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강정아 기자 2024. 11.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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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로 투자 과열” 비판도 나오지만
24개 브랜드, 개인 상표권 아닌 법인 등록
“백종원 대표, 로열티 없이 회사 성장 중점” 호평

더본코리아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열흘이 됐습니다. 상장 첫날 6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이내 주저앉으면서 이른바 ‘안티’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주로 “흑백요리사 열풍 때문에 공모가부터 과열이었다”, “방송도 교묘하게 상장 일정에 맞췄다.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등의 핀잔 섞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백 대표가 상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송 일정을 조정했다는 것은 사실 그럴듯한 추측입니다. 흑백요리사에 이어 지난 10일 백종원 대표가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백패커2’가 막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백 대표는 이달 30일 첫 방송될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전까지 짧은 휴식기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주주들은 “주가 올리려면 예능에 더 많이 출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10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설명회에 참석했다. /뉴스1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비상장사 시절 정보가 많이 노출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언론사와 소통하는 홍보실도 따로 갖추고 있지 않죠. 그러다가 이번 상장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등으로 회사 정보가 조금이나마 밖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의도 증권가는 백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사실 호의적인 시선에 가깝습니다. 한국거래소 등 기업공개(IPO)에 참여했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백종원 대표가 다른 상장사 대표와는 다른 면을 갖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무엇보다 백 대표가 다른 상장사 대표들에 비해 회사 곳간 빼먹기는 전혀 시도하지 않았음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일례로 더본코리아는 브랜드 상표권 모두가 더본코리아 법인 이름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백 대표가 브랜드 아이디어 및 개발 과정에 전반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본인이 의도만 했다면 상표권을 본인의 이름으로 출원하고 이에 대한 로열티를 챙길 수 있었을 텐데, 전혀 하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액(4107억원)의 88%가 외식 사업에서 창출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로열티를 수취했다면 이익이 꽤 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백 대표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그 권리를 더본코리아에 넘겼습니다.

1994년 설립된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역전우동 등 25개 외식 브랜드가 있습니다. 총 2917개의 가맹 점포를 두고 있죠. 전체 브랜드 중 연돈볼카츠를 제외하고는 24개 브랜드 모두 더본코리아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돈볼카츠는 골목식당에 출연해 ‘연돈’ 돈까스로 이름을 알린 김응서 사장이 상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2021년 연돈볼카츠 메뉴 개발 과정에서 “한돈 농가(한돈자조금 관리 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한돈의 비선호 부위 소비 증대를 위해 백종원 대표님과 함께 개발한 것”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백종원·강석원 더본코리아 공동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더본코리아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로 더본코리아는 통행세를 받는 회사가 따로 없습니다. 이는 사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꽤 흔히 쓰이는 꼼수와 같은데요, 가맹점주들에게 물품을 파는 회사를 대표이사 가족 회사 형태로 따로 둔 곳이 꽤 많다고 합니다. 이것이 논란이 되어 지금은 증시에서 사라진 프랜차이즈 기업도 있습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로부터 배당도 별로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익이 났음에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최근 10년간(2014년~2023년) 더본코리아가 배당금을 지급한 적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불과합니다. 각각 17억원, 3억5000만원 규모의 배당금을 당시 주주였던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 전신인 다인인더스트리얼을 공동 설립했던 강석원 부사장에게 지급했습니다.

당시 백 대표가 76.7%의 지분을, 강 부사장이 23.3%를 갖고 있었기에 단순 계산으로는 백 대표는 2년간 약 16억원 정도를 수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지분 60.78%, 강 부사장이 14.36%, 백 대표의 친인척인 박준상씨가 0.28%를 보유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배당 재원은 이익잉여금에서 나오는데, 더본코리아는 2016년 이후로 배당을 멈추면서 그만큼 사용 가능한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더본코리아의 이익잉여금은 1104억원에 달합니다.

향후 더본코리아는 주주 친화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본코리아는 상장 후 향후 3년간 배당금 지급에 175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반주주에게 지급하는 주당 배당금을 올해 300원으로 시작해 2025년 500원, 2026년 700원으로 늘리고, 대주주에게 지급하는 주당 배당금은 올해 200원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일반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더 많이 돌려주면서 주주환원에 적극 참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더본코리아의 주가 향방과 향후 실적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백 대표의 경영 마인드만큼은 우수하다는 게 현재까지의 증권가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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