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재생에너지 위한 ‘저장장치·전력망 강화’ 서약 불참

윤연정 기자 2024. 11. 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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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아제르바이잔 등 4개국 참여
15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 스타디움의 모습.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해 4개 나라가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력망(Grids) 확대” 서약에 참여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던 우리나라는 참여하지 않아,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15일(현지시각) 기후총회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영국, 우루과이, 벨기에 그리고 스웨덴 등 4개국은 ‘전지구적 에너지저장장치 및 전력망 서약’에 참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서약의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저장장치 용량을 2022년 250기가와트(GW)보다 6배 확대한 1500기가와트로 확충하고, 2040년까지 8000만㎞ 길이의 전력망을 추가 또는 개조”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저장장치·전력망은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반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여지껏 국제사회가 합의해온 ‘재생에너지 확대’의 연장선 위에 있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등 장점이 크지만, 생산·소비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등 변동성이 크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큰 용량의 배터리나 풍부하고 안정된 전력망 등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해 재생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전력망은 올해 기후총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이 특히 공을 들여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해 123개국이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서약했는데, 이번엔 그 목표를 실제로 이루기 위한 기반을 만들자는 서약을 내놓는 것이다.

올해 4월 주요7개국(G7)에서도 2030년까지 전력저장 용량을 기존보다 6배 넘게 늘리는 데 합의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숫자가 늘어나, 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부문 에너지저장장치 용량을 2022년 230기가와트에서 2030년 1500기가와트로 6.5배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4개국 서약에 한국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한겨레 취재 결과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불과 3일 전인 11월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보고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국 참여 여부’ 질의에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이미 참여를 부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던 것이다.

15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 스타디움 내 한국관의 모습.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서약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서약은 에너지저장장치 용량을 ‘2022년 대비 2030년까지 6배’로 늘리는 내용인데, 우리나라는 2022년 용량 기준 설치량이 10기가와트를 넘어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라고 밝혔다. 2022년을 기준으로 삼아 6배로 늘리기에는 “기저가 너무 높아서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3배’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국내 여건상 그만큼의 배터리가 필요 없다”며 “일정하지 않은 전력 생산을 맞춰주는 백업 설비에는 배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양수 발전도 있고 수소 생산도 있는데, 서약에는 ‘배터리’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괴리감이 있다고 봐서 지지를 보류했다. (총회) 의제로 채택이 된다면 (최종) 결정은 협상장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로,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는데도 오히려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저장시스템 같은 ‘유연성 자원’이 부족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연성 자원’은 전력계통에서 전기 공급과 소비를 유연하게 해주거나 유연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기술과 자원을 말한다.

국내 관련 산업계에서도 “그동안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의 중요성이 커져 왔음에도 2020년 보급정책 종료 이후 계속 위축돼 왔다”며 “한국이 (관련) 글로벌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내 시장에 에너지저장장치 투자 신호를 제공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향후 6배 확대가 예상되는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다른 의제 중 하나인 ‘수소 선언’(수소의 공공 및 민간 투자와 규제 등 관련)에는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날 유럽연합에서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쿠/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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