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윤의 작심한달] 11. “페달 밟고 씽씽…취미에서 일상으로”

이채윤 2024. 11. 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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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있었던 자전거 핸들 다시 잡아
체력 부족·부상으로 단거리 이동용으로 이용
자전거 탈 때 ‘안장 높이’에 유의
남녀노소 부담 없이 시작 가능…부상 주의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무언가 큰일을 이루겠다고 마음먹지만, 연말이 되면 어떤 다짐을 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지곤 합니다.

‘작심삼일’의 사전적 의미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삼일’에 그치는 ‘작심’을 자꾸만 계속해 작심 일주일, 작심 한 달, 작심 일 년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굳지 못한 결심’은 느슨한 채로 이어져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일삼는 이채윤 기자가 여러 취미를 찾아 한 달 동안 체험해 봅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삶의 재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생생한 경험담을 작심삼일을 반복해 작심한달을 한다면 ‘내 일’이 ‘내일’이 될 거란 기대로 말입니다.
 

▲ [자전거 대행진] 지난 4월 21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 기념으로 춘천 중도동 일원에서 열린 강원도민일보의 ‘2024 강원자전거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어렸을 적 자전거는 내 친구였다. 안장의 칠이 다 벗겨질 정도로 많이 탔던 세발자전거를 지나, 핸들의 버튼을 누르면 ‘2002 월드컵’ 노래가 흘러나오던 분홍색 네발자전거를 탔다. 좀 더 머리가 커서는 무작정 두발자전거를 타겠다고 덤볐다. 매일 저녁 가족들과 밖에 나가 보조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연습했다. 균형잡기에 소질이 없었던 터라 2주 넘게 연습한 뒤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전거를 혼자 탈 수 있었던 날이 여전히 생생하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는 걸 좋아했던 나는 막상 성인이 되어서는 자전거를 가끔 탔다. 늦여름 강원 춘천의 공지천 길을 산책하다 자전거 타기를 열심히 연습하는 꼬마를 봤다. 그 아이는 아빠가 자전거 뒤꽁무니를 잡은 손을 놓자,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다. 울법도 한데 그 애는 먼지를 툭툭 털고 더 타겠다며 웃었다. 이상하게도 예전에 처음 자전거를 탔던 때가 떠올랐다. 자전거를 자주 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전거는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넘어져도 즐거웠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올라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됐다.

▲ [작심한달 자전거1] 지난 2021년 강원 춘천 육림랜드 일대의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채윤

■호기롭게 시작한 자전거에 넉다운

코로나가 세상을 막 덮쳤을 무렵, 나는 ‘운동’을 핑계로 당근마켓에서 3만 원을 주고 자전거를 구매했다. 흰색 프레임이 매력적인 녀석이었다. 운동을 하겠다고 샀지만 자주 타지는 않았다. 통학용으로 타기엔 오르막길을 오르기가 힘들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래도 자전거와 함께 춘천을 종종 누볐다. 육림랜드부터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강촌까지 다녀온 적도 있었다. 출퇴근할 땐 내 자전거가 아닌 전기 공유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다니기도 했다. 몇년 만에 자전거 주차장에 방치해뒀던 자전거를 다시 꺼냈다. 페달을 밟은 지 단 5분 만에 체력이 달렸다. 안장에 앉았을 때 통증도 느껴졌고, 페달을 밟으니 숨이 턱턱 막혔다. 무리하지 않고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짧은 시간 타되 자주 탔다. 자전거 덕분에 골목이나 주차하기 힘든 곳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 [작심한달 자전거2] 새 자전거를 주문하는 모습. 이채윤

■ 5분 라이더, 새로운 자전거를 사다

그렇게 5분 라이더가 자전거와 다시 친해졌을 무렵, 자전거의 체인이 끊어졌다. 한창 페달을 밟던 중 자전거가 아예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수리점에 맡겨서 임시방편으로 자전거를 고쳤다. 수리점 사장님께서는 이 자전거의 체인, 타이어, 각종 장치를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구매가 3만 원인 자전거에게 자기 몸값보다 더 큰 비용을 쓰고 싶지 않았다. 사장님께서 내 자전거의 방치된 상태에 대해서 상세하게 말씀해 주시는 와중에 사장님 옆에 서있는 노란빛 중고 자전거가 눈에 계속 들어왔다. 원래 자전거를 고치면 쓸 만한 것 같아 4만원을 주고 고쳤지만 타다가 다시 고장이 났다. 비통한 마음으로 자전거를 고치러 갔다. 사장님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노란 자전거만 눈에 밟혔다. 그래서 원래 자전거는 버리기로 하고, 1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새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를 십 년간 탔지만 자전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나는 내가 미니벨로 자전거와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봤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자전거를 탈 때 안장을 높게 하는 게 정석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 자전거의 빠진 체인을 끼우는 방법과 기어를 조정하는 법도 사장님께 들었다.

새 자전거는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브레이크 잡는 것도, 자세도 어색했다. 그래도 계속 타보면 자전거도 ‘길이 든다’고 했다. 몇 번 시내를 돌면서 탈 만하다고 생각했을 무렵 회사에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탔다. 비가 조금 내리던 퇴근길에 너무 신이 났던 탓일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자전거를 타다가 앞으로 넘어졌다. 자전거는 체인이 빠지고 나는 손목을 다쳐 반깁스하고 다녀야만 했다.

▲ [작심한달 자전거3] 강원 춘천의 한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방법은?

손목을 최대한 쓰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자전거도 타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다가 호되게 혼났다. 자전거를 타면서 다친 적이 처음이라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 자전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지구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다만 자전거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잘못된 자세로 무리하게 탈 경우 근골격계 상처를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전거를 탈 땐, ‘허리 통증’에 주의해야 한다. 허리통증은 대부분 핸들이 너무 낮거나 안장이 높은 것이 원인이다. 이럴 때 허리가 과도하게 숙여져 허리가 받는 하중이 커지고, 척추 주변 근육이 경직되며 통증이 나타난다. 허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타기 전, 핸들과 안장의 높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장과 핸들의 높이는 허리 각도가 15~30도 정도 되도록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 또, 올바른 자세라 할지라도 장기간 고정된 자세로 자전거를 타면 허리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30분마다 목과 허리를 스트레칭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안장 높이는 무릎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페달을 밟을 때 다리를 지나치게 쭉 뻗으면 무릎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또, 허벅지 뒤쪽 근육과 힘줄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상태로 무리하게 페달링을 반복하면 장경인대증후군과 슬개건염으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전거를 타야 한다. 먼저, 안장은 한쪽 페달이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때, 무릎이 살짝 굽혀진 정도로 맞춘다. 발을 구를 때는 발을 쭉 뻗는 느낌이 아닌 원을 그리는 느낌으로 타야 하며, 페달은 발뒤꿈치가 아닌 앞쪽으로 밟아야 한다.

손목은 넘어질 때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다. 넘어질 때 무의식중에 손부터 짚기 때문이다. 손목을 짚고 넘어지면 체중의 약 2~10배 정도의 손목이 가해지는데, 이에 따라 손목이 골절될 위험이 있다. 특히, 자전거를 탈 때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심한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어깨부터 바닥에 닿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에는 어깨 관절이 탈골될 위험이 있다. 어깨가 탈골됐을 때, 다시 맞추면 무리 없이 잘 움직이지만, 탈골 시 통증이 심하고 반복적으로 탈구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자전거는 운전자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부상 위험이 크다. 안전모, 손목보호대, 무릎 보호대 등의 보호 장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 눈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도로가 미끄러워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으므로 자전거 타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 [작심한달 자전거4] 간단하게 주위의 장을 볼 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감성있는 종이 봉투’가 아닌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 모습.
▲ [작심한달자전거6] 강원 춘천역 인근에서 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아무튼, 자전거

손목 부상이 나은 이후로 자전거를 꾸준히 탔다. 밤에 타는 것보다 낮에 마트 갈 때 애용한다. 걷기엔 먼데 차를 타고 가기엔 너무 가까운 애매한 거리에 자전거 타는 게 제격이다. 시간이 날 땐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탄다. 컨디션이 좋을 땐 출퇴근을 자전거로 해보곤 한다. 걸어서는 못 보는 풍경을 자전거 타면서 바라볼 때마다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 내가 밟는 두 바퀴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감각에서 오는 자유로움도 좋다. 아침 공기와 초저녁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감을 누구보다 빨리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자전거와 함께하는 출퇴근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운동과 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자전거를 한번 배우면 평생 타는 법을 잊지 않는 것도 좋다. 언젠가 춘천에 이어진 자전거 도로를 통해 서울까지 갔다가, 서울과 부산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때까지 틈틈이 자전거를 타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힘이 들어 5분도 못 탔던 자전거를 이제는 1시간 가까이 탈 수 있게 됐다. 자전거는 단순히 취미를 넘어선 ‘일상’의 영역에서 함께 하고 있다.


▶▶▶비교적 쉽게 시작…부상 주의

자전거는 남녀노소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최근 공유자전거가 활성화되는 추세고, 원주 ‘e바퀴’등 지자체에서도 공영자전거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자전거를 사지 않아도 편하게 접할 수 있다. 다만 속칭 ‘장비 빨’을 중요시 생각한다면 고가의 자전거와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이동도 하고 운동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겨울철엔 추위, 여름철엔 장마 등 계절의 영향을 많이 타 야외 자전거를 자주 탈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겠고, 한번 다치면 부상이 클 수 있으니 스트레칭을 꼭 하고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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