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하자 스크린 걷히고 그린이 ‘활짝’… 진화하는 스크린골프
‘스크린+필드’ 하이브리드 골프장… 도심서 교외 라운딩 경험 선사
다양한 경사-개구리 소리 등 구현… 국내 스크린골프장 8000곳 넘어
PC방 매장 수 앞지르는 등 인기… 세계 스크린 스포츠 특허도 앞장
업체 간 과열 경쟁 우려 목소리… “레슨-스윙 분석실 등 어우러져야”
필드 골프의 대체재로 여겨지던 스크린골프가 진화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2조 원 규모를 넘었고, 중국에서는 필드 골프와 결합된 하이브리드 골프도 첫선을 보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만든 스크린골프 리그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스크린을 향해 아이언 샷을 날리자 스크린이 걷히고 골프장 그린이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 전까지 화면으로 보던 그린이며 모래 벙커, 연못이 18m 높이의 컨벤션센터 안에 재현돼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저 화면 그대로다. 그린 위에 레이저로 표시된 위치에 공을 올려놓고 지면 경사를 읽는다. 홀인에 성공한 골퍼들은 그린 옆에 마련된 태블릿PC에 자신의 스코어를 입력한다. 골프장에 온 것처럼 각기 다른 형태의 18개 홀을 돌며 플레이한다. 골퍼가 다음 홀로 가방을 들고 가면 자동으로 플레이어를 식별해 경기가 이어진다. 홀 중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집도 마련돼 있다.
9월 이곳에서 열린 ‘골프존 시티골프 차이나오픈’(총상금 약 9억 원)에 출전한 프로골퍼들도 합격점을 보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2승을 따낸 홍진주(41)는 “스크린과 실제 그린 구역의 창의적인 조합은 모든 골퍼가 와서 경험해 볼 만하다. (시티골프는) 세계적으로 골프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킨 카윈파코른(33·태국)도 “태국은 덥고 비가 많이 와서 골프를 치기 어렵다. 시티골프가 태국에도 온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 5년 새 72% 급증, PC방 제친 스크린골프
● 필드 위 생동감을 그대로
초기의 스크린골프는 타구의 거리와 방향만을 측정했지만 현재는 타구의 발사각, 스핀, 최고 높이를 비롯해 클럽의 헤드 스피드, 페이스 각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10만 건 이상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슬라이스, 훅 등 구질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클럽 헤드가 잔디를 파내는 ‘디벗’까지 감지해 낸다. 스윙 플레이트 높낮이를 조정해 필드 위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앙한 지면 경사도 1만 가지 이상 재현해 낸다.
또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타구음은 물론이고 바람 소리, 물소리에 개구리 울음소리까지 넣었다. 국내외 주요 골프 코스도 그대로 스크린 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린의 빠르기, 바람 세기 조정에 야간 라운딩도 가능하다. 먼 곳에 떨어진 이용자와 함께 스크린골프를 치는 ‘네트워크 플레이’도 할 수 있다. 이 밖에 사용자의 자세와 움직임을 인식해 인공지능(AI)으로 스윙 코치 기능도 제공한다.
필드 골프를 방불케 하는 실감 나는 플레이가 제공되면서 스크린골프로 경기하는 프로 투어도 점차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출범한 ‘G투어’는 올해 남자부, 여자부, 혼성부를 통틀어 총 20번의 대회를 치른다. 대회마다 7000만∼1억 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G투어 남자부 통산 최다승(13승) 기록 보유자인 김홍택(31)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통산 2승을 기록 중이다. 김홍택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코스를 공략하고, 압박감을 견디는 방법을 배웠다. 필드 골프와 다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실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스크린 스포츠 특허 중 58.4%가 한국산
물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스크린골프 매장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늘면서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특허를 둘러싼 국내 업체 간의 소송전도 일어나곤 한다. 대부분의 스크린골프 서비스가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차별성을 찾기 어렵고 자칫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특허청이 내놓은 ‘가상현실 스포츠 산업 맞춤형 심사혁신사업 보고서’는 “무한경쟁의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레슨 프로그램, 스윙 분석실 운영으로 함께 어우러지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스크린골프, 스크린야구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기술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른 종목을 스크린 위에서 즐기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 밖에 지역별, 업체별로 이용 금액이 천차만별이라 가격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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