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뜬 눈, 긴장 풀려 응급실"…100억 '스미싱' 일당 잡은 경찰관

오석진 기자 2024. 11.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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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서명재 경위는 수사 초기 검거한 피의자의 텔레그램을 통해 배후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어 "경찰이 책무를 다해야 국민의 일상이 평온하다"며 "경찰 가족도 국민이지 않나. 가족을 위해서라도 경찰의 책무를 다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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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서명재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경상북도경찰청. /사진=경찰 제공

"다음주 결혼식 있다길래 눌렀는데 다 빠져나갔어요."

지난해 7월 40대 여성이 경북 칠곡경찰서로 뛰어들어왔다. 그는 결혼식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 링크를 누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순식간에 주민등록등본이 발급됐다는 알림과 함께 통장에서 1900만원이 빠져나갔다. 피해자만 230명, 피해금 1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스미싱(문자 피싱)' 수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서명재 경위는 수사 초기 검거한 피의자의 텔레그램을 통해 배후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파악된 것만 86명 규모였다. 이 중 8명은 해외에서 범행에서 가담했으며 사용된 계좌는 70여개, 거래 횟수는 30만여건에 달했다.

이들은 청첩장과 부고장, 택배 문자, 주민등록증 발급 등 문자를 보내고 피해자들이 문자 속 링크를 누르면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해 돈을 빼냈다. 피해금은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수법으로 '세탁'했다.

피해 규모를 파악한 서 경위는 '한 명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직접 베트남으로 가서 현지 수사 인력, 정보원과 단서를 공유하며 연일 구슬땀을 흘렸다. 서울로 돌아와 조직원들의 소재 등을 인접국 경찰과 공유해 제 3국으로 도피를 차단했다. 지난 8월 베트남 공안은 조직원 3명을 붙잡았고 압박을 느낀 조직원 2명은 자수했다. 지난 9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총책 A씨가 검거됐다.

'20시간' 뜬 눈으로 지켜본 송환 과정…피의자 구속되자 긴장 풀려 응급실행
지난 9월14일 서명재 경위가 검거한 범인들을 확인하는 모습(왼쪽)과 같은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피의자들을 국내 송환하는 모습. /사진제공=경찰

서 경위는 A씨 등 송환을 위해 베트남을 3차례 방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지 구속된 피의자를 제외하고 5명의 강제 송환이 결정됐다. A씨 등 3명을 한번에 송환할 때는 서 경위가 소속된 팀 전체가 베트남으로 넘어갔다. 서 경위는 약 20시간 눈 뜬 채로 A씨 등을 지켜봤다. 식사는 물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추석 연휴도 반납했다. 서 경위는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밤 9시 영장이 발부되자 몸에 힘이 빠지고 웃음이 났다. 갑자기 열이 올랐고 39.5도(℃)까지 오른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서 경위는 응급실에 실려가 링거를 맞았다.

올해 15년차 베테랑 "가족 위해서라도 경찰 책무 다할 것"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경제팀장 서명재 경위. /사진=본인제공

서 경위는 "과거에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자를 주의하고 첨부된 링크만 클릭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엔 다르다"며 "특정인 휴대전화에 침입해 저장된 연락처로 모바일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보낸다"고 밝혔다.

서 경위는 올해로 15년째 경찰로 활약하고 있다. 2010년 순경으로 입직해 △형사 수사 3년 △지능 수사 3년 △사이버 수사 5년 등 근무했다. 그는 "경찰이 된 데는 부모님 영향이 컸다"며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늘 '엇나가지 말고 정의로운 사람이 돼라'고 말해주셨다"고 했다.

서 경위는 "주말은 가정을 위해 쓰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언제 와'라고 말하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책무를 다해야 국민의 일상이 평온하다"며 "경찰 가족도 국민이지 않나. 가족을 위해서라도 경찰의 책무를 다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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