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골프 외교로 ‘트럼프 쇼크’ 넘겠다고?

정남구 기자 2024. 11. 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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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윤석열 정부의 주먹구구 경제
‘관세 인상’ 공언한 트럼프의 귀환
대미 흑자 급증한 수출 타격 우려
경기침체에 성장 전망 어두운데
윤 정부 ‘감세·소극 재정’ 고집 답답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한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11월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해 내년 1월20일 취임한다. 공화당이 연방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Red Sweep)도 현실이 됐다. 이에 ‘트럼프 2기 시대’를 내다본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엄청난 선거자금을 써가며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후보들의 당선을 돕고 ‘규제 완화’를 얻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가상자산 업계는 ‘비트코인 9만달러 돌파’에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를 돕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선거 뒤 주가가 나흘간 40% 가까이 뛰었다. 경기 부양 기대로 미국 은행주들도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미국 바깥에서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10∼20%에 이르는 일괄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에서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들엔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 경제 운용 ‘역대 최악’

한국 증시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6일 이후 15일까지 7거래일간 코스피지수는 5.7%, 코스닥지수는 7.7%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5.4%), 대만 자취안지수(-2.2%)도 하락했지만, 한국 증시 하락 폭이 훨씬 크다. 삼성전자 하락이 지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정권 인수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방침에 2차전지주도 15일 폭락했다. 수출 기업들은 다 걱정이다.

시엔비시(CNBC)는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경제학자인 앤드루 틸턴의 말을 따 “1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대중국 무역 적자는 다소 감소했지만 다른 아시아 수출국 상대 적자는 상당히 증가했다. 2기 트럼프 정부는 더욱 엄격한 감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는 실제 급증했다. 2020년 166억달러에서 2023년 444억달러로 늘었다.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대중 수출이 줄고, 대미 수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미국 물가를 고려해 관세를 공약대로 올리지는 않고 무역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많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그동안의 행보로 볼 때, 잘 대응할 것이란 신뢰가 낮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운용에 대한 평가는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이다. 정부는 출범 이후 공격적인 감세를 단행하고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면서도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내수가 회복되고 수출도 늘면서,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에 온다던 경기 회복은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7일 연 기자회견에서도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7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4%에서 올해 2.0%로 성장률이 커지니 ‘회복 중’이라는 말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성장률이 매우 낮아서 생기는 ‘기저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분기 성장률의 흐름을 보면 최근 상황은 ‘경기 침체’에 가깝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0.8%에서 4분기 0.5%로 약간 둔화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1.3%로 급등했다. 같은 속도로 1년간 성장하면 5.3%나 되는 ‘깜짝 성장’이었다. 그러나 ‘착시’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민간소비 증가를 일시적으로 이끈 면이 있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0.5%나 증가한 것도 지속가능성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분기 마지막 달인 3월의 산업생산 지표는 아주 나빴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7월 초,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큰 폭 올렸다. 냉정해야 할 전망을 장밋빛 기대로 대체한 것이었다.

하락 원인 잘못 짚은 주가 부양책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는 때가 금세 왔다. 2분기 성장률은 -0.2%였고, 3분기에도 0.1% 성장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불과 넉달 만인 11월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낮췄다.

정부의 경제 운용은 ‘감세’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로 내세운 ‘투자 활성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엄청난 세수만 축냈다. ‘물가 안정’을 위한다며 임금 인상을 억제한 결과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 실질임금이 2022년 0.2% 감소하고, 2023년 1.1% 감소했다. 올해도 8월까지 누적 실질임금이 0.44% 증가에 머물고 있다. 민간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재정 지출마저 극도로 억제했다. 이런 경제 운용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었다. 경기 회복 기대가 번번이 무산되는 것을 경험하면서도, 내년 예산안에 담은 정부의 ‘감세와 정부지출 억제’ 기조는 달라진 게 없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는 주가 끌어올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주가를 떨어뜨린다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로 몰아붙였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그림자다. 경제가 성장하고 상장사 실적이 좋아질 때 오른다. 정부의 주가 부양책은 몸체가 아니라 그림자를 늘여 빼려 한 것과 같다. 경기 회복 전망이 무너지고 기업 실적이 나빠지자, 주가는 급락했다. 마술이 아니라 어설픈 눈속임임을 알아챈 관객이 자리를 뜨듯, 투자자금이 외국으로 급격히 빠져나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2%보다 낮은 2.0%로 제시했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조처가 2026년부터 진행된다는 걸 전제로 했다. 관세 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내년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별말이 없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골프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고 10일 전했다. 골프 시작 배경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골프 외교를 실제 염두에 두는 게 사실이라면 이런 대응은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과 일관성이 있다. ‘주먹구구’라는 점이 그렇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함께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경제산업부 선임기자 jeje@hani.co.kr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 특파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랫동안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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