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육하는 듯" 오은영, 예비 초1 딸에 다 맞추는 엄마에 '일침'
예비 초1 딸의 요구를 다 들어주며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는 엄마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일침을 가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 -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엄마와 떨어지면 돌변하는 예비 초1 딸의 사연이 공개됐다. 스튜디오에는 금쪽이 부모가 출연했다.
금쪽이는 엄마와 집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어린이집에만 가면 괴성과 함께 바닥을 구르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한다고 했다.
이어 공개된 영상 속 금쪽이는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스스로 독서를 하거나 수학 문제, 받아쓰기 등 문제를 척척 풀어내며 우등생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어린이집에서 금쪽이는 친구들이 쌓은 블록을 무너트리고 도망치고는 사과하는 것도 거부했다. 금쪽이는 선생님 지시도 무시하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가 하면 선생님 식판에 있는 음식을 빼앗아 먹으며 즐거워했다.
오은영 박사는 "행동의 편차가 현저하게 차이 날 때는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람에게 다가가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유치하다. 의도가 나쁜 게 아니라 나이보다 미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산, 한글은 잘 해내도 일상에서는 유치한 방법을 쓴다"고 짚었다.
금쪽이는 언어 수업에서 주인공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타인의 감정을 유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말속엔 사람들의 숨은 의도가 있다. 그걸 잘 이해하면 문어체처럼 설명하지 않아도 통한다. 그러나 금쪽이는 책처럼 설명해 주지 않으면 숨겨진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 입장을 읽어내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쪽이는 자기 직전 밤 9시임에도 초콜릿을 먹고 싶어 했고, 엄마는 아빠에게 초콜릿을 사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아빠가 금쪽이가 원하던 것과는 다른 초콜릿이라며 떼를 썼고, 그러자 엄마는 "3개 다 사 왔어야지"라며 남편 탓을 했다.
결국 아빠는 다시 초콜릿을 사러 나갔지만 금쪽이가 원하던 것이 없었고, 대신 초콜릿 3개를 받았다. 금쪽이가 속상해하면서도 상황을 받아들이자 엄마는 오히려 딸에게 "내일 또 사줄게. 이해해줘서 고마워"라고 감사 인사를 해 충격을 안겼다.
오은영 박사는 "엄마는 반드시 해야 하는 훈육도 있는데 안 한다. 그러니까 갈등이 생길 일이 없다. 아이가 조금만 힘들어하면 너무 안타까워서 엄마가 아예 경험을 안 시켜줬기 때문이다. 아이가 실제로 편안한 게 아니라 엄마가 미리 안 겪게 다 차단했다. 그러나 어린이집에서는 기준에 맞춰서 아이를 대하다 보니까 집에서와는 달리 불편한 점이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엄마와 잘 지내는 건 엄마가 (갈등을) 다 피해 온 거라 본다"며 "아이 내면을 단단하게 해주셔야 하는데 힘들어하는 걸 무조건 채워줘서 지금 가짜 평화에 취해있다"고 꼬집었다.
금쪽이 엄마는 외식할 때도 예비 초1 딸에게 계속 음식을 떠먹여 주는가 하면 대형 키즈 카페에 가서도 금쪽이가 걱정돼 1시간도 놀지 않고 집에 돌아왔다.
금쪽이 엄마는 집에서는 딸이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감자튀김, 아이스크림, 초콜릿, 귤 등 계속해서 간식을 줘 놀라움을 안겼다. 직접 아이 입에 간식을 넣어주고 물도 먹여줬다. 그런 후에도 엄마는 딸에게 "밥 먹어야지"라며 여러 가지 메뉴 중 고를 수 있게끔 해줬다.
오은영 박사는 "제 적나라한 느낌을 표현하겠다. (엄마가) 사육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아이한테 불필요하게 먹을 걸 많이 주는데 다 입에 넣어준다. 필요한 걸 가르치면 (사육하는) 느낌이 덜 들 텐데 자기 나이에 해야 하는 걸 많이 안 가르치니까 (아이가) 잘 못 한다. 이 나이에 필요한 건 많은 부분이 빠져있는데, 먹이는 데 집중하니까 그런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자발적으로 아이 의견을 묻지 않고 알아서 챙겨주는 건 신생아 때, 두돌 미만은 부모가 챙겨주는 데 (엄마는) 그때 양육에 머물러 있다. 아이랑 조율을 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엄마가 아이한테 떠먹여 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나서 이 아이한테 필요한 인간이고 삶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 "'아이는 먹고 싶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배고프면 자발적으로 표현한다. 표현할 수 있는 나이이지 않나. 신생아가 아니다. 본인이 말도 하기 전에 원하지도 않는데 미리 제공해 결국 비만이 되면 그 피해는 누가 겪나. 고스란히 아이가 겪는다. 아이 인생이 엄마 거냐. 아니지 않나. 아이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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