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징역 1년, 확정 땐 차기 대선 출마 못한다

유성운.김정연.최혜리 2024. 11. 16.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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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죄’ 정치권 반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네 개의 ‘사법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 허위사실공표와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후원금 사건, 대북송금 의혹이다. 이 대표로선 가장 덜 위험하다는 첫 리스크부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5일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이재명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경우 당선 무효는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2027년 대선 출마도 못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범행은 모두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루어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하여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어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는 점”도 양형 가중 사유로 언급했다.

재판부가 이번에 본 건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과 같은 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 압박 때문이라고 언급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둘 다 유죄로 판단했다.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이 대표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당초 “설령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와도 2심에서 낮출 수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분위기였다. 당 지도부와 의원 70여 명이 법원 앞에 모여,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 대표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준비해갔다고 한다.

판결 후엔 완전히 달라졌다. 이 대표는 법원을 빠져나오며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의 법정은 아직 2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했다. 당초 판결 후 인근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집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이 대표는 짧은 입장만을 남겼다.

민주당의 입장이 나온 건 그로부터 3시간 후였다. “명백한 정치판결”로 못 박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간 예산을 증액하고 비난을 삼가는 등 법원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던 것과 크게 달라졌다.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게 ‘사법리스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달 25일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앞두고 있고, 대장동·백현동·성남FC 후원금 사건과 대북송금 의혹 등이 1심 심리 중이다. 이날 선고가 향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15일 선거법 위반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한 데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은 3개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판결” 법원 비난
강유정·김윤·강선우·신정훈·허영·김기표·전진숙, 한사람 건너 위성곤·김병기·이재강·장경태·서영석(왼쪽부터)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기웅 기자
더군다나 차기 대선까지 확정판결이 나지 않으면 이 대표가 피고인 신분으로 출마가 가능할 수 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 재판 선고는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전심 후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270조, 일명 6·3·3법)는 규정을 준수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1심에만 2년 2개월 걸린 이번 재판과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날 판결로 이 대표 일극 체제에 균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친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 대표와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의원은 170명 의원 중 30~40명 안팎”이라며 “사법리스크로 이 대표의 대선 불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대안’ 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4·10 총선과 8·18 전당대회를 통해 비명 세력이 와해하다시피 한 만큼 당장은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봐야겠지만, 민주당에 가시적인 경쟁자가 없고 당장 선거도 없어 당분간은 이 대표 리더십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이날 판결이 나온 뒤 이 대표 중심의 결속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SNS에 “1심 결과입니다. 헌법상 3심제입니다. 의연해야 합니다”(박지원)라거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단결하여 정권의 폭주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김병기) 같은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이 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당이 혼란스러운데 대표로서 어떻게 해결할 건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이 혼란스럽지 않다”고만 말하고 떠났다.

이 대표가 정치적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사법 불복’이나 ‘정권 퇴진’ 등 지지층 결속을 다지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이 대표가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강조하고 당 차원에서 ‘정치판결’로 규정한 걸 두고서다.

당장 1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를 긴급히 열고 당의 대응 방향을 논의한다. 이후엔 광화문에서 열릴 세 번째 장외집회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친야 성향 시민단체와 연대해 서울 광화문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연다. 이 대표도 집회에 참석할 방침이다.

유성운·김정연·최혜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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