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토트넘’, 결국 손흥민의 순애보로 끝나나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4. 11.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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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충성 대가는 1년 옵션? 
구단, 원클럽맨이나 레전드라는 낭만보다는 흑자와 가성비라는 계산이 우선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언젠가 이 구단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는 광경을 보고 싶고, 나를 레전드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싶다." 지난 9월 손흥민은 팬들과의 포럼에서 토트넘 홋스퍼에서 보낸 지난 시간에 대한 감흥을 표현했다. 2015년 여름 이적료 3000만 유로(약 430억원)를 기록하며 독일의 바이어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올해로 한 팀에서만 10년을 채웠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 초반 부침을 제외하면 손흥민은 기복 없이 매해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팀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었고,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에도 등극했다. 지난 시즌부터는 팀의 주장을 맡으며 실력과 성품 모두 인정받았다. 그의 바람대로 레전드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팀에 대한 높은 충성심과 애정이 인상적이었다. 선수로서 최전성기에 이적이 아닌 두 차례 재계약을 통해 토트넘에서 10년을 채웠다. 토트넘 유스 출신의 '성골'인 해리 케인마저도 우승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며 2023년 여름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잔류했고, 팬들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이 11월11일 끝난 입스위치 타운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마친 뒤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Son 잦아진 부상 빈도에 장기 계약 부담 느껴

1992년생으로 30대 중반을 목전에 둔 손흥민에게 중요한 이슈는 계약 연장이다. 기량과 인성, 상품성 등을 다면적으로 평가해 향후 어느 정도의 기여도를 더 보여줄 수 있는지를 구단이 치밀하게 판단한다. 30대 선수는 계약기간에 민감하다. 2~3년 단위의 다년 계약으로 안정감을 얻을 때 선수와 구단 모두 행복한 결론에 도달한다.

2021년 손흥민은 토트넘과 두 번째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20대 후반의 전성기에 돌입했기 때문에 4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보장받았다. 급여 부분에서도 당시 토트넘의 간판이던 해리 케인(20만 파운드)에 이은 팀내 2위 주급인 19만 파운드(약 3억5000만원)로 올랐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180억원이다. 

이제 이 계약은 만료를 8개월여 남겨 놓고 있다. 유럽 축구계에는 '보스만룰'이라는 선수 직업 권리 보호 판결이 존재한다.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는 소속팀과의 기존 계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팀과 이적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권리다. 손흥민도 2025년 1월1일부터 보스만룰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토트넘은 그 이전에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2023~24 시즌 종료를 앞둔 시점부터 손흥민과 토트넘의 재계약 협상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토트넘이 2년 혹은 3년가량의 계약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손흥민은 해당 시즌 EPL 35경기에 출전해 17득점 10도움을 기록했다. 득점 8위, 도움 3위였고, 10골-10도움 이상을 기록한 리그 내 5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리더십도 팀 안팎에서 찬사를 받은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게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고 분위기는 급변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새로운 계약을 논의하지 않고, 기존 계약에 포함돼 있던 1년 연장 옵션만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손흥민은 주급을 비롯한 개인 조건 변경 없이 2026년 여름까지 토트넘과 계약이 연장된다. 영국의 유력지인 '텔레그래프'도 최근 "토트넘은 1년 연장 옵션안을 쓰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구단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행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장 옵션 발동 조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영국 언론들은 토트넘 구단의 선택으로 시행된다고 보도하지만, 일각에서는 선수가 함께 합의해야 하는 조건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손흥민 측은 일단 침묵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토트넘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흥민과 동행하려는 의지가 약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손흥민의 주급이다. 1년 연장 옵션이 아닌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경우 손흥민은 주급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부상 빈도다. 3개월가량 진행된 올 시즌 손흥민은 두 차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복귀한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철저히 관리했다. 결국 부상 빈도가 잦아진 손흥민에게 토트넘이 올라간 급여를 지불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토트넘 구단주 레비, 잇속 철저히 챙기는 장사꾼 

그러나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도 이런 판단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손흥민이 토트넘 구단 내에서는 가장 많은 급여를 받지만, EPL 전체로 따지면 30위에 해당한다. 손흥민의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만 놓고 봐도 9위다. 2021~22 시즌 손흥민과 공동 득점왕에 오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는 주급 35만 파운드를 받고 있다. 그간의 실적과 위상을 생각하면 손흥민은 오히려 싸게 활용하고 있는 선수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내부 판단과 결론을 주도하는 이가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라는 점이다. 레비 회장은 유럽 축구계에서도 냉철하고, 잇속을 철저히 챙기는 장사꾼으로 명성이 높다. 원클럽맨이나 레전드라는 낭만보다는 흑자와 가성비라는 계산이 우선이다. 토트넘 팬들에게 가장 큰 논란이 된 해리 케인의 이적 당시에도 높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데 집중했고, 결국 1억 유로의 엄청난 금액을 벌어들였다.

1년 연장 옵션은 토트넘에만 유리한 조건이다. 2026년까지 시한을 늘리면 손흥민의 기량은 최대한 활용하고, 계약이 1년 남은 시점에 이적료를 받고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손흥민은 이적 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고점이 1년 뒤로 밀린다. 유럽 현지에서는 손흥민이 2025년 여름에 만 33세가 되지만 그래도 꽤 높은 이적료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1988년생 골잡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2022년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FC바르셀로나에 합류할 때 이적료 5000만 유로를 기록한 바 있다.

돈만 생각한다면 중동행도 메리트가 크다. 이미 2023년 여름 손흥민은 호날두·네이마르·벤제마 등 월드스타들이 모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책정된 이적료가 6000만 유로(약 900억원)였고, 연봉만 3000만 유로(약 450억원)였다. 

하지만 당시 손흥민은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며 중동행을 거절했었다. 토트넘으로선 10년 전 손흥민에게 투자한 이적료를 충분히 회수하는 게 가능한 데다, 그동안 티켓과 유니폼 판매, 광고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까지 합치면 엄청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결국 손흥민 역시 지난 10년간 보여준, 순애보에 가까운 팀에 대한 충성심을 레비 회장의 지독한 계산으로 돌려받게 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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