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친자’ 한석규, 30년 만 MBC 복귀 이유 있었네[多리뷰해]
돌아온 한석규, ‘명품’ 연기란 이런 것
경쟁사 흥행작 속 웰메이드 호평...이게 되네?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 온 세상이 등을 돌려도 배신하지 않을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모든 증거가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라는 걸 보여준다면 언제까지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반대로 내가 살인 혐의로 쫓기고 있다면? 실제 살인범일 수도, 누명을 썼을 수도 있지만 내가 믿는 사람이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배신감과 무력감이 동시에 느껴질 것이다.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믿는 사람,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만이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연출 송연화, 이하 ‘이친자’)는 사랑하는 딸에 대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진실로 나아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MBC 20기 공채 탤런트 출신 한석규가 30년 만에 MBC 드라마에 돌아왔다. 아내 역을 맡은 오연수와는 드라마 ‘아들과 딸’ 이후 31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4부작 드라마 ‘멧돼지 사냥’으로 메인 연출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은 송연화 감독의 2번째 메인 연출작이다.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한아영 작가의 ‘거북의 목을 노려라’(가제)를 영상화했다.
지난달 11일 첫 방송된 ‘이친자’는 총 10부작으로 제작됐다. ‘KBO 한국시리즈’ 중계로 방송이 한 회차 결방되면서 종영이 밀려 오는 15일 오후 9시 40분 마지막회가 방영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웨이브, 넷플릭스, 쿠팡플레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되고 있다.
[줄거리]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장하빈(채원빈 분)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 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다.
딸이 어릴 때 아내와 이혼한 뒤 딸과도 따로 살았다. 아내의 사망으로 10여년 만에 한 집에 살게 되면서 그간 못해준 아빠 노릇을 하려 애쓴다. 곧 고3인 딸의 뒷바라지를 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갖기 위해 본청 복귀까지 미룬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노력해도 쉽게 메워지지 않는, 깊은 갈등의 골이 있다.
뭐든지 의심하는 태수의 눈에 하빈의 행동에서 하나 둘 이상한 점이 포착되고,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 같은 의심 정황도 나온다. 백골 상태로 발견된 하빈의 친구 이수현(송지현 분)의 살인사건, 사체 없이 2리터가 넘는 혈흔만 남은 채 발견된 송민아(한수아 분) 살인사건, 두 사건 용의자로 몰려 도주 중이던 최영민(김정진 분) 살인사건. 세 사건의 진범은 누굴까. 하빈은 뭘 숨기고 있을까. 딸의 결백을 믿지 못한 아빠와 범죄 용의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딸, 둘 중 결국 ‘배신자’는 누가 될까.
[캐릭터 소개]
경기중부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행동분석팀장. 국내 유일 경찰대 출신 프로파일러다. 범죄 행동 분석관으로 연쇄 살인 사건을 줄줄이 해결해냈다. 장태수를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끊임없는 ‘의심’이다.
유능한 수사관이지만. 동시에 형편없는 남편이자 아빠다. 모든 상황과 사람, 증거 모두를 의심하는 장태수는 십여년만에 다시 한 집에 살게된 딸 하빈까지 의심한다. 대포폰을 가지고 있는 딸, 수학여행을 간다고 거짓말하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딸. 왜 거짓말을 할까. 딸의 모든 게 의심스럽다. 하빈은 동생 하준과 실종됐다가 홀로 살아돌아온 그날에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동생이 사망한 뒤에도 거짓말을 하는 하빈에게 캐물어 ‘내가 안죽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땐 어떻게 했어야 했던 걸까. 전처 지수는 정말 자살한 걸까. 딸은 정말 살인범일까?
장태수의 전처이자 하빈, 하준의 엄마. 타인과 정서적 교류가 되지 않는 딸 하빈은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절대 동생을 해칠 그런 아이는 아니다. 남편 태수의 의심이 자신에게도 옮을까봐 이혼까지 했다. 홀로 딸을 잘 키워보고자 했으나 쉽지 않다. 하빈에게 첫 친구 수현이 생긴게 기뻤다. 그러나 수현에게 ‘하빈이 무섭다. 남들과 조금 다른거 알지 않나. 도와달라’라는 말을 들은 뒤 다시 의심이 생겼다. ‘무조건 믿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빈이를 믿고 키워왔지만 전 남편 태수의 말처럼 아들 하준이의 죽음 뒤엔 하빈이가 숨기고 있는 진실이 있는 게 아닐까.딸이 사람을 죽인 살인자일까.
장태수의 딸. 고등학교 2학년. 공부를 잘할 뿐 아니라 예쁘기까지 하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다. 어릴 적 만화 영화 속 주인공에게도 이입하지 못했다. 타인의 감정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똑똑한 머리 덕에 자연스레 본인이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거짓말은 잘한다. 타인의 약점을 포착해 자연스레 기회로 삼는 게 특기다.
하준이는 정말 사고로 죽은걸까. 엄마는 왜 죽은걸까. 엄마가 자신을 두고 자살한게 믿기지 않는다. 아빠랑 같이 사는 건 너무 힘들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믿어주면 안될까.
# 감정까지 그려내며 미스터리를 더하는 섬세한 연출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장면에서 전달되는 감정이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특히 십여년 전, 둘째 하준이의 사망이라는 극한 상황을 마주한 부부의 대비된 행동이 시선을 끌었다. 딸을 붙잡고 “왜 거짓말 하느냐”고 다그치며 끝내 “내가 안 죽였다”는 말을 들은 태수와 그런 상황에서조차 눈물 한방울 안 흘리는 딸 하빈을 남편에게 빼앗아 끌어안고 다독이는 엄마 지수. 방향성은 다르지만 격렬한 두 사람과는 달리 현저히 온도가 떨어지는 하빈의 어조 등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뿐 아니라 떨어져 깨져버린 유리가 가정의 파탄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타인의 감정을 못 느끼는 어린 하빈을 잡고 타인의 감정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짧은 장면에서 엄마 지수의 웃음 뒤로 스쳐간 씁쓸함과 안타까움 역시 시청자들에 전달될 수 있도록 그려냈다. 무덤덤한 말투로 ‘하준이는 진짜 사고였을까. 엄마는?’이라고 묻는 하빈의 모습과 이를 들은 태수의 모습을 길어진 복도 사이로 보여주며 아연해진 태수의 심정을 시각적으로 그려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다.
#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진한 여운
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진범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생각할만한 화두를 던진다. 단순히 드라마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확장돼 ‘내가 믿는 사람이 범인이라면?’, ‘의심할 정황이 있다면 어디까지 믿어줘야 하나’, ‘무조건적인 믿음이 진짜 상대를 위하는 길인가’, ‘맹목적인 보호 역시 자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진 않나’, ‘의심은 어떻게 관계를 망가트리나’, ‘타인과의 관계, 거리감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등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쓴소리]
# 섬세한 연출, 그러나 처지는 속도감
미스터리 스릴러와 범죄 수사물은 특성상 긴박한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빠른 호흡으로 몰아치듯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속도감 있는 빠른 호흡이 최근 콘텐츠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친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천천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섬세하게 감정과 사건을 담아낸 덕에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여러 감정과 은유를 담아내는 느린 속도감에 ‘극이 처진다’는 불만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분위기
수사극이나 미스터리 스릴러 물의 경우 잠시 힘을 빼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한다.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에피소드를 넣거나, 희화화된 캐릭터를 통해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 그러나 이 작품은 전환할 수 있는 지점 없이 줄곧 진지하고 무겁다. 정주행으로 불리는 몰아보기가 대세인 가운데 2시간 내외 영화에서는 이런 구성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 몰라도 ‘이친자’는 70분 내외, 10부작인 만큼 일각에서는 “숨을 돌릴 틈 없어 보기 힘들다”는 불평도 있다.
[흥행소리]
첫 회 시청률 5.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이친자’는 6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7.6%를 기록했다. 이후 6%대를 유지 중이다.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송연화 감독과 함께 연출을 했던 정지인 감독의 작품이자 경쟁작인 tvN ‘정년이’가 14.1%,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최고시청률 11.9%, ‘열혈사제2’가 최고시청률 11.9%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높은 성적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OTT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일주일간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시청시간 합산 결과를 토대로 집계하는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10 시리즈에 지난 10월 둘째 주 4위로 이름을 올린 뒤 4주 연속 10위권에 오르고 있다. 주차별 최고 순위는 2위다. 일별 순위로는 지난 4일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쿠팡플레이와 웨이브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시청자 소리]
호
“긴 말 필요 없이 너무 재미있다”, “극본, 연기, 편집 다 너무 좋다”, “밀도 높은 작품”,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건 뭘까”, “시나리오를 보는 한석규 눈이 대단하다”, “보기 드문 웰메이드”, “연기, 연출, 음악, 각본 뿐 아니라 장면 장면의 미장센도 최고다”, “결국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불호
“마음이 불편한 장면들이 좀 있더라”, “감정 소모가 커서 끝까지 보기 힘들다”, “너무 어두워서 손이 잘 안간다”,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작품”, “주말에 쉬면서 보기엔 힘든 드라마”, “재미있는데 답답하다”, “자녀를 대하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마음은 편치 않더라”, “한번에 풀리지 않아 전반적으로 극이 답답하다”
[제 점수는요(★5개 만점, ☆는 반개)]
# 별점 ★★★★★
말이 필요없는 한석규, 탄탄한 대본, 섬세한 연출. 이게 바로 완벽 작감배(김소연 기자)
# 별점 ★★★★★
경지에 오른 한석규 연기와 괴물같은 신예 채원빈의 발견(방송국 관계자)
# 별점 ★★★★☆
유일한 약점은 대진운(방송 담당 기자)
# 별점 ★★★★
신인 연기도 끌어올린 연출의 힘(매니지먼트 관계자)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오늘의 운세 2024년 11월 16일 土(음력 10월 16일)·2024년 11월 17일 日(음력 10월 17일) - 매일경제
- “4050도 된대, 월 50만·5년 넣으면 4천탄다”…직장인 사이 핫한 ‘이 적금’ - 매일경제
- “미국 무서운 곳 될 것”…트럼프 당선되자, 떠난다는 유명 여배우 - 매일경제
- “집주인들 또 폭탄 맞았다”…내년 보유세 30%까지 늘어난다는데, 무슨 일 - 매일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20대 편의점 여알바생, 중년 남성에 봉변 - 매일경제
- “낮에는 학원, 밤에는”…미녀 강사의 충격적 이중생활, 대만 ‘발칵’ - 매일경제
- “사위가 하루 10시간씩 내 딸을”…아내 사망전 협박, 전직 군인 남편의 최후 - 매일경제
- 북실북실, 수북수북의 꿈...기적의 탈모 치료제 언제 나올까 [MK약국] - 매일경제
- 이재명에 1심서 유죄 판결한 한성진 부장판사는 누구 - 매일경제
- 한국 역대 최고 ‘고교 특급’ 양민혁, 토트넘 조기 합류···“K리그1 일정 종료 후 2주 휴식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