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하면 청년은요?[뉴스레터 점선면]

오경민 기자 2024. 1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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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변희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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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점선면Deep 미리 보기’를 통해 독자님들께 은퇴 후엔 어떤 돈으로 살아가실 건지 물었습니다. 가장 많은 답변은 ‘국민연금을 믿고 꼬박꼬박 넣는다’(70%)였어요. 그런데 국민연금만 넣겠다는 분은 없었습니다. 국민연금을 선택하신 분 모두 개인연금을 준비하거나 재테크로 미리 자산을 불려두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하셨어요. 게다가 10명 중 6명의 독자님은 정년을 넘어 ‘몸이 허락하는 한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고도 하셨습니다.

출근은 매번 힘들지만, 되도록 오래 일해야 겠다는 생각. 저도 이해가 갑니다. 노동소득 없는 삶이 너무나도 막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겠지요. 한국의 법적 정년은 60세입니다. 그럼 그 이후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오늘 점선면Deep은 60세 이후의 노동을 위한 정년연장·계속고용을 다룹니다.
급하다 급해
경기 의정부시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살펴 보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초까지 결론 내겠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28일 고령자 계속고용, 정년 연장 문제를 두고 한 말입니다. 경사노위는 만 60세 정년을 넘긴 고령 노동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 정년 연장은 노동자가 60세를 넘겨 특정 나이까지 일할 수 있도록 일률적으로 바꾸는 조치라면, 계속고용은 더 유연합니다. 퇴직한 노동자의 급여를 낮추거나 몇 개월 또는 몇 년으로 고용기간을 제한하는 등 전과 다른 형태로 계약을 맺는 ‘재고용’ 방식도 포함합니다.

· 노동계는 ‘법정 정년연장’을,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을 각각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논의를 종합해 늦어도 내년 초까지 ‘계속고용 로드맵’을 만들 계획입니다.

· 왜 지금일까요? 정부는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듭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인 1964~1974년생이 차례로 정년퇴직할 예정이라 분주합니다.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1964~1974년생이거든요. 이들이 모두 일을 관두면 경제성장이 둔해질까 우려하는 겁니다.

·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노인들이 겪을 ‘소득 절벽’도 문제입니다. 60세면 받을 수 있던 국민연금. 2028년엔 64세부터, 2033년엔 65세부터 탈 수 있어요. 퇴직을 60세에 한다면 61세부터 64세까지는 월급도 연금도 없는 채로 지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 최근 행정안전부와 대구시가 각각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직의 정년을 65세로 늘렸습니다. 이를 정년 연장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급속한 고령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로 많은 인구가 노동시장을 떠날 예정입니다. 정부는 정년 연장 관련 논의를 내년 초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가속노화 중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서도 고령인구 비중(65세 이상)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특별한 점은 속도입니다. 고령인구 비중이 14%에서 20%에 도달하는 기간을 보면 오스트리아는 53년, 영국은 50년, 미국은 15년, 일본은 10년으로 추정됩니다. 2018년에 14%대였던 한국의 고령인구는 바로 내년 20%를 돌파할 예정이에요. 고작 7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런데 고령인구 다수가 빈곤합니다. 2024년 4월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39.3%에 달합니다. 노인 5명 중 2명은 중위소득의 절반(약 월 125만원)보다 적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뜻입니다. OECD 국가 평균인 14.9%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예요. 부동산 자산 등을 고려해 소득을 보정해도 OECD 평균에 비해 노인빈곤율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변희슬 기자

OECD는 한국의 노인이 가난한 이유를 ‘미성숙한 공적연금’에서 찾습니다. OECD 주요국에서는 연금제도가 노후생활을 뒷받침합니다. 은퇴 이후에도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죠. OECD 국가들의 공적 연금 소득대체율은 평균 50.7%인데 한국은 31.2%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절반 가까운 노인은 받지 못합니다.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인 동시에 노인이 가난한 나라예요. 노인빈곤율을 개선하지 않으면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겪게 될 겁니다.

늙어서도 일하라고? 이미 하는데요

정년을 늘려 오래 일하게 하면 노인들이 덜 가난하게 지내지 않을까요. 그런데 노인들은 이미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2021년 기준 34.9%입니다. OECD 평균인 15.0%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예요. 일본(25.1%)보다도 10%가량 높습니다.

정년은 60세지만 노동시장 실제 은퇴연령(effective age of labour market exit)은 이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남성은 평균 65.4세, 여성은 67.4세까지 일했습니다. OECD 평균은 남성 64.4세, 여성 63.1세로 더 낮습니다.

그래픽=변희슬 기자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생애 가장 오래 일하는 ‘주된 일자리’ 퇴직연령은 49.4세로 나타납니다. 정년보다는 10년 이상 낮고, 실제 은퇴연령과도 15년 가까이 차이가 나요. 가장 오래 몸 담은 직업에서는 50세쯤 물러난 뒤 새로운 일자리에서 정년이 넘어서까지 일한다는 겁니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고령자 다수(35.6%)가 ‘단순노무직’에 재취업합니다. 그간 일한 경력과 노하우를 살리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단순노무직은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상당한 육체적 노력은 필요할 수 있지만 제한된 창의와 판단만을 필요로 하는 업무(고용노동부)”입니다. 건설, 배달, 청소, 가사, 경비 노동을 포함합니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들이 주를 이뤄요.

그래픽=변희슬 기자

“젊어서는 돈을 모아놓은 게 있었으니까 조금씩 써서 몰랐는데 돈이 떨어지니까 앞이 정말 깜깜하더라고요. 나이는 먹었지, 지금 여기라도 당장 그만두면 다음 달부터 생활비가 없어요. 저축해놓은 게 없으니까요.”

병원 건물을 관리하는 최종원씨(75·가명)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인들이 일하는 이유는 국민연금과 복지제도가 이들의 삶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일하는 노인 77.9%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건강을 유지하거나(6.2%) 시간을 보내기 위해(3.1%), 혹은 사회적으로 기여하기 위해(0.2%) 일하는 노인은 적습니다.

지난주 ‘점선면Deep 미리 보기’ 설문에 참여하신 독자님들은 “일이 없으면 심심하니까” “일터는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소라서” “자아실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쓸모 때문에” 정년 이후에도 일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독자님들이 그리신 미래와 현재 노인의 삶 사이 괴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정년까지 일하는 소수

2013년 ‘60세 정년제’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2016년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됐고, 2017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어요.

그러나 정년제를 운용하는 기업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2023년 6월 통계청 조사 결과, 정년제를 운용하는 기업은 21.2%였습니다.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사업체에 노동조합이 있을수록 정년제 운영비율이 높았습니다. 300인 이상 기업 94.6%, 노조가 있는 기업 95.7%에 정년제도가 있었어요.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21.0%, 노조가 없는 기업의 경우 17.8%만이 정년제를 운용했고요.

그래픽=변희슬 기자

중소기업에 정년이 없는 이유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년은 특정 나이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그 나이 이상의 노동자를 일률적으로 퇴직시키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법정 정년을 넘긴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기도 합니다. 정년의 개념 자체가 없는 거죠. 현행법상 정년을 정한다면 60세 이상으로 해야 하지만 정년제를 꼭 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정년제가 의미 있는 기업은 5곳 중 1곳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정년 연장의 혜택도 규모가 크고 노조가 있는,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의 정규직 노동자부터 누리게 될 겁니다. 노동시장의 불균형은 정년 연장의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고 예측되는 근거 중 하나입니다.

한 고령 노동자가 일자리박람회에서 채용 정보를 적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정년 연장의 영향은 산업별, 사업장 규모별로 크게 다르게 나타날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정규직·사무직 일자리부터 정년 연장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요.

이런 일자리 다수가 근무 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연공·호봉제라는 임금 체계 안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너무 많은 인건비가 발생한다고 말해요. 정년 연장에 앞서 임금체계 개편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노동자의 나이가 아닌 생산성·직무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면 고령자 고용으로 인한 임금 부담이 비교적 적어질 것이며, 신규 채용의 문턱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노동계는 연공·호봉제를 보다 유연한 직무급제 등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을 우려합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업장 가운데 노조 결성 비율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노조가 있는 곳은 직무성과급이 도입되더라도 어느 정도 대항력과 협상력을 가지고 사측과 협의할 수 있겠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 사업장은 회사가 정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임금 결정권은 회사가 가져갈 것이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쪼그라들고 말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동자의 협상력이 증대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진 이후 정년 연장·계속 고용이 도입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거예요. 한국 사회는 제대로 된 논의의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까요.

청년 일자리, 줄어들까?

경영계는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 주장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22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년 60세 법제화는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떨어뜨려 청년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인원이 거의 2명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경총 보고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를 인용합니다. 60세 정년 도입의 효과를 추적한 이 연구는 민간부문에서 정년 연장으로 1명 고령 고용이 증가하면 청년 고용이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한 청년이 엎드려 휴식을 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는 KDI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고령 고용이 1명 늘 때 15~29세 30~44세 근로자도 각각 0.37과 0.61명 늘었다고 분석했어요. 고령 고용으로 인해 줄어든 건 45~54세 장년 고용이라고 봤습니다.

고령 고용과 청년 고용은 대체 관계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아요. 1990년대, 국제 사회는 청년 실업과 고령자 고용 사이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당시 OECD는 높은 청년 실업률 원인이 고령자의 노동시장 장기체류에 있다고 보고 고령층의 조기퇴직을 유인하는 권고안을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10여 년간 청년층 실업은 더 심각해졌어요. OECD는 결국 권고안을 폐지했습니다.

이 밖에도 다수의 연구가 고령자 고용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은 기정사실처럼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공적연금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노인들은 노동시장으로 내몰립니다. 대부분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정년을 훌쩍 넘겨서까지 일합니다. 통념과 달리 청년 고용과 노인 고용은 대체 관계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 정년 연장이 던진 질문

프랑스에서도 정년 연장이 한창 이슈였습니다. 노동,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둘러싼 맥락이 아주 다른데요,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한국 노동계가 법정 정년 연장을 지지하는 것과 반대로, 프랑스 노동계는 정년 연장에 반대해 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정년은 곧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이기 때문이에요.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공적연금 수급연령과 법정 정년이 일치하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합니다. 법정 정년이 없는 나라들도 있지만, 고용계약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을 개별적으로 정할 때 반드시 연금 수급연령 이후로 설정하도록 합니다.

다시 프랑스 얘기로 돌아올게요. 프랑스에서 은퇴 생활은 ‘인생의 축복이자 평생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74%에 달하고, 프랑스 퇴직자의 4.4%만이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니 프랑스에서 ‘정년을 늘린다’는 말은 ‘노동하는(연금을 붓는) 기간’은 더 길어지고 기다리던 은퇴 생활은 멀어진다는 이야기였던 거예요. 연금 개혁을 주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했습니다.

지난해 1월, 프랑스 남부 페르피냥에서 연금개혁 반대 촛불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든 현수막에는 ‘정년이 아닌 월급을 올리자’라고 써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서는 정년을 둘러싼 세대 갈등도 없었습니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 시위에는 “미래의 나와 부모님을 위해” 같은 손팻말을 든 학생들도 참여했습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정치철학자 박이대승은 “(프랑스에서) 연금제도의 본질은 ‘한 개인이 태어나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죽을지 관리하는 국가의 전략’이며 ‘삶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돌아보니 정년 연장은 노인 세대 이야기일 뿐 아니라 청년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몇 살까지 일할 것인가’를 정하면 20~30년 뒤 청년도 이 모델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번 늘어난 정년을 줄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오래 일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질문도 남습니다. 정년 연장은 노후 소득 보장에서 국가·사회의 몫을 줄이고 개인의 몫을 늘리는 조치이기도 해요. 국가에서 보장하는 소득이 충분하다면,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이들이 이토록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노인들이 생계형 일자리를 전전하는 이유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연금을 통한 소득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연금 구조 개혁, 정년 연장, 노후 소득보장체계 구축, 노인 일자리 개선은 제각기 따로가 아니라 발맞춰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노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깊이 있는 고민은 부족합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저출생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당장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생 모델을 설계하고 그에 따른 정책 마련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생산가능인구’의 함정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가 정년 연장 논의를 촉발했습니다. 일하고, 돈 벌고, 다른 세대의 부양비를 감당할 노동 인구가 급감할 것이 우려됩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2017년 73.2%에 달했던 생산가능인구는 이 추세라면 2050년 51.2%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2065년에는 고령인구가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앞지릅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필연적이지만 노동 인구의 미래는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저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 “현재 15~64세 인구의 약 3분의 2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여성과 장년(50~64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이들이 더 많이 일하게 된다면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완화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높아졌지만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20~30% 가량, 일본과 비교해도 10% 가량 낮습니다. 이 교수는 여성 고용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은 여성노동자들이 서울 종로 일대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노동권 쟁취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또, 노동의 질을 높이면 노동인구 규모의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OECD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38개국 중 33위로 노동생산성이 낮은 축에 속합니다. 이 교수는 “생산성 개선을 통해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완화할 여지가 크다”고 낙관합니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인재를 만들어내는 교육, 평생에 걸친 건강관리와 교육·훈련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일 것을 제안합니다.

인구 고령화는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절벽’ ‘붕괴’ ‘소멸’ 같은 단어로 호도하기엔 이릅니다. 더 침착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때예요.

무엇보다 생산가능인구 같은 표면적 숫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철학적 질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고령사회에서 인간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 일할 것인가, 은퇴 후 소득은 어느 정도로 보장할 것인가, 개인과 사회가 그 소득에 어느 정도로 기여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모든 세대가 함께 답해야 합니다.

정년 연장은 청년과 노인 세대가 함께 고민할 문제입니다. ‘노동 인구 급감’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기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노동생산성을 개선하면 현상의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로 많은 인구가 노동시장을 떠날 예정입니다. 정부는 정년 연장 관련 논의를 내년 초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적연금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노인들은 노동시장으로 내몰립니다. 대부분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정년을 훌쩍 넘겨서까지 일합니다. 통념과 달리 청년 고용과 노인 고용은 대체관계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정년 연장은 청년과 노인 세대가 함께 고민할 문제입니다. ‘노동 인구 급감’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기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노동생산성을 개선하면 현상의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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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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