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 게임체인저라고 할만하네” 적자 탈출 못해도 SKC의 믿는 구석은 [그 회사 어때?]
반도채 소재 사업 성장세 뚜렷
비핵심 사업 매각, 재무부담 ↓
“주력사업 경쟁력 키워 내년 반등”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로 다양한 산업군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불황의 충격이 큰 분야를 꼽자면 석유화학과 전기차 연관 산업이 아닐까 합니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수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던 전기차 관련 사업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의 늪에 빠진 상태죠.
이들 두 산업과 모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SKC입니다.
1970년대 선경화학으로 출발한 SKC는 화학 소재 사업을 중심축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SKC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일단 신사업인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뚜렷한 실적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비핵심 사업의 유동화 작업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면서 그간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줄어들고 있죠.
석유화학 사업은 생분해 소재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고객사 확대와 원가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고 전기차 시대를 맞을 채비를 하는 중입니다. SKC의 체질 개선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SKC는 최근 디스플레이용 연성동박적측필름(FCCL) 소재를 공급하는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을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에 950억원에 팔았습니다. FCCL은 스마트폰이나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서 영상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전자 소재입니다.
동박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SK넥실리스는 우수한 박막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FCCL을 만들어 왔습니다. 스미토모화학, 도레이첨단소재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과점하는 등 경쟁력이 있는 사업이었죠.
그러나 SKC가 2022년 필름 사업을 매각하면서 상호 시너지가 났던 FCCL 생산을 지속할 명분이 약해졌고 경영 위기 상황에서 동박 등 주력 사업에 더 집중하자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하게 된 겁니다. 실제 SKC는 박막사업 양도 대금을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는 SKC가 올해 최우선 과제로 재무건전성 강화를 추진해 온 방향성과도 연결됩니다.
SKC는 비핵심 자산 유동화 등으로 지금까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 차입금을 줄였습니다. 지난 9월에는 SK넥실리스에 대한 7000억원 유상증자 지원으로 인수금융 전액을 상환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연말 순차입금 규모는 연초 대비 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주력 사업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향상하고자 하는 SKC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내년 이후 본격적인 반등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게 SKC의 구상입니다.
SKC의 체질 개선 스토리에서 반도체 소재 사업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SKC는 3분의 2 이상의 매출을 책임지는 화학 사업, 막대한 투자금을 투입하고도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부진을 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으로 만회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반도체 소재 사업은 3개 부문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22.6%, 영업이익은 540.9% 성장했고 영업이익률도 21.0%를 기록했죠.
반도체 테스트 소켓 사업을 하는 ISC가 주축으로 자리 잡으며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을 이끌었다고 SKC는 설명했습니다. 연초부터 추진해 온 비메모리 양산용 매출 성장이 지속됐고 인공지능(AI) 서버 관련 매출도 2분기 대비 35%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죠.
SK엔펄스의 주력 품목인 CMP패드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했습니다. CMP패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물리·화학 반응으로 연마해 평탄하게 만드는 반도체 공정 주요 자재입니다.
앱솔릭스의 글라스(유리) 기판은 SKC는 물론 SK그룹 차원에서도 특히 주목하는 반도체 소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7월 앱솔릭스 조지아 공장을 직접 둘러보며 유리기판을 “반도체 제조의 게임 체인저”라고 지목했다는 것만 봐도 SK가 유리기판에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 회장은 “앱솔릭스가 만들 유리기판은 인공지능 생태계를 강화하고 (반도체 패키지의)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성을 모두 개선할 것”이라며 앱솔릭스가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앱솔릭스는 올해 상반기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완공했고 현재 고객사 인증용 시제품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고객사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5월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7500만달러를 확보한 데 이어 연내 보조금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화학·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SKC는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일단 생분해 소재 사업 투자사 SK리비오는 베트남 하이퐁시에 구축 중인 글로벌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내년도 양산을 가시화할 계획입니다.
동박 사업과 관련해선 SK넥실리스는 중화권 대형 고객사의 판매 개시와 주요 고객사와의 중장기 공급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려 원가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죠.
SKC의 이러한 체질 개선은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작업과 맞닿아 있습니다. 화학 부문에서는 그룹이 보유한 광범위한 에너지 밸류체인 안에서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고 이차전지·반도체 소재 부문은 전반적인 AI·반도체 사업 확장과 연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 “친환경·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AI·반도체 분야에 특히 힘을 실으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SKC도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그룹이 리밸런싱 하고자 하는 사업 부문을 SKC가 모두 영위하고 있어 그룹의 리밸런싱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세부적으로 반도체 소재와 관련해선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동박 사업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판매 확대와 원가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자생력을 구축하는 데 우선 집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SKC는 당초 올해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전망했지만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SKC는 주력사업의 기초체력과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내년 이후에는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이차전지용 동박과 반도체 테스트 소켓 등 주력 사업의 수익구조 강화와 반도체 글라스기판, 생분해 소재를 비롯한 신규 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추진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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