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5 베이비뉴스] 아이들에게 참 부끄러운 세상...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마음이 씁쓸하고 눈쌀이 찌푸려졌던 한 주입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지원책을 촘촘히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청소년 한부모와 미혼모와 미혼부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딥페이크 방지를 위한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유보통합의 성공을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책 마련과 유보통합 실현을 위한 예산 마련은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라는 목소리가 또 나왔습니다. 수능이 끝이 났습니다. 아마도, 실패와 결핍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도 매우 많다는 점을 친철히 이야기해주는 칼럼을 싣습니다. 11월의 맨 가운뎃날, 주간 뉴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 청소년 한부모, 미혼모·부 등 지원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한부모, 미혼모·부 등 한부모가족에 대한 복지 증진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제공, 법률지원, 가정방문서비스 등의 지원 근거 등을 담은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위기임산부 등 미혼모가 병원 외 장소에서 출산 시 또는 미혼부가 한부모가족지원을 받기 위해 출생확인 신청 시 필요한 법률지원 및 유전자검사비용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와 함께 청소년 한부모의 자녀 출생 신고 시 복지서비스를 연계·지원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청소년 한부모, 미혼모·부 등에 대한 지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게 됐다. 생계, 양육 및 학업 등의 삼중고를 겪는 청소년 한부모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청소년 한부모 학업중단 현황을 교육부와 협의하여 조사하고, 학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운영 효율화와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하여 여성가족부 장관이 시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됐다.
아울러, 아동의 양육 및 교육, 상담 서비스 등 가족지원서비스를 한부모가족에게 가정방문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부모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강화될 전망이다.
개정 법률은 조문에 따라 공포 후 3개월에서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다만, 출생확인 신청 시 필요한 법률지원 및 유전자검사비용 지원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의 생활안정과 안정적 양육환경 지원을 위해 내년부터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금액을 인상하고, 학용품비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또한 한부모가족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해, 지난 9월부터 양육비 불이행자에 대한 행정적 제재조치 절차를 완화했고, '25년 7월부터 양육비 선지급제를 도입한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청소년 한부모, 미혼모·부 등 한부모가족이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부모가족지원법, 양육비이행법을 개정하고 관련 예산을 확대했다"며, "한부모가족들이 양육에 어려움을 덜고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두터운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계획, 재정확보 없인 실현 불가능"
정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 중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엇보다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개선은 구체적인 재정 확보 없이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경고와 함께 이상적인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의 기준도 제시됐다.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진선미 의원은 '성공적인 유보통합을 위한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서울시어린이집연합회 주관으로 마련됐다.
주제 발표는 공병호 오산대학교 명예교수가 맡고, 좌장은 정효정 중원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토론은 이희선 성북어린이집 교사, 주지나 국회제2어린이집 교사, 박경옥 은평중앙어린이집 원장, 조민지 한빛어린이집 재원생 학부모와 최경 교육부 영유아교원지원과 과장, 이애자 서울시교육청 유보통합추진단 단장, 최경화 서울시청 영유아담당관 과장이 맡았다.
우선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 중 제시된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은 0세반 1:2, 0~2세반은 3학급당 1명이던 보조교사를 2학급당 1명으로 확대, 3~5세반의 평균 비율은 현재 1:12에서 1:8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공병호 교수는 "계획안의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계획에 대하여 0세아 비율 및 유아의 비율을 축소하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나, 보조교사의 증원을 통하여 비율을 개선하는 것은 보육의 질 담보 및 안정적인 기관 운영을 위해 재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계획안에서 1~2세아 반의 비율을 고정하고 보조교사를 늘이는 방안역시 동의하기 어려운 입장임을 전했다. 만2세와 만3세의 아동비율이 단 한명 이라는 점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표현했다. 공병호 교수는 "유아는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해 적정수를 제안하는 것"이라며 "계획안대로 1:8을 목표로 한다면 통합보육 등을 통해 상호작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공병호 교수는 "재정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상론에 불과할 것"이라며 "정부에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토론에서 이희선 성북어린이집 교사는 "현재 저출생으로 입소하는 영유아가 줄어들며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상황이나, 재원생 감소로 어린이집의 운영이 어려워지는 실정에 대해선 대책이 없어 보육의 질을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교사 대 영유아 비율 조절의 시기를 빠르게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지나 국회제2어린이집 교사는 유보통합 계획안에서 1세와 2세가 0세와 마찬가지로 영아 학급임에도 불구하고 비율 축소가 아닌 보조교사 확대가 제시된 것에 대해 "영아는 같은 연령이더라도 월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3세는 2세와 연령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시기에 따라 비슷한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계획안은 연령의 연속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 조민지(한빛어린이집) 씨는발제문에 공감하며 "보육 서비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보육 인프라 유지, 부모의 신뢰도와 만족도 증가, 무엇보다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의 근무 여건 개선 등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를 시작과 함께 시범사업 전면 확대 실시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경옥 은평중앙어린이집 원장은 은평구에서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 사업 사례를 공유하며 지난 2년간 3세반 정원을 10명으로 운영해본 결과 교사의 직무 만족도가 상승하고, 교사가 느끼는 교수 효능감도 올랐으며, 가정과 소통이 더욱 긴밀해졌다고 말했다. 박경옥 원장은 이어 "1세반과 2세반만을 대상으로 비율 개선 없이 보조교사만 늘리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안은 반드시 수정, 보완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현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서울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유보통합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의 축소"라고 강조하고, "빠른 유보통합보단 제대로 된 유보통합을 원하며, 모든 난제를 한꺼번에 풀기 보단 가장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개회사를 통해 전했다.
3. "유보통합 예산, 대통령실에서 '교통정리' 하라"
우리나라 영유아들이 현재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종으로 횡으로 침해받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보통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보통합 재정 이관 과정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대해 교육부를 넘어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수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다. 모든 영유아가 차별없이 발달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령별 교사 대 아동비율 기준으로 0세 기준 1:2, 3세 기준 1:10이 제시됐다.
교육부중심유보통합추진을위한학부모시민단체연대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현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과 시스템을 탐색하는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진행됐으며,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주혁 국회의원, 정을호 국회의원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사회는 이혜연 장애영유아학부모회 고문이 맡았고,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나성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가 축사를 전했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토론회의 좌장을 맡았고 제1발제는 송대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고문이 '저출생 해결, 영유아의 헌법상 교육권 보장의 측면에서 다시 살펴본 유보통합'을, 제2발제는 김영명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대표가'영유아 대 교사 비율 개선, 왜 중요한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했다. 지정 토론에는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정책포럼 의장, 최경 교육부 영유아교원지원과 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 "육아휴직 확대는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 될 수 없다... 전국 단위 통용되는 교사 대 아동비율 법으로 정해야"
송대헌 고문은 발제를 통해 "영유아의 교육과 보호는 방치되고, 부모는 아이 맡길 곳을 찾아 헤매며, 정부지원 없이 부모 부담으로 연명하는 기관, 공립보단 민간이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에 휴가나 휴직도 없이 일해야 하는 교사들 등등의 문제가 모여서 결국 우리나라를 아이 키우기 어려운 세상으로 만들었다"며 "이제 국가의 명맥조차 이어가기 어려울 만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부동산 띄우기에 저출생 예산을 쓰면서 정작 영유아 교육과 보육을 통합하고 여건을 개선할 유보통합에는 한 푼의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대헌 고문은 "유보통합은 교육과 보육의 개혁을 넘어 대한민국 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이므로 시급하게 행정 통합을 통해 대한민국 영유아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송 고문은 우리나라 영유아는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지만 헌법 제31조 1항이 선언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종으로 횡으로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횡은 시설 간의 격차, 종은 연령 간의 격차다. 영유아가 어떤 시설에 다니느냐에 따라 균등한 교육권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고, 초중고등 교육에 비해 영유아 돌봄과 교육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유아교육과 보육에 적용되는 바우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송 고문은 "현재와 같이 사립과 민간의 비중이 높고, 기관마다 충원률이 낮은 상황에서 교사 인건비를 '바우처'로 모아진 '시설 운영비'에서 지급할 경우에는, 되도록 적은 수의 교사를 저호봉으로 채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므로 교육의 질 향상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보통합 과정에서 시군구 지자체의 영유아 보육 관련 재정을 교육청으로 이관할 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서 현재 지자체가 운용하는 보육재정 중 특수시책사업비를 교육청으로 넘길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 과정에 교육부가 아닌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수준의 교통정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현재 정부가 저출산 정책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육아휴직 확대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고, 가정경제에 부담을 주는 불이익이 있으며,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송대헌 고문은 "결론적으로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으므로 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국민의힘은 '영유아의 헌법상 교육권의 보장'과 '저출생에 대한 긴급한 대책'으로서 유보통합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하며 엉뚱한 저출생 예산을 유보통합 예산으로 긴급하게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발제자로 나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김영명 대표는 교육부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서 제시된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영명 대표는 "3~5세반 유아학급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평균 비율을 1:12에서 1:8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것은 실제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아닌 학급 평균 비율이므로, 과밀학급과 과소학급이 병존함으로써 발생하는 과밀학급의 교사 대 아동 비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랫동안 현장의 교사와 부모들이 요구해온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의 요구와 크게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명 대표는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의 문제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질적인 상호작용과 개별 영유아의 안전 보장, 최근 증가하고 있는 발달 지연 장애 예방 차원, 과도한 원아 모집 경쟁으로 인한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정상화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또한 시도별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다르게 하는 것은 차별 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므로 전국에 동일한 최소 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명 대표는 '모든 영유아들의 차별없는 발달권 보장을 위한 연령별 교사 대 아동비율'로 0세 1:2, 1세 1:3, 2세 1:5, 3세 1:10, 4세 1:13, 5세 1:15, 장애아동 1:2로 제시했다.
◇ "교사 인건비 왜 국가가 직접 지원 안 하나... 영유아교육 투입 재원 대폭 확보하라"
패널 토론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이윤경 회장은 "지자체들이 지금까지 지원하던 보육료는 지자체의 재산이 아닌 학부모들이 낸 세금인데 어린이집 관할 기관이 바뀐다고 지원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부모 운영위원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교사의 인건비와 급식비 등을 운영비에 포함해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건, 영유아 교육을 공교육 시스템과 별개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교육 기관을 사설 학원처럼 지원하고 이용하라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므로 영유아교육을 공교육에서 배제시키고 영유아 학부모를 소비자로 만들려는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정책포럼 임미령 의장은 교육부의 유보통합 정책에 영유아 존중과 권리 보장이라는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담기기를 주문하며 이를 통해 유보통합 정책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유보통합 정책에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과 교사 자격 및 처우 개선이라는 두 가지 핵심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미령 의장은 이어 영유아교육에 투입되는 재원을 대폭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영유아 취원률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지만, GDP 대비 유아교육 지출액은 0.5로 OECD 평균 0.9이 비해 낮다. 학생 1인당 연간 유아교육 지출액 또한 한국은 7547(USD)이나 OECD 평균은 9079(USD)이고 최상위국은 무려 1만 9326(USD)다. 임미령 의장은 "프랑스와 독일 등 선진국에선 교사 인건비를 중앙정부 또는 지방 정부가 책임지고 직접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사 급여는 나라가 직접 지원하는데, 영유아 단계에서만 바우처로 해결하라는 건 영유아 교사들을 교원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 교사 처우개선과 함께 교사 급여는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령 의장은 "한편으로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의 문제는 교육 여건 개선 차원만이 아닌 교육 전문성 확보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시급하게 개선해야만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신뢰를 통해 교육과정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하는 한편, 현재 심각한 영유아 선행교육 문제를 지적하며 이제는 법으로라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교육부 영유아정책국 영유아교원지원과 최경 과장은 영유아 대 교사 비율 개선과 처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음을 밝히며, 학부모와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열심히 수렴하고 있고 이를 정책 발표에 심도 깊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유보통합을 교육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밝히며, 현재 국회에 교육청 이관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므로 많은 협조가 필요함을 당부하며 마무리했다.
4. "말 늦은 아이 어린이집 빨리 보내라... 언어발달의 골든타임은 두 돌 전후"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처음 눈을 떴을 때, 뒤집기에 성공했을 때, 웃을 때, 통잠을 자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처음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감동은 그때 뿐, 아이는 커가는데 아직도 할 줄 아는 말이 '엄마' '아빠' 뿐이라면, '엄마 물 줘'도 할 줄 모른다면, 여기에 동네 또래 아이는 벌써 말이 터져서 종알종알 쉴 새 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찾아온다. "때 되면 다 한다"는 것이 친정엄마의 반응이고, "너희 남편도 말이 늦게 트였다. 조금 기다리면 곧 트인다"는 시어머니의 말읻. 이 말들을 믿고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건지, 병원이 아니어도, 언어발달 센터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언어발달 자극의 방법은 무엇인지 걱정과 고민에 잠 못 이루는 부모들이 많다.
대한민국 No.1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는 11월 부모4.0 맘스클래스에 원민우 광주여자대학교 언어치료학 교수를 초빙해 '우리 아이 언어발달 상담소 0~5세 언어 발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진행했다. 방송은 11일 낮 2시부터 베이비뉴스와 공무원연금공단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 송출됐고 용인시 아이조아용 설렘박스 지원 대상자, 안양시 아이조아 행복꾸러미 지원 대상자들도 함께 시청했다. 방송 중 출제되는 문제의 정답을 맞히거나, 유익한 메시지, 유의미한 질문을 한 시청자 중 추첨해 150만 원 상당의 크림하우스 맞춤형 폴더 매트 등 푸짐한 경품을 증정했다.
15년 경력의 언어재활사인 원민우 교수는 현재 원민우아동청소년발달센터 대표원장을 맡고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11만 명이 구독하는 아동 놀이교육 분야 대표 인플루언서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아이의 언어를 성장시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담은 책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출판사 시월)을 출간했다. 원민우 교수는 이 책에 아이의 언어발달 정도를 부모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나이별 언어발달 자극 방법과 언어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방법과 더불어 1년에 100회 이상 강연하고,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며 상담해온 내용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했다. 글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상세한 놀이 방법을 담은 사진도 함께 책에 담았다.
◇ "언어발달 영향은 유전보다 환경...모든 걸 다 해주는 부모가 아이 말문을 막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28개월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 부부인데다, 주말부부이기도 합니다. 도저히 저희 부부 둘이서 양육을 해결할 수가 없어서, 시어머니 찬스를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 살 배기 아들을 볼 때마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감사하지만, 퇴근하고 돌아온 평일 저녁에는 너무 지쳐서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주말에도 아이에게 제대로 반응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때로운 죄스러운 마음까지 들곤 합니다. 우리 아이가 언어가 늦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아이 아빠도 말이 늦게 트였다고 하길래, '괜찮아지겠지'하면서 그냥 넘겼습니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발달센터에 예약을 하고, 연차를 내서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거기서 '또래 아이보다 1년 정도 언어 발달이 느리다'는 진단을 받고, 아차 싶어 일을 그만두고 아이 치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방송 초반에 소개된 이 사연에 대해 원민우 교수는 "사연 속 부모는 아이와 상호작용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데, 아이와의 놀이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하루에 딱 20분만 아이에게 몰입해서 잘 놀아주면 충분히 보상된다"는 말로 우선 사연자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원민우 교수는 가정에서 아이의 언어 발달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엄마 말을 듣고 따라하게 하기 보다 아이가 관심을 갖고 흥미를 보이는 것이나 당장 필요한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라는 점, 아이의 언어발달 수준을 생각하고 그 수준에 맞는 자극을 줘야 한다는 점, 따라해야 하는 말이 있다면 과장을 보태 표현하고 알려줘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원민우 교수는 이어 언어발달센터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제시했다.
1. 언어 발달이 늦는 이유, 유전은 아닌가요?
"언어발달에는 환경이 많이 중요하다. 물론 유전적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보통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말이 빠르고 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자애들이라고 무조건 다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애들이라고 말을 무조건 못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어떤 자극을 주고 어떤 환경을 제공했느냐에 따라 언어발달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후천적 영향이 더 크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2. 부모는 언어 발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엄마가 수다쟁이가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이와 관련한 실험이 있는데, 어머니들을 다 부르고 아이와 한 번 놀아보게 했다. 어떤 엄마는 150개 단어로 말하고 어떤 엄마는 300개의 단어로 말했다. 엄마의 단어 사용량에 두 배의 차이가 난다면 아이들의 언어발달에도 두 배 만큼의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라고 연구자들은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엄마들의 어휘량 차이 그 이상을 뛰어 넘어 4~5배까지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3. 언어 발달에 도움 되는 부모의 긍정적인 모습은?
"아이의 표정이나 눈빛에 민감하게 반응을 잘 하는 부모가 우선이다. 아이가 원하는 걸 말로 바꿔서 들려줄 수 있어야 아이의 언어 발달이 촉진된다. 그런데 이런 걸 아버님들이 잘 못 하신다. 그래서 아버님들에게는 '스포츠 중계 하듯' 아이에게 말하라는 조언을 드린다. 스포츠 중계자들은 특별한 표현이 없다. 공을 치면 '공을 쳤다', 달려가면 '달려간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말로 바꾸는 것처럼 아이의 행동과 놀이에도 적용해보게 하는데, 말과 행동이 연결될 때 비로소 언어로 습득되기 때문이다.
또 예를 들어 아이들이 주방 하부장에서 냄비같은 거 꺼내서 머리에 뒤집어 쓰고놀 때, 그 때가 바로 언어자극을 줄 수 있는 타이밍이다. '더러워' '하지 마'가 아닌, '우와~ 모자를 썼네' '큰 모자를 썼구나' '엄마도 모자를 써야지'라며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말로 바꿔줌으로써 언어자극이 된다.
아이의 말을 '확대'하고 '확장'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꽃'을 보고 '꽃'이라고 했다면, 부모는 이를 '확대' 함으로써 언어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꽃이 있네' '예쁜 꽃이 있네' '노란 꽃이 매달려있네' '꽃이 떨어지고 있네' '꽃을 잡았네' 처럼 문법적으로 길게 말해주는 건 확장이다. 아이가 했던 말이나 관심있는 것에 대해 조금씩 확대, 확장해준다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양해야 하는 모습도 있다. 지적은 금물이다. 아이가 '사탕'을 '타탕'이라고 발음했을 때 바로바로 지적하며 교정하다 보면 아이는 '내 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되며 더 말을 안 하게 된다. '눈빛만 봐도 아이가 원하는 걸 아는 부모'도 아이의 언어발달 지연의 요인 중 하나다. 말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주는 부모는 아이에게 말로써 표현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과 같다. 아이가 말 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
스마트폰도 큰 문제다. 스마트폰 미디어에 과하게 노출되면 언어발달이 늦어지고 특히 발음에 큰 문제가 생긴다."
4. 언어발달, 0~5세가 중요한 진짜 이유?
"언어가 사회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원하는 게 있는데 말로 표현이 안 되면 떼를 쓰고 행동에 문제가 생긴다. 언어가 느려지면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발음이 잘 돼야 읽기가 잘 되고 학습이 잘 된다. 언어발달이 중요한 만 0~5세에 지원을 적절히 해주지 못한다면 나중에 학교가서 적응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만 0~5세는 아이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를 배우는 시기다."
5. 어린이집 빨리 보내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어린이집 입소 시기는 만 2세다. 애착 기간을 만 0~2세까지 보기 때문이다. 만 2세가 지나면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걸 권한다. 그런데 말이 좀 늦다라면 저는 조금 더 빨리 보내라고 말씀드리는 편이다. 엄마가 가정에서 줄 수 있는 언어의 양 자체가 어린이집과 차이가 있다. 어린이집에선 친구와 언어자극도 주고받을 수 있다. 집에선 한계가 있다. 언어가 느리면 조금 더 일찍 기관에 보내고 대신 집에서 엄마와 자녀가 질높은 시간을 보낸다면 애착관계 형성에도 문제가 없다."
◇ 언어발달의 핵심은 '상호작용' 말은 주고받으며 확장한다
다음은 실시간 질문을 정리한 내용이다.
- 아이 언어 발달이 빠르고 느리다의 기준은?
"또래보다 6개월 이상 언어 수준이 높다면 빠르고, 6개월 보다 낮다면 느리다고 표현한다. 나이 플러스 마이너스 6개월. 아이 언어 발달이 6개월 이상 지연돼있다면 상담센터 방문을 권한다."
- 언어발달의 골든타임은?
"매 순간이 골든타임이다. 그러나 어릴 수록 효과가 더 좋다. 단 언어 폭발기라는 시기가 있다. 일주일에 막 50~60개 단어를 말하는 시기가 있는데 24개월 전후다. 이때를 골든타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아이들에게 언어 자극을 많이 주고 신경써주면 언어가 크게 는다. 근데 좀 늦다 싶다면 센터에 오셔서 검사 받아보시고, 괜찮다 하면 안심하고 키우면 되고 아니라면 빠르게 대응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 78일차 아기가 옹알이할 때 반응해주면 좋을까?
"아이들은 1개월때부터 음소 구별이 가능하다. 지금부터 언어자극을 잘 줘야 한다. 아이가 옹알이로 '에-'하더라도 부모는 맞장구치면서 대꾸해주고, 기저귀 갈면서도 이야기해줘야 한다. "그래 기저귀가 많이 불편했지" "엄마가 얼른 도와줄게" 처럼 아이가 옹알이한 것에 마치 진짜 말한 것처럼 반응을 해줘야 언어가 신나게 발달한다. 부모의 혼잣말이 중요한 시기다."
- 임신 중 태담이 도움이 될까?
"임신 중 언어자극이 향후 언어발달에 영향을 줬다는 내용의 논문은 있다. 다만 그게 그렇게 많이 유의미하진 않더라는 거다. 아기가 태어나면 좀 힘든 시간이 온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엄마의 행복감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 24개월 아이인데 말이 늦다고 검사를 받아보라는 분도 있고 28개월까진 기다려보라는 곳도 있었다. 단어는 곧잘 따라하는데 문장으로 이야기를 안 한다.
"의미있는 '엄마' '아빠'는 돌 즈음에 한다. 그리고 18개월 즈음에 두 단어가 연결되고, 24개월엔 세 가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든다. 이 기준을 잘 기억하라. 아이가 18개월이 넘었는데 한 단어 밖에 말을 못한다면 상담 받아야 한다. 24개월 넘었는데 두 단어 연결이 안 된다면 이것도 상담 받아야 한다."
- 19개월 아기 언어 폭발기를 맞았다. 이때 외국어 노출 시켜주면 좋을까? 되레 모국어 습득을 저해하는 건 아닌지 망설여진다.
"한국어가 먼저 잘 된 이후에 외국어 학습을 권장한다. 제가 권장하는 외국어 습득 시기는 5세 이후다. 5세면 우리나라 말의 80%를 습득하기 때문이다. 너무 어릴때 외국어에 노출된 아이가 우리나라 시옷 발음을 번데기 발음으로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물론 노출 정도는 괜찮다. 다만 부모님 욕심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영어책을 읽어주고 이런 경우는 좀 지양하고, 우리말을 먼저 잘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28개월, 말이 좀 빠른 아이인데 언어발달에 도움 되는 책 추천 해주신다면?
"인터넷 검색하면 나이별 권장도서가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을 읽어주는가만큼 어떻게 읽어주는가도 중요하다. 언어는 결국 상호작용으로 배우고 발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으로만 접근하면 아이가 일방적인 의사소통 방법만 배운다.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때 스토리에 집중하지 마시고, 아이가 그림책을 볼 때 어떤 그림에 집중하는지 어떤 걸 더 관심있어 하는지 자꾸 물어보라. 토끼와 거북이를 읽는데 아이가 토끼와 거북이가 아닌 당근에 관심을 보인다면 원래 스토리엔 없더라도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당근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게 언어발달의 기폭제가 된다."
-33개월 언어치료 중인데 발음이 나아지질 않는다. 가정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발음의 매커니즘은 복잡하다. 말 할 때 가장 많은 근육이 움직인다고도 한다. 그리고 발음은 지적하는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센터에서는 가정에서 바른지도 권하지 않는 편이다. 센터를 다니고 있다면 언어치료사가 아이의 반응을 보고 숙제를 내줄 것이다. 그 숙제를 충실히 하면 좋고, 가정에서는 아이가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했을 때 '아니야' '다시해 봐' 보다는 정확한 발음으로 천천히 정확하게 들려주면 된다. 아이가 '타탕 주세요'라고 했다면 엄마는 '사탕이 먹고 싶구나? 알겠어, 엄마가 사탕 줄게' '아, 근데 아까 너 뭐가 먹고 싶다 그랬지? 다시 알려줄래?'라고 자연스럽게 다시 발음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적하면 아이가 입문을 닫을 수 있다."
- 41개월 아이 키우는 워킹맘인데 미디어노출이 정말 그렇게 나쁜 건지 궁금하다. 미디어 보면서 말도 따라하고 표현도 따라하던데... 하루에 많으면 2시간 정도 보고 매일 보는 건 아니다. 혼자 보게 하지 않고 옆에서 설명도 가끔 해준다.
"언어는 상호작용이다. 미디어를 볼 때 멍하니 보는 게 문제다. 어머님이 다행히 상호작용을 잘 해주고 계신다고 하니 괜찮다."
- 언어 발달이 빠르면 대근육 발달이 느릴까? 아이가 44개월인데 언어가 빠른데 또래보다 대근육 발달에 차이가 느껴진다.
"언어가 빠르다라면 엄마가 아이와 잘 놀아주고 말을 걸어주셨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 놀이의 특성이 무척 젠틀하고 정적이다. 언어는 빠른데 대근육 발달이 늦다는 건 아빠 놀이가 부족했다는 증거다. 아빠에게 꼭 많이 놀아주라고 말씀하시라."
5. 원하는 대학에 못 갈 수도 있다, 인생엔 그런 결핍도 필요하다
무엇부터 적어야 할까요. 소위 영재고, 과학고, 특목고, 자사고 아이들 이야기 말고 보통의 아이들, 일반고 아이들에 대한 글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독서모임 멤버와 함께 글을 쓰자고 말해놓고선 선뜻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쓰다 만 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쓰다 만 글들을 뒤로하고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쓰다 보니 오늘 14일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네요. 이제 저는 빼박 예비 고3 엄마가 되었고요. 무슨 이야길 써야 하나 싶을 때, 결핍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큰아이가 세네 살쯤 되었을 무렵일까요. 친한 동생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결핍이 크게 없잖아. 뭐든지 풍족하고 아쉬운 게 없고... 그렇게 키우는 게 괜찮을까? 뭔가 그런 부족함, 결핍 같은 게 있어야 간절한 마음도 생기고, 힘들 일을 노력하면서 배우는 게 있을 텐데 말이야."
"맞아. 그렇다고 없는 결핍을 일부러 만들어줄 수도 없잖아."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라 생각해요. 정서적, 경제적 결핍은 부모가 노력하면 조금은 채워줄 수 있는 것이라 보는데요. 어느날은 성적으로 인한 결핍은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성적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부모들을 오랜 시간 동안 많이 봤습니다. 부모가 느끼는 결핍이든, 아이가 느끼는 결핍이든 간에요.
고백하건대 저는 사교육에 한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놨던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그 선을 넘는다면 그건 내 의지가 아니라 아이가 원할 때다, 하면서요. 남들 눈에는 참 한가한, 좋게 말해 낭만적인 엄마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중학교 2학년 아니 중학교 3학년 1학기가 될 때까지 학원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로 공교육이 무너졌을 때, 학교는 안 가도 학원은 간다는 분위기에서도 아이는 끝내 학원에 발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밀어 넣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아이가 원치 않아서.
아이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엄마라서가 아니에요. 교육적으로 강한 신념을 가진 엄마라서도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사교육에서 만큼은 그렇게 되었어요. 학원을 가지 않겠다는 아이의 고집을 꺾기 어려웠다고 쓰지만 본질적으로는 아이와의 갈등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에게 학원에 가자고 꼬시고 싶지 않았어요. 학원에 가는 것을 이유로 보상을 해주고 싶지도 않았고요. 공부를 하는 건 아이 몫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고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도 공부에 대한 결핍을 스스로 느끼던 순간이 오긴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를 마치고, 그다음은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마치고. 처음엔 영어, 두 번째는 수학, 세 번째도 수학이었어요.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저는 응당 부름에 응했습니다. 아이가 원했으니까요.
직장맘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교육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동네 네트워크가 없었어요. 믿는 구석은 어린이집을 함께 다녔던 두어 명의 엄마들이 전부였어요.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이었을까요? 다행히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덕에 필요할 때 맞춤형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지요.
그렇다고 결핍이 해소되었을까. 그건 아니었습니다. 이 결핍은 단기간에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어요. 대입을 중1 때부터 준비한 아이(혹은 초등학교 때부터)와 선행 없이 고등학교에 와서 그때부터 준비하는 아이가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누군가 묻더라고요. 큰아이 친구 중에 공부를 꽤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엄마와 어떻게 계속 친하게 지낼 수 있냐고요. 저는 아주 명쾌하게 답했습니다.
"출발이 달랐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출발이 같았다면 비교가 되어서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우리 둘은 출발도, 그 과정도 너무 달랐기 때문에 그렇게 불편하진 않아. 그 친구는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대형 학원가를 돌던 이 동네에서 나름 로열 코스를 밟았는데, 그런 아이와 알아서 하길 지켜봐 주었던 내 아이가 성적이 비슷하기를 바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내 아이가 무슨 영재도 아니고.
지금 성적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내 아이에게 실망할 수도, 그 친구 아이가 부럽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처음부터 길이 달랐으니까. 열심히 공부해 주는 친구 아이는 대견하고, 따라가기 어려울 텐데 포기하지 않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이정도라도 해주는 내 아이도 기특해. 솔직히 조금 더 열심히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긴 하는데 바란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
말은 이렇게 해도 자책한 순간도 있었어요. 꿈을 이루는 길이 하나는 아니라고,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그런 길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든 아이들이 대입이라는 길로 모여들 무렵은 저도 좀 혼란스럽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내가 좀 더 학습적인 면에서 케어를 잘했으면, 직장 때문에 할머니 댁에 아이를 맡기지 않았으면, 운전을 해서 학원가 라이드를 열심히 했으면, 학원을 다니라고 좀 더 강하게 설득을 했으면, 다른 엄마들처럼 내 일을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희생을 했다면... 지금 이 상황이 달라졌을까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거였어요. 어쨌든 내 아이는 억지로 시킨다고 할 아이도, 꼬신다고 넘어올 아이도 아니니까요. 저 스스로 생각한 대로 나아가는 아이니까요. 그렇게 살라고, 그래도 된다고 제가 그렇게 이제껏 키웠으니까요. 솔직히 대입 앞에서 흔들리고 조급하고 답답한 건 아이보다 저였습니다.
다시 결핍으로 돌아와 봅니다. 결핍이 없는 아이들을 고민하던 시절로요. 그렇다면 지금은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게 천지인 것 같아요. 사방이 결핍투성이니까요. 우선 아이는 용돈도 충분하지 않고요. 성적도 그래요. 친구 관계도 그렇지요. 엄마 아빠에게 받는 사랑도 어린 시절과는 조금 다른 걸 느끼겠죠. 성적이 잘 나오면 충분히 사랑받고 있는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세상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있을까 싶을 만큼 냉담한 모습에 외로울 것도 같아요. 생각보다 표정 관리가 쉽지 않긴 합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결핍을 겪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확률이 높아요. 원하는 공부는 할 수 있을까요? 원하는 대학에 가더라도 원하는 공부는 할 수 없을 수도 있지요. 취업 문턱은 높을 거예요. 원하는 회사에 가지 못할 수도 있지요. 원하는 회사에 가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거예요. 만족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을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피해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공부, 원하는 회사에서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 운 좋은 아이도 있을 겁니다. 아주 드물게요.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 결핍투성이 일들은 실제 제가 겪어온 일들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저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많은 결핍의 시간을 겪으며 맞서는 법, 견디고 견디는 법, 꺾이더라도 계속하는 유연함, 때로는 포기하는 법, 도망치는 법, 그렇더라도 되돌아오는 법 등을 배웠어요. 결핍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어떤 자극이 된 순간은 분명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당시 저에게 가장 큰 결핍이자 가장 채우고 싶은 결핍은 '안전하고 편안한 가정'이었어요. 가정 밖에서 여러 이유로 상처 입은 마음을 온전히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한 가정이요. 제가 가장 열망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가정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어쩌면 저의 이런 생각 때문에 아이들과의 갈등(그게 무엇이든)을 굳이 만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쓰면서 생각하게 되네요.
제 아이는 학교에서도 "집 가고 싶다"라고, 집에 있어도 "집 가고 싶다"라고 외치니까요. 세상에서 제 방이 가장 아늑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이에게 "집 가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괜실히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대단히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왔구나 싶었어요. 살면서 받은 그 어떤 인정보다 제게는 가장 행복감을 준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 나이였을 때 집은, 오래 있기 싫은 곳, 가능하면 늦게 들어오고 싶은 곳, 빨리 나가고 싶은 곳이었으니까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최고가 되지 못해도 꺾이지 않고, 계속 차선에 차선을 거듭하면서도 크게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고, 편안하지 않은 가정 때문이었어요.
그 결핍이 저를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했습니다. 뭐라도 해야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지만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았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결핍투성이인 아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견디는 법, 이겨내는 법을 하나씩 배워나갈 테니까요. 부디 이 '안전한 가정'에서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자신의 결핍을 채워나갈 수 있길 바라요.
헌데 그 기다리는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저랑 아이는 다른 존재라서 그렇습니다. 급한 성격에 감정의 기복이 큰 저는 지켜만 보기 답답하고 기다리기 조급해서 다그칠 때가 있어요. 반면 느긋한 성격에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아이는 긴장이 될 뿐 불안하지는 않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느리지만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요. 다른 만큼 쉽게 이해되지 않고 공감해주기도 어려운 'T라 미숙한 엄마'라서, 아마도 이 마음은 제가 많이 다독여야 할 것 같아요. 이래서 많은 엄마들이 '내려놓았다'라고 말하나봐요.
틈만 나면 아이 걱정을 하는 저에게 괜찮다고, 우리 애들 문제없을 거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 견딜 일들을 육아동지 남편이 있어서 고비를 그때마다 잘 넘겨 왔어요. 지금 고2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은 2025년 11월 13일입니다. 이날은 저희 부부의 20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한데요.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미리 행복을 예약해 두고 싶네요. 온 우주가 나서 학생들을 응원하게 되는 날, 오늘 저녁 고3 학생들의 가정도 그랬으면 하고 바랍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편집기자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성교육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일과 사는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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