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전 12기' 대타협 이룬 배달 수수료…남은 숙제는
매출별 차등 수수료 적용 합의
일부 협회 반발…중장기 논의 필요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10번 찍어 안 넘어가면? 12번 찍는다
매주 [주간유통]을 챙겨봐 주시는 분들이라면 이제 "야 지겹다"라고 말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지겹습니다. 지난 9월 말 '쿠팡 VS 배민…"그래서 배달비는 누가 내나요"'로 문을 열었던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이후 [주간유통] 에서는 '배달비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그래서 배달료는 누가 내야 하나요', ''배달료 논란' 어느새 '11차'…'쿠팡 결단'만 남았다' 등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입점업체들 간의 이야기를 수차례 다뤘습니다. 매번 조금씩 논의가 진전되긴 했지만 내용은 다 비슷비슷했죠. "모르겠고, 다음에 얘기하자".
지지부진한 회의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결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인 합의안을 내놓고 따를 것을 강요하는 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죠. 그만큼 10여 차례의 회의에서 기대감을 버린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열 번을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데, 열 한 번을 찍어도 신통치 않았던 배달업계 상생협의체 회의. 하지만 결국 열 두 번 만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윤곽이 나온 건 11차 회의였습니다. 입점 점포의 매출별 차등 수수료 도입에는 어느 정도 합의했습니다. 수수료 외 다른 사안들은 시행을 확정지었죠.
다만 쿠팡이츠의 차등 수수료 안이 배달의민족이 제안한 것보다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11일까지 다른 안을 만들어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쿠팡이츠는 11일에도 배민보다 높은 '최대 8.8%'안을 들고 나왔지만 결국 12차 회의에서 쿠팡이츠가 배민의 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대타협'을 이뤘습니다.
합의된 새 상생방안은 저매출 점포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매출 하위 20% 매장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9.8%에서 2%로 크게 낮아집니다. 하위 50~80% 구간에 있는 점주들도 수수료 3% 절약 효과를 봅니다. 입점업체 측의 요구안이었던 5%보다는 높지만 적절한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평가입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물론 모두가 이 상생안을 환영한 건 아닙니다. 배달업계의 테이블 맞은 편에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번 상생안에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합의가 이뤄졌던 지난 14일에도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회의 도중 퇴장하고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등이 남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죠.
15일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상생안을 "졸속 협의"라고 비판했습니다. 협회에서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의 업주들은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이용요율이 올라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정액인 배달비는 무려 500원이 오르는 등 배달 매출이 극히 적은 하위 20%만 이득이라는 주장입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이처럼 반발하고 나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프랜차이즈가 주축입니다. 현 정현식 회장은 맘스터치의 창업주입니다. 이전 회장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이병억 이수푸드빌 회장, 김용만 김가네 회장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창업주들이 즐비합니다.
프랜차이즈 협회는 협상 초반부터 꾸준히 '수수료 5% 상한'을 조건으로 내걸어 왔습니다. 배달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가 많은 프랜차이즈협회 입장에선 매출 하위 점포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차등 수수료 제도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배달앱 대란의 시발점이 된 '이중가격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미 롯데리아와 KFC 등 일부 프랜차이즈가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배달 시장 비중이 더 높은 치킨업계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합의 전과 달라질 게 없는 셈입니다.
다른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소상공인 측의 요구에 따라 이제 영수증에 수수료 항목을 별도로 기재하게 되는데요. 차등 수수료가 적용되면 소비자는 수수료를 보고 이 매장이 매출 상위 몇 % 매장인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소비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매출 하위 매장에 대한 악플 등이 우려됩니다. 특히 한 배달지역 내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 여러 곳 포진한 BBQ, bhc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장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상생협의체는 배달앱은 갑, 외식업계는 을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깨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배달앱 없이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배달을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외식업체 없는 배달앱은 아예 성립이 되지 않는 단어입니다.
결국 둘은 서로가 필요한 관계입니다. 내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의 것을 빼앗는 투쟁 대신 '상생'이 필요합니다.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주간유통]에서 배달 수수료 이야기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길 바라 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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