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마저 '베어마켓' 우려…낙제점 기업이 발목 잡는 니프티

지난 1월2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보이는 일출의 모습. /사진=(뭄바이 AFP=뉴스1)

인도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 상장사들이 높은 밸류에이션 대비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자, 한 달 넘게 지속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16일 해외 투자 정보 채널 원리포트 리서치는 더 이코노믹 타임즈 보도를 인용해 인도 증시 시가총액 100억루피(약 1664억원)를 넘는 약 900개 기업 주가가 52주 최고가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기간과 가격 측면에서 지난해 3월 이후 처음 겪는 큰 폭의 조정이다. 공식적으로는 벤치마크 지수가 고점 대비 20% 하락해야 베어마켓으로 여겨지지만 체감상 약세장에 진입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니프티50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고 있다. 이번 주(11월 11일 ~14일)에도 2.55% 하락했다. 지난 9월 말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외인 매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인도 언론 비즈니스 스탠다드(BS)가 인용한 인도 국립증권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FPI)들은 9월 2억 7000만달러(약 983억원)를 매도한 데 이어 10월에도 99억달러(약 13조 9144억원)를 팔아치웠다. 이는 월간으로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이 곧 멈출 것이란 기대감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는 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인의 재집권 시대를 맞이해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도 변수다.

높은 밸류에이션 대비 부진한 기업들의 실적도 난제다.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기업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니프티50에 포함된 실적 발표 기업 44곳 중 50% 이상의 기업이 분석가 추정치에 못 미치거나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인도 현지 증권사 JM 파이낸셜이 집계한 157개 기업 가운데 44%가 시장 예상에 미달하는 실적을 냈다.

웰스 트러스트 캐피탈 창립자인 스네아 자인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며 광범위한 시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높은 밸류에이션 종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