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회장 연임 반대' 체육회 노조 "''무보수 명예직' 걸맞는 인사 새 수장 되길"
공정위 회의 때 시위 펼치기도
"현행 체육회장 선거 제도 개선도 필요"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도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노동조합(노조)이 '무보수 명예직'에 걸맞는 인사의 회장 당선을 바라는 한편 현행 체육회장 선거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육회 노조는 지난달 중순 이 회장의 불출마 선언을 촉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과도한 개입을 지적하는 '대한민국 체육의 봄은 올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이 회장 3선 도전에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성명서 발표에 그친 것이 아니라 행동에도 나섰다. 이 회장의 연임 자격을 심의한 4일 스포츠공정위원회 소위원회, 12일 전체 회의 때 회의장을 찾아 시위를 벌였다.
체육회 노조가 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적극 행동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성하 노조위원장은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현 회장의 리더십에 굉장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 회장의 방만한 조직 운영과 부적절한 인사 등 각종 비위 행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 회장 체제에서는 더 이상 조직의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데 노조원들이 뜻을 같이 했다"고 최근 행보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이 회장이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한다고 지적한 김 위원장과 박민호 노조 부위원장은 체육회장이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에 걸맞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사가 차기 수장이 되길 바랐다.
아울러 현행 체육회장 선거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비전 없이 주먹구구식 운영…이 회장, 개인 영달만 추구"
점검단은 이 회장 등 관련자 8명을 직원 부정채용(업무 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낭비(배임) 등 혐의로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 회장은 체육회장으로서 체육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본연의 업무를 하지 않고, 다음 행보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에 집중했다. 몇 년 동안 이 회장이 체육회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정치적인 놀음을 하는데 직원들이 무척 피로감을 느꼈다"며 "확실한 비전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데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고 비판했다.
임정민 정책국장은 "단순히 이 회장의 갑질이나 괴롭힘이 방아쇠가 돼서 노조가 적극적인 대처를 하게 된 것이 아니다. 사업 추진에 있어 올바르지 않은 지침을 내리고,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을 강요하면서 예산을 탕진하는 일이 계속 쌓여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 회장의 방만한 운영의 최근 사례로 평창 동계훈련센터, 장흥 교육센터 등 지방 사업장 확대를 꼽았다.
그는 "현재 체육회는 하드웨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더 발전시킬 방법이 필요하다"며 "현재 체육회에는 교육센터에서 상시로 진행할만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센터부터 지었다. 아마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센터가 대부분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 지어졌다. 이 회장이 연임할 경우 해당 센터의 센터장 등을 이 회장의 비선, 특보들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차기 회장 당선을 위한 '표밭'을 관리하느라 위원회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특보 선임으로 인한 인건비 탕진도 허다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물론 심의 기능을 하는 등 반드시 필요한 위원회도 있지만, 이 회장이 차기 선거를 위해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지면서 허울 뿐인 위원회가 생겨난 것이 사실"이라며 "스포츠공정위원회도 구성 자체가 100% 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불통'도 불만을 키운 요소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사실 직원이 회장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다. 논란이 된 2024 파리 올림픽 참관단도 내부에서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지만, 무리하게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참모라고 볼 수 있는 사람도 사실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자신의 눈 밖에 난 사람은 절대 승진시키지 않으면서 조직을 장악했다"고 덧붙였다.
"차기 회장 '무보수 명예직'에 걸맞아야…선거 제도 개선도 필요"
이 회장이 점검단의 수사 의뢰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데다 여론까지 악화돼 3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 회장의 3선에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낸 체육회 노조가 바라는 차기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에 걸맞는 인물이다.
박 부위원장은 "체육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주는 분이 차기 회장이 되길 바란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체육계 발전을 위한 방향을 고심하고, 정부와의 조율과 스포츠 외교에 힘써주시는 분이 신임 회장이 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국가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같은 경우 대부분 무보수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발룬티어(volunteer·봉사자)'라고 표현한다"며 "한국 체육계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을 지니신 분이 차기 회장이 되셨으면 하는 것이 노조의 바람"이라고 말을 보탰다.
체육회 노조 측은 현행 체육회장 선거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회장은 체육회 대의원, 회원 종목 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선거인 후보자 중에서 2000여명의 선거인단을 꾸려 실시한다.
애초 선거인단은 100% 무작위 방식으로 뽑았는데, 2022년 말 체육회 정관에 '지정선거인' 제도가 신설됐다.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선거인단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선거인단 규모를 고려하면 10% 규모다.
이 회장이 기존 체육회 조직을 차기 회장 선거에서 활용하기 위해 규정을 손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지정선거인 제도는 기존 회장이 임기 중에 어느 정도 표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현행 선거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한 '정치'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선거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사실 체육회가 지정선거인 제도를 신설할 때 이를 승인해준 문화체육관광부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아예 선거인단 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현 회장이 특정 선거인단을 위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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