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시인과 읽는 서정주, 서정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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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우리 교육에서 이것만큼은 꼭 바뀌었으면 좋겠다.
시, 음악, 그림 등 예술 분야를 시험 문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문제를 내고 풀기 위해 정육점에서 고기를 해체하듯 시를 이리저리 뜯고 분석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난도질이 따로 없다.
시인의 해석과 '나는 그런 날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보며 읽으면 미당의 시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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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신진부터 80대 원로까지 시인 30명이 각자 자신만의 해석과 감상으로 미당 서정주의 시 30편을 이야기했다. 거인의 작품에서 누구는 오래 헤어졌던 그리운 사람을, 누구는 어머니를, 또 어떤 사람은 내용보다 제목을 더 아끼고 좋아한다고 솔직히 말한다. 황야를 헤매던 봉두난발의 ‘리어왕’이 연상된다는 사람도 있고, 가수 송창식의 ‘푸르른 날’을 말하는 이도 있다. 단지 어떤 시인들이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미당의 시를 말하고 있을 뿐인데, 왠지 답답한 속에 활명수를 마신 듯한 느낌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느끼고 감상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해서….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푸르른 날’ 중)
한 시인은 “이 작품이 왜 절창인지 한마디 해야겠다”라며 “우리가 모두 ‘푸르른 날’ 느끼는 감정과 욕망을, 그리움의 밀도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이라고 그 이상 더 잘 쓸 수 없게 노래해서 사람을 까무러치게 한다”라고 말한다. 시인의 해석과 ‘나는 그런 날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보며 읽으면 미당의 시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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