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노호의 가치를 봤어요”… 귀농아카데미서 인생 2막 첫걸음 [귀농귀촌애]
둥근 공 닮은 빨간색의 열매… “원산지는 중국”
중국 문헌 뒤지고, 실험 통해 재배방법 터득
재배 실력 인정받아 선도 농가에도 지정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모두 전달할 것”
귀농계획표 강조… “적어도 5년치 계획 세워야”
“원산지는 중국 남서부 고산지대죠” 귀농 8년차인 최용학 연제농원 대표는 이 나무를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다. 국내에서는 아주 생소한 과일 나무다. 이 나무 이름은 흑노호다. 최 대표는 국내 재배 선구자다.
최 대표는 2016년 퇴직 후 여행삼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경남 합천군 황계폭포에 반했다. 최 대표는 그 길로 아내를 설득해 밭을 구입하고 전원주택을 지었다. 최 대표는 부산에서 굵직한 회사에 다닌 엔지니어링 출신이다. 그는 대우조선에서 특수용접 훈련교사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후 강관 철탑을 세우는 사업을 했다. 연 매출 100억원대를 올렸으나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때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손을 댄 것은 PCM보일러 회사다.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나갔죠” 최 대표의 인생 1막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도 자연스럽게 직장과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흑노호의 재배는 쉽지않았다. 처음엔 친환경 EM(유용미생물균)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흑노호의 줄기가 말라죽어갔다. “물을 많이 뿌려주고 겨우 살렸어요” 이렇게 재배방법을 하나씩 경험으로 터득했다. 중국 문헌도 뒤졌다. 직사광선보다는 흐린 빛을 좋아하고 병충해에 강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비닐하우스에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가림막을 설치했다. 뿐만 아니다. 토양은 중성이나 약산성이 좋고 비료를 뿌리는 방법도 재배 실험을 통해 알게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 5년이 걸렸다. 그는 흑노호 재배방법을 거의 터득했다. 재배에 자신감이 생겼다. 흑노호는 열매와 줄기, 뿌리는 비타민C와 18종의 아미노산이 풍부해 식용이나 의약용품으로 쓴다.
최 대표는 최근 합천군에서 지정하는 선도 농가에 이름을 올렸다. 흑노호 재배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흑노호 멘토가 됐다. 합천군과 함께 재배 면적 확대를 위해 멘티를 선정했다. 멘티에 선정된 다섯농가 모두 귀농인들이다.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모두 전달할 것입니다” 그는 흑노호 재배의 지름길을 멘티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다. 그가 5년간 재배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압축해서 가르치기로 했다.
지난 해 그는 흑노호에 관심을 보인 주변 지인들에게 5∼6그루를 길러보라고 줬지만 단 한사람도 성공하지 못했다. 흑노호를 처음 재배할 경우 대개는 실패한다. 아열대 작물인데다 온도와 습도, 채광 등 생육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 다음 조언은 작목 선택이다. 요즘 귀농하는 대부분은 일정한 소득이 필요하다. 농사를 지어 수입을 내야 해 작목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는 의미다. 주의할 점은 주변인이 추천하는 작물을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추천을 받고 내가 재배할 수 있는지, 공급은 넘치지 않는지, 판로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귀농인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달라고 물었다. 사업가 출신인 그의 말이 아직도 귀전에 맴돈다. “어떤 사업보다 귀농사업이 더 어려웠다”
합천=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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