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승부'도 못 풀면서…'오겜2'에 탑 넣은 넷플릭스 아이러니[이슈S]

강효진 기자 2024. 11. 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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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2 빅뱅 탑 최승현. 출처ㅣ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오징어 게임2' 문제의 캐스팅 최승현(탑)을 두고 황동혁 감독이 "그쯤 시간이 지났으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재능을 보여줬다"고 두둔했다. 당장 유아인이 출연한 '승부'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넷플릭스인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과 제작자 김지연 대표가 작품 공개를 앞두고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에 나섰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됐으며,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약 3개월 만에 해당 내용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시즌1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히트작으로 신기록을 쓰고,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글로벌 히트작이 되면서 시즌2를 향한 전세계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그런 만큼 캐스팅 라인업에 포함된 탑을 향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방송 활동을 한 지도 오래된,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을 대중 불호를 뿌리치고 굳이 캐스팅을 강행한 이유다.

황동혁 감독은 캐스팅 소식 이후 큰 논란이 된 탑 캐스팅 강행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고 "최승현 배우 같은 경우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줄 몰랐다"고 입을 뗐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내 판단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이미 굉장히 옛날에 벌어진 일이었고 시간이 지나 선고가 내려졌고 집행이 끝났다. 예전부터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있었지만, 대마로 시작하다가 복귀한 사람들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지금 많이 활동하는 사람들도 전력 있는 사람들이 있고, 시간이 지났으면 다시 일을 시작할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캐스팅했다"며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다. 내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고, 짧았구나 생각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검증도 많이 했다. 강한 본인의 의지도 보여줬고 불안해서 오디션을 봐야겠다 싶어서 오디션도 직접 봤고, 테이프로 연기 영상을 열심히 해서 보내주고 리딩하면서 불안한 부분이 있을 때 다시 한 번 검증했을 때도 많은 노력과 재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한 "배우 시절에 최승현도 눈여겨봤다. 소문이 어떤 캐릭터로 나왔는지는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최승현 배우가 이 역할을 맡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역할이다. 이 배우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내린 결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캐스팅을 번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논란이 됐지만 번복하기에는 나 스스로 많은 과정을 이 배우와 지내왔기 때문에, 우리가 왜 이 작품을, 이 배우와 해야만 했는지는 결과물로서 기자들,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철회하지 않고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왜 고집했는지 이해 못 할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그런 사정이 있었음을 밝히고, 작품을 보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본인도 이 작품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란 걸 보시는 분들도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작품이 나오면 다시 한 번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작품 공개 후로 판단을 미뤄주기를 당부했다.

이미 유사한 마약 전과가 있지만 복귀한 여러 스타들이 있고, 그쯤 지났으면 (감독 생각에) 다시 일을 시작해도 될 것 같고, 재능도 있으니 복귀시켜도 되지 않겠냐는 속내가 기저에 깔렸다. 지금까지 은근슬쩍 연예계로 복귀시킨 수많은 마약사범들을 누군가가 눈감아준 것에 대한 부메랑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새 작품에서까지? 같은 넷플릭스 작품도 사정이 서로 다른지, 남들은 통편집에 VOD 삭제 하느라 바쁜데, 마약 사범을 새로 불러다 작품을 찍어내다니 황당한 선택이다.

마약 전과자의 경우 지상파 3사에서는 출연을 정지시킬 만큼 중한 범죄다.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는 것. 사장되기 아까운 재능을 가진 것과 범죄 이력은 연관이 없지만, 그렇다고 재능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드라마의 후속작을 내놓는 한국 대표 연출자의 선택은 당연히 더한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탑의 얼굴이 스트리밍 되는 순간 '이러저러한 정도면 마약도 괜찮지 않나'라는 가치관이 전세계에 쏘아올려지는 셈이다. ''오겜'에서도 OK했다'는 선례는 다른 작품에도 명분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 오징어게임2 황동혁 감독. 제공ㅣ넷플릭스

황 감독은 이날 간담회 말미에 "세상에 대해 비관론자가 되어가고 있다"며 이 작품은 '이래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어떻게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이야기는 감히 못 드리는 작품이고 그게 저의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에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여섯 살 유치원 아이들이 의대 입시반에 들어간다. 촬영을 하면서도 대전에서 촬영 중 호텔 앞에 학원가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밤 10시, 11시가 되어 파김치가 된 얼굴로 가방을 메고 학원에서 집으로 가는 통학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 '이렇게 산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과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좋은 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것을 다섯, 여섯 살 때부터 교육받고, 그것을 못하는 아이들은 모두 낙오자가 되어버리는 이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오징어 게임'을 만들면서 자살률은 끊임없이 높아지고, 출생률은 끊임없이 내려가는 나라에 과연 뭐가 남아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뭐가 정의인지 잘 모르겠고, 뭐가 좋은 미래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서는 안 되지 않을까? 뭔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많은 꿈을 꾸고, 의대에 못 가더라도 낙오자가 아닌, 좋은 대학에 못 가더라도 충분히 '너는 세상에 가치 있는 존재로 네 역할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며 자라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하면 이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까, 계속 끊임없는 ‘오징어 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우리가 그런 생각을 좀 더 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당부했다.

▲ 오징어게임2 황동혁 감독. 제공ㅣ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이미 전세계 수많은 청소년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학원 뺑뺑이를 돌며 밤마다 파김치가 되는 아이들은 안타깝지만, 마약 전과자가 세계 최고 인기 드라마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모습은 과연 그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가치관일까. '아 마약을 하더라도 재능이 있으면 괜찮구나'를 느끼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메시지일까.

시즌1을 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지점일 뿐, 분명 '오징어 게임2'는 전세계의 관심 속 흥행작이 될 것이다. 아마도 작품 공개 후 이같은 사소한 마약사범 캐스팅 이슈 쯤은 훨훨 증발할 것이다. 그렇게 펼쳐진 '오징어 게임2'의 오만한 캐스팅 철학은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오겜에도 탑이 나왔는데 뭐'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모르겠다. 결국 지금 눈감아준 마약사범의 화려한 복귀는 훗날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에, 황 감독의 이같은 선택이 불러올 나비효과가 거듭 씁쓸함을 더한다.

한편 최승현은 2016년 10월 자택에서 네 차례에 걸쳐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가 드러나 의경 복무 중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그는 "자숙해라. 복귀하지 마라"라는 누리꾼의 댓글에 "네 하느님!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라고 받아쳤고, 이후에도 "한국에서 컴백은 안 할 것이다. 컴백 자체를 안하고 싶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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