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빠 친구야" 유인하려던 60대 남성…11살 아이의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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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A 양(당시 11세)이 용접공 B 씨(67·남)를 처음 마주친 것은 2008년 2월 말, 부산 사상구의 한 빌라 계단에서였다.
A 양은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켰지만, B 씨는 "잘 모르겠다"면서 "1만 원을 줄 테니 저기 빌라 옥상에 가면 잘 보이니까 거기서 가르쳐줄래?"라고 유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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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전화해 학교 선생님 사칭까지…"피해자가 적절히 대처"
"OO교회가 어디 있니?"
A 양은 순순히 B 씨를 따라 옆동 빌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은 잠겨 있었고, B 씨는 A 양을 데리고 다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또 문이 잠겨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던 B 씨는 갑자기 A 양에게 "몸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보자"며 양팔로 뒤에서 A 양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A 양의 바지를 끌어 올려주는 척하며 추행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A 양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B 씨를 또 마주쳤다. B 씨는 또다시 "OO교회를 가르쳐 달라"고 접근한 후 A 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쁘다"고 말했다.
B 씨가 A 양의 등을 떠밀듯 인적이 드문 골목길 안쪽으로 데려가려고 하자, 문득 겁이 난 A 양은 부리나케 도망쳐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 후로도 B 씨는 끈질기게 A 양에게 접근했다. "과자를 사준다"는 B 씨의 유혹에 A 양은 "필요 없다"며 등을 돌렸고, B 씨가 "네 아빠 친구인데 아빠한테 같이 가자"고 하자 A 양은 "우리 아빠와 엄마 이름이 뭐냐"고 되묻곤 집으로 가버렸다.
B 씨는 하굣길에서 기다리다 마주친 A 양에게 1000원을 내밀며 "따라오면 1000원을 더 주겠다"고 유혹했다. 하지만 A 양은 덥석 손을 잡아당기는 B 씨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도망쳤다.
B 씨는 A 양을 유인하려 학교 선생님을 사칭하기도 했다. B 씨는 공중전화부스에서 이전에 A 양이 가르쳐줬던 집 전화번호로 전화해 "학교 보건선생님인데, 조사할 게 있다"며 "교무실로 나올래"라고 말했다. 하지만 A 양이 보건선생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는 2008년 11월 7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및 미성년자유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어린 피해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 또한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이 인정된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와 같은 피고인의 성범죄는 대단히 죄질 불량한 소행"이라며 "어린 피해자가 적절히 대처해 속거나 끌려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진다"고 판시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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