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바닥에도, 입시설명회에 3000여명 몰렸다 왜? [2025 수능]

최서은 기자 2024. 11. 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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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다음날인 1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종로학원 입시설명회에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최서은 기자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평이했지만 탐구 과목이 조금 어려웠다. 변별력이 아주 없진 않았다.”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2025 정시 합격점수 예측 및 전략 설명회’에서 만난 정하윤씨(19)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를 목표로 한다는 정씨는 “의대 증원 등으로 입시가 혼란스러웠지만 신경쓰지 않고 공부했다”며 “창업을 하거나 도전하는 삶을 원해서 의대는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끝난 직후 열린 대형 학원의 입시설명회인 만큼 이날 수많은 이들이 현장에 몰렸다. 종로학원은 전날 수능을 본 수험생과 학부모 30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자리가 모자라 일부 참가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설명을 들었다. 학원에서 나눠준 자료집과 배치참고표를 살펴보며 필기를 하는 이들도 보였다. 참석자들은 정면 스크린에 입시정보가 뜨자 일제히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찍기도 했다.

학원 측은 의대 증원과 ‘N수생’ 증가 등 변수가 많아지면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렸다고 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의대 증원과 21년 만에 최다인 N수생 유입, 무전공 선발 확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다보니 많은 인원이 모인 것 같다”며 “올해 수능이 지난해보다 쉬워 입시가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가 모두 지난해보다 다소 쉬웠고, 탐구 영역은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매우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웠지만, 수학 미적분이나 사회탐구의 사회문화, 생활과윤리 등에는 다소 까다로운 문제들도 있어 아주 쉬운 수능도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종로학원이 올해 수능 직후 응시자 97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 이번 수능의 전체적인 난이도를 “보통”이라고 한 응답자가 41.5%로 가장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는 탐구영역(60.9%)을 꼽는 이들이 다수였다.

이날 입시설명회를 찾은 수험생들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를 따라 설명회에 왔다는 고3 수험생 구모씨(18)는 “이번 수능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았다”며 “내가 어느정도 대학에 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설명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과라 과학탐구를 선택했는데 교차지원도 고려해보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설명회에 온 반수생 백모씨(19)는 “이번 수능 난이도는 평이했다”며 “사회문화와 생활과윤리는 좀 어려웠다”고 말했다. 백씨의 어머니는 “딸이 정시로 가게 될 경우 대학 커트라인이나 입시 전략 등을 알기 위해 설명회에 오게 됐다”며 “정부의 입시 정책이 일관적이지 않고, 여러 문제들이 많아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설명회에 참석한 이과 재수생인 A씨(19)는 “이번 수능에서 탐구 과목이 제일 어려웠다”며 “변별력은 지난해보다는 덜했지만 아예 변별력이 없다고 보긴 어려운 같다”고 했다. 그는 “정시에서는 안정 지원할 예정인데 눈치싸움을 많이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의대 증원과 21년 만에 가장 많은 N수생들이 몰린 시험인만큼 상위권 변별력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수능이 지난해보다 다소 쉽게 출제됨에 따라 최상위권 변별력이 얼마나 확보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국어와 영어에서는 최상위권 변별력이 없다”며 “국·수·영보다는 탐구에서 결판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금 고득점을 맞아놓고도 동점자 구간에 묶여서 원하는 곳에 원서 접수를 결정하기 대단히 어렵고 정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수능에서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수학과 탐구영역에서 변별력이 나올 것 같고, 여러 과목을 쓰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충분히 변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이 확보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이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50대 학부모 B씨는 각각 고3 이과생, 문과 재수생인 두 자녀가 올해 수능을 치렀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올해 수능의 변별력이 없었다고 하는데 시험을 왜 이렇게 내는지 모르겠다”며 “수학의 미적분에서 조금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최상위권에게는 그렇게 고난이도는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BS 현장교사단은 지난 14일 수능 출제 경향을 브리핑하면서 변별력 확보가 꼭 최상위권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EBS 현장교사단의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건 최상위권뿐 아니라 상위권-중위권-하위권을 변별하는 것까지 내포한다”며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시험이 된다면 (최상위권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자신들이 공부한 것을 온전히 평가받기 어려진다. 이번 수능엔 상위권을 변별하는 문제들이 충분히 출제됐다고 본다”고 했다.


☞ 수능 출제위원단 “킬러문항 배제···적정 난이도 문항 고르게 출제”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11140848001


☞ 서울대 의대 ‘292→294점’ 정시 합격선 오를 듯 “다소 쉬워진 수능 영향”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11151633001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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