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닮은꼴-한국계 3세’ SSG, 공 들인 미치 화이트 100만 달러에 영입… 현장-프런트 의견 일치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세 투수 모두 괜찮다”
2024년 시즌 선발진의 붕괴 속에 아쉽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SSG의 오프시즌 큰 과제 중 하나는 외국인 선발 안정이었다. SSG는 2024년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에 선발 로테이션이 휘청거렸다. 2년차를 맞이하는 좌완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시즌 초반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이더니 중반에는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로버트 더거는 KBO리그 적응에 실패한 것에 이어 기대를 모았던 장점도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일찌감치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엘리아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하고, 더거의 대체자로는 일본프로야구에서 강력한 구위를 뽐냈던 드류 앤더슨으로 메웠다. 하지만 그 자체로 선발진의 혼란을 피할 수 없었고, 시즌 중간에 들어와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었던 시라카와와 앤더슨 모두 구세주가 되기는 역부족이었다. 선발 투수가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잦았던 SSG는 불펜 투수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올해 마운드 운영이 힘들었던 이유다.
이에 SSG는 외국인 선발 라인업을 가다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일단 앤더슨은 재계약 대상자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앤더슨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발 투수 중 하나였다. 최고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이 높은 쪽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커맨드와 변화구 완성도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올해는 선발로 준비한 시즌이 아니었다. 내년에 캠프부터 차분하게 선발로 빌드업할 수 있다면 올해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앤더슨이 1선발이 되면 곤란하다는 게 SSG의 생각이었다. 선발진 안정화를 위해서는 더 강력한 카드가 필요했다. 이에 SSG는 2024년 시즌 막판부터 “앤더슨을 2선발로 두고, 1선발이 될 선수를 찾는다”는 목표 속에 움직였다. 여기서 SSG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우완 미치 화이트(30)였다.
화이트는 대한민국 야구의 전설인 박찬호와 얼굴 생김새가 비슷해 ‘박찬호 닮은꼴’로 우리에게 일찌감치 알려졌던 선수다. 또한 한국계 3세 선수이기도 했다. 경력과 별개로 우리 팬들에게 친숙한 이유다. 화이트는 2020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이후 토론토와 샌프란시스코, 밀워키를 거쳤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토론토에서 뛰었는데 당시 류현진의 팀 동료로도 우리 팬들에게 다시 인사를 거쳤다.
SSG는 화이트를 오랜 기간 지켜봤다. 3년 정도 관심을 보이고 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가 강했던 화이트는 당장 한국에 올 생각은 없었다. 당시 화이트는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는 전형적인 포A급 선수였다. 하지만 2024년 메이저리그에서는 6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메이저리그와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이 틈을 SSG가 파고들었다. 시즌이 끝난 뒤 외국인 선수 리스트업을 한 SSG는 화이트를 1순위로 낙점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최근까지 가고시마에서 팀 마무리캠프를 지휘한 이숭용 SSG 감독은 “외국인 선수 후보로 세 명 정도가 있는데 모두 구위가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1순위인 화이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앤더슨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최고 구속이 150㎞대 중반에 이르고, 평균 패스트볼 구속도 150㎞가 넘었다. 여기에 다양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는데다 선발 경험도 비교적 풍부했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화이트가 1순위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 화이트를 품에 안았다.
SSG는 “SSG랜더스(대표이사 김재섭, 이하 SSG)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Mitch White, 94년생)와 총액 100만 달러 전액 보장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공식 발표했다.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 상한선(100만 달러)을 모두 채웠고, 여기에 모두 전액 보장이다. 보통 새 외국인 선수는 인센티브 비중을 20% 남짓 두는 게 일반적인데 화이트에 대한 SSG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대우는 해야 KBO리그에 올 수 있는 선수라 보고 있다. SSG도 승부수를 건 셈이다.
SSG는 “미치 화이트는 2016년 드래프트를 통해 LA 다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쳐 올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시즌을 마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71경기에 출전해 185이닝을 투구했으며 4승 12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26경기에 출전해 471.2이닝을 투구하면서 26승 21패 평균자책점 3.93의 성적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이어 SSG는 “미치 화이트는 우수한 회전력의 패스트볼 구위가 위력적인 투수이며, 올시즌 평균 152km, 최고 156km에 달하는 빠른 구속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큰 각도와 예리한 움직임을 가진 투심, 슬라이더, 커브, 스위퍼 등 변화구 완성도도 우수하다”면서 “SSG는 미치 화이트의 하이 패스트볼과 각이 큰 커브가 ABS 환경에서 큰 장점으로 발휘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평가했다.
SSG는 “또한 외국인 선수의 리그 적응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치 화이트는 외조부모와 어머니가 모두 한국인으로 한국계 3세이며, SSG는 미치 화이트가 KBO리그 및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계약을 체결한 미치 화이트는 “KBO리그 무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SSG 구단에 감사드린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꼭 한 번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어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하루 빨리 리그에 적응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팀에 합류한 소감을 전했다. SSG는 미치 화이트의 메디컬 체크를 마무리한 후 영입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화이트의 올해 트리플A 성적을 보면 포심패스트볼, 싱커, 슬라이더, 스위퍼, 커브를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5마일(약 153㎞)에 이를 정도로 강력하다. 싱커 평균 구속도 약 94마일(151㎞)에 이른다. 여기에 고속 슬라이더, 스위퍼는 물론 80마일 수준의 각이 큰 커브도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71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경기도 22경기다. 빌드업만 잘 거친다면 풀타임 선발로도 무리가 없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신체 능력이 떨어질 나이도 아니다.
선발 경력도 비교적 풍부하다. 2022년에는 다저스와 토론토를 오가면서 25경기 중 18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당시 평균자책점 5.45를 기록했다. 에이스급 선수는 아니지만 선발 로테이션의 구멍이 날 때 언제든지 이 공백을 메울 선수로 활용되곤 했다.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18경기에서도 7경기가 선발 등판이었다.
SSG는 화이트와 앤더슨이 강력한 구위로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앤더슨의 재계약이 남았는데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구단에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아내와 멀리 떨어지길 꺼리는 앤더슨은 조건만 맞는다면 한국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가정에도 좋은 일이 생긴 만큼 앤더슨도 SSG 잔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화이트-앤더슨 외국인 원투펀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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