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가 딸에게 보낸 ‘출장 동영상’도 유죄 증거로

김준영.최서인 2024. 11. 16.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유죄’ 법원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15일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란 일각의 예상을 깨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데는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재판부가 심리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허위사실로 구성된다. 첫째 의혹은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둘째는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의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언급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다. 판결문은 133쪽에 걸쳐 작성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①‘김문기 몰랐다’ 변수 된 골프 발언=‘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의혹이 유죄가 되는 데 결정적 변수로 돌출한 건 ‘골프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2일 SBS 방송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네 차례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를 몰랐다”고 발언했다.

골프 발언은 해당 방송 직후 국민의힘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2015년 함께 골프를 친 사진을 공개한 뒤 나왔다. 이 대표는 같은 달 29일 채널A 프로그램에서 “국민의힘이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확인해 보니까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줬더라.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발언이 “선거인 입장에선 ‘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을 사진과 함께 제기된 의혹이 조작됐다는 것, 즉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해외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쳤으므로 이 골프 발언은 허위사실”이란 결론인 셈이다.

재판부는 유족이 제공한 각종 영상·사진도 유죄 증거로 채택했다. ‘고 김문기 유족 측이 제공한 딸에게 보낸 동영상’엔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골프를 친 뒤 딸에게 “오늘 (이재명) 시장님 (유동규) 본부장님하고 골프 쳤다.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전 처장이 해외 출장 중 이 대표와 식사하는 사진 또한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이 대표의 허위 발언에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쟁점이었던 ‘김문기 몰랐다’는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주장처럼 “‘사람을 모른다’는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이와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구성하는 하나의 죄) 관계에 있는 골프 발언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②‘국토부 협박 때문’ 발언도 유죄=재판부는 또 다른 공소 사실인 백현동 관련 허위 발언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란 취지로 거짓 해명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에 대한 준주거지역으로의 변경은 성남시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성남시장인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한 것”이라며 “용도 지역 변경은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게 아니라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 공무원들도 압박이나 협박이 없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용도 변경이 성남시 스스로 한 것이므로 이 대표의 발언은 허위라는 결론이다.

③양형에 반영된 동종 전과=재판부는 “이 대표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양형 가중 사유로 언급했다. 유권자의 중요한 판단 사항과 관련이 있는 점, 발언의 전파성이 높았던 점과 함께 동종 전과가 있는 점도 형량 가중 요소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의 경우 대법원 양형 기준은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200만∼800만원의 벌금형이 기본이다. 다만 가중 요소가 많을 경우엔 징역 8개월∼2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을 권고한다. 재판부는 감형 사유로는 “이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영·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