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엔 치명적인 ‘단풍의 유혹’
11월인데도 낮 최고기온이 20도까지 오르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풍이 절정인 시기도 그만큼 늦어졌다. 단풍이 곱게 물든 산과 공원, 거리를 오가며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 좋은 시기지만,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면 너무 오래 걷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낮 동안은 기온이 높아도 아침저녁으로 급격히 쌀쌀해져 일교차가 크므로 관절질환에 더욱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떨어진 기온 탓에 급격히 수축한 혈관과 근육, 인대로 인해 무릎과 발목 등 몸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탱해야 하는 관절은 비명을 지를 수 있다.
가볍게 걷는 정도의 신체활동으로 한정하면 보행은 퇴행성 관절염에 도움이 된다. 관절 주변의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이미 관절의 연골이 손상된 상태이므로 걷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그만큼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관절질환 환자들에게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 1~2시간가량 걷는 것을 권장한다. 그보다 더 오래 걸으면 오히려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여 염증 반응을 더 촉진하고 통증 또한 심해질 수 있다. 걷기 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움직여 무릎과 허리 관절은 물론 주변 인대와 힘줄, 근육에 충분한 혈류가 돌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날씨에 단풍 나들이 절정
퇴행성 관절염, 장시간 걷기는 ‘독’
전문가 “하루 1~2시간이 적정”
아침저녁 쌀쌀, 일교차 큰 환절기
근육 수축 등 통증 민감도 높아져
스트레칭·온찜질, 혈액순환에 도움
허벅지의 대퇴골과 종아리 정강이 경골을 연결하는 무릎 관절에는 양쪽 뼈의 말단부를 보호하는 연골이 있다. 사람은 일생 동안 걷고 뛰며 지속해서 관절을 사용하므로 노화와 함께 관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던 연골이 점점 닳아 사라지는 때를 맞을 수 있다. 심할 경우 양쪽 뼈와 뼈가 맞닿을 정도까지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염증과 통증도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이 이렇듯 노화와 함께 점차 심해지는 현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약 430만명 중 50대 이상은 약 387만명으로 전체의 90% 가까이를 차지했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으면 주로 더 닳기 시작하는 쪽은 무릎 안쪽이다. 그래서 다리가 점점 오다리처럼 휘게 된다. 이효범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초기에는 무시하고 지나갈 정도의 가벼운 증상이 있다가 치료하지 않은 채 두면 나중에 걷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조기 진료가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자세 교정, 약물 치료, 국소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충분하지만, 관절염이 심해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관절경 수술, 절골술, 인공 관절 치환술 등 수술적 치료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통증이 심해 걷는 것조차 어려워지면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다리의 변형까지 일으키므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법은 앞으로 남은 일생 동안 무릎 관절을 더 쓰게 될 시간과 빈도를 고려해 결정하는 편이 좋다. 보통 65세 이상 고령의 심한 관절염 환자는 한 번의 수술로 기대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쓸 수 있는 인공관절수술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반면 아직 활동이 많은 65세 이하 중년 환자라면 휜 다리를 정밀하게 절골해 교정한 후 절골술용 금속판과 나사를 사용해 고정하는 수술법인 근위경골절골술을 먼저 고려해볼 만하다. 이 수술은 휜 다리를 교정해 무릎 관절에 전달되는 부담을 분산시켜 관절염의 진행을 막고 연골을 재생하는 원리다.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가 주요 원인이므로 식습관에서 특별히 조심해야 할 사항은 없다. 다만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이효범 교수는 “체중이 늘면 관절이 받는 힘도 늘기 때문”이라며 “또한 무리한 동작의 반복, 좋지 않은 자세 등이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당한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 운동 범위를 유지하는 것도 관절염 예방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과도한 운동도 문제지만 관절의 통증 때문에 활동량을 줄이면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약해질 뿐 아니라 유연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충격에도 큰 통증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칠 겨울에는 아무래도 신체활동이 감소하기 쉬우므로 야외 활동에 무리가 없는 시기에 충분한 정도로 운동을 해두는 것이 좋다. 허재원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관절염 환자는 잘 걷기만 해도 관절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데, 특히 보폭을 넓게 하고 빠르게 걸으면 유산소와 근력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며 “무릎 관절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근육은 허벅지 근육으로 평소 실내 자전거, 스쾃, 다리 들고 버티기 등을 통해 이 근육을 강화해두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릎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걷기 외에도 수영, 아쿠아로빅, 실내 자전거 등 관절에 부담이 작은 운동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해주면 관절 통증 및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야외에서 활동하는 동안 관절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온이 내려가 전신의 체온이 떨어지면 관절염이 있는 부위의 통증도 더 심해질 수 있다. 외출할 때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오르내리는 기온에 맞춰 체온을 유지하기 쉽도록 준비하면 좋고, 손이나 발, 목 등 추위에 노출되기 쉬운 부위를 가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 후에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온찜질이나 반신욕 등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통증을 완화해주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앉아서 업무를 볼 때는 담요 등을 사용해 무릎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릎에 부종이나 물이 차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얼음 찜질을 해야 하며 통증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허재원 원장은 “추운 날씨에는 통증 민감도가 높아져 통증을 더 잘 느끼기 때문에 관절염 환자들은 겨울이 되면 감기보다 관절염이 더 무섭다고 말하곤 한다”며 “낮은 기온만으로 관절염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절은 따뜻할 때 움직임이 부드럽고 통증이 완화되므로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올 때를 대비해 관절 통증을 예방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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