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기후변화엔 장사 없다
공격성 부추겨 폭력범죄 발생 ↑
말라리아 등 감염 위험성도 증가
기후변화, 뇌·정신 등에 큰 영향
신체 변화 관찰 통해 해결책 모색
미국에서 2016년 보스턴에 폭염이 닥쳤을 때 조사해보니 에어컨이 없는 기숙사에서 생활한 대학생은 에어컨이 있는 학생보다 인지능력 테스트에서 13% 낮은 반응 속도를 보였다.
미국 UC샌디에이고 교수 조슈아 그래핀 지빈이 중국 대학입학시험 가오카오를 치른 학생 1400만명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1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가오카오 성적은 1% 감소했다. 최상위 대학에 합격할 확률도 2% 줄었다. 미 UCLA 경제학과 박지성 교수가 최근 뉴욕시 학생 100만명을 연구한 결과도 비슷했다. 지난 15년 동안 최소 50만명이 시험 날 평소보다 높은 기온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
책은 이런 현상을 “집에 불이 나면 필수품만 챙겨서 달아나는 현상”에 빗댔다. 뇌 조직은 열에 민감하다. 기온이 높아지면 뇌세포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열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고, 39도부터는 뇌 조직 구조에 변형이 일어난다. 그러니 뇌는 온도 유지에 필사적이다. 뇌를 시원하게 유지하려면 신경계와 순환계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뇌는 인지능력을 희생하더라도 생존에 필수적인 사항부터 챙기게 되는 것이다.
열기는 공격성도 부추긴다. 2011년 미국 경제학자들이 6만건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경기 자료를 정리했다. 연구진은 ‘우리 타자가 몸에 공을 맞고 왔으면 나도 상대팀 타자 몸에 공을 맞히는’ 함무라비식 전통을 들여다봤다. 공을 맞힌 게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방법이 없으니, 선수들은 눈치껏 보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연구 결과 기온이 13도인 날에는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복수할 확률이 22%였으나 35도인 날에는 27%까지 올라갔다. 야구선수만 유별난 건 아니다. 미국 우편국 노동자들의 경우 최고기온이 32도 이상인 날 균등고용기회(EEO) 고발 사례가 5% 늘었고, 노동조합 불평 건수도 4% 가까이 증가했다.
핀란드 경찰 사이에서는 “추운 날씨가 최고의 경찰”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동핀란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핀란드에서 주변 온도가 2도 상승하면 폭력범죄 발생률은 3% 이상 증가했다. 기온이 오르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양이 줄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학자 매슈 랜슨은 기후변화가 미국 내 살인·가중폭행 발생률을 2% 이상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심각성이 와 닿는다. 그는 “2010∼2099년 미국에서는 기후변화로 살인 2만2000건, 강간 18만건, 가중폭행 120만건, 단순폭행 230만건, 강도 26만건, 주거침입 130만건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는 신경에 해로운 독소도 증가시킬 수 있다. 더위가 이어지면 물에서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가 증식한다. 미 다트머스히치콕의료센터 신경의학자 엘리야 스토멜이 루게릭병 발병률과 남조류 대증식이 발생한 지역 사이 상관관계를 살펴보니 발병 사례 9건이 남조류 대증식이 일어난 호수 지역이었다. 이는 평균보다 10∼25배 높은 발병률이다.
2009년 여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10살 소년 필립 곰프가 호수에서 수영한 뒤 8일 만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인은 ‘뇌를 먹는 아메바’인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의한 원발아메바성 수막뇌염이었다. 이 아메바에 의한 감염은 수십년간 수백건이 보고될 만큼 드물지만, 최근 수온이 오르면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이 아메바는 수온이 27도 이상이어야 생존이 가능하며, 46도까지는 거침없이 성장한다. 책은 이처럼 기후변화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서부터 뇌를 좀먹는 아메바에 이르기까지 질병 매개체들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경고한다.
뇌과학자·데이터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후 재난이 우리의 뇌, 감정, 행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결코 기후변화를 미래의 문제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며 우리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봄으로써 궁극적으로 기후위기의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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