ‘10만 전자’가 될 것처럼 장밋빛 전망이 난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만 전자’가 됐다. 또 다른 국민주식으로 불렸던 카카오 주가는 고점 대비 80% 폭락했다.
코인을 도박처럼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의 근거 중 하나는 너무 변동성이 크다는 거다. 하지만 국민주식도 몇달 만에 반토막 나고 몇년 만에 80%가 날아간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던 2차 전지 업체들 역시 고점 대비 60~70%의 주가가 하락했다. 코인은 소수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있는데,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편견이다. 대표 격인 비트코인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보다 크다. 비트코인만 그렇다고? 이더리움까지 갈 것도 없이 도지코인이라는 알트코인만 해도 현대차 시가총액의 두배가 넘는다. 일일 거래 대금 역시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것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대금이 훨씬 더 크다.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다. 영화 ‘친구’의 대사가 떠오른다. 코인이 우리 국민주식을 비웃는 것 같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
코인 투자를 하라고 부추기는 글이 절대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안타깝게도 난 단 하나의 코인도 없으며 앞으로도 코인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 같다. 코인이 주식처럼 당당하게 자산의 한 종류로 자리 잡았는지 판단도 안 선다. 다만, 영원한 건 절대 없으며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음악과 곁들이고 싶었다. 노래로 보는 세상이랄까.
꽤 오랜 시간 여러분과 함께한 이 칼럼도 변화의 물결 속에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이 마지막 회. 다만 나는 새로운 형식으로 여기 한겨레에서 계속 여러분을 만날 예정이다. 영원한 건 절대 없지만 꽤 오랜 세월 버티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칼럼 ‘이 피디의 큐시트’, 곧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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