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괜찮은데… 왜 부자 친구는 질투하나
질투라는 감옥
야마모토 케이 지음|최주연 옮김|북모먼트|308쪽|1만9800원
“장군님, 질투라는 놈을 조심하십시오. 제 먹이를 가지고 노는 녹색 눈의 괴물입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에서 악당 이아고의 대사다. 이는 일종의 복선.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끝내 파국에 이른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질투의 모습을 파헤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질투 사상사’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휴가지에서 볕을 쬐며 한 손에 칵테일을 든 친구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지만, ‘어딘가 불온하고 불쾌한 감정이 싹튼’ 경험이 있다면? 책장을 넘기며 당신의 질투심을 해부해보자. 저자는 야마모토 케이 일본 교토 리쓰메이칸대 법학부 교수. 현대 정치이론, 민주주의론을 전공했다. 개인적인 감정인 질투에서 ‘정의’와 ‘민주주의’에 관한 고찰로까지 나아간다.
질투를 뜻하는 영어 ‘envy’는 라틴어 ‘invidia’에서 유래했다. ‘자기보다 나은 자를 시기하는 일’(고지엔 일본어 사전)이라는 정의가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상향 질투’뿐 아니라 ‘하향 질투’도 있다. 백인 인종차별 주의자는 오토바이를 타던 옆집 이민자가 새 차를 산 것을 보고 질투에 휩싸인다. 자신이 더 좋은 차를 타는데도 말이다.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주류가 자기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소수자의 성공을 질투하는 것은 격차가 줄면 자신의 행복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이런 사례를 본다면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는 마음’(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정의가 더 적확해 보인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질투를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데 타인의 행복을 보는 것에 고통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했다. 사회과학에서 질투를 다루기 어려운 감정으로 보는 이유는 합리적 계산에 맞지 않는 이러한 질투의 성질 때문이다. 나한테 피해가 없는데 대체 왜 우리는 남의 행복에 배가 아픈, 배배 꼬인 감정을 갖고 사는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이웃이 불행하길 바라는, ‘공리주의 쾌락 계산법’마저 무시한 이 감정은 어디에서 왔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와 대등하거나 대등하다고 생각되는 자가 있는 사람’이 질투를 품는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은 주변에 늘 있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해 질투의 표출 방식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성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형제자매 간 질투가 유아기부터 벌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질투하는 아이를 본 적 있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이가 새파란 낯빛으로 젖먹이 형제를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질투의 대상은 ‘때, 장소, 나이, 평판 등에서 자신과 가까운 자’다. 우리가 몇 백년 전에 살았던 이들, 도널드 트럼프나 빌 게이츠 같은 대부호를 질투하지 않는 건 그들이 가깝지 않아서다.
비교가 가능하면 질투가 샘솟는다. 일본 만화 ‘도라에몽’에 ‘평등 폭탄’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공부도 야구도 못하는 진구가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며 투덜거리자 도라에몽이 ‘평등 폭탄’을 쏘아 올린다. 학교 구성원들이 모두 지각하고, 숙제를 안 해오고, 수학 문제도 못 푼다. 한마디로 진구 수준으로 끌어내려진다. 저자는 ‘정의’를 향한 호소의 근원에는 ‘질투’가 있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이를 ‘정의와 질투의 불온한 관계’라고 칭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은 중요한 요소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정치적 참여가 인정된다. 이런 민주적 평등은 ‘너와 나’를 가깝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질투를 폭발시킨다. 저자는 ‘질투 없는 사회란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전혀 없는 완전히 동질적인 사회 또는 일절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 전근대적 사회일 것’이라며 ‘민주사회에서 질투를 도려내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한다. ‘건전한 민주주의에 질투는 불가결하다.’ 도려낼 수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에필로그 ‘질투 마주하기’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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