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부터 잡아야 건강하게 장수한다[건강수명 UP!]

김상훈 기자 2024. 11. 1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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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만성질환을 조심하라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고혈당·고혈압·고지혈 ‘3고(高)’
수명 단축 심근경색-뇌졸중 야기… 생활습관 개선이 최고의 예방책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한식도 균형식단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등 이른바 ‘3고(高)’는 건강 수명을 단축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방치하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비만, 동맥경화까지 있다면 물리적 수명도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대사증후군이라고 한다.

남성의 경우 40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사증후군의 위험에 노출되고, 50대에 최고치에 이른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여성호르몬이 적게 나오는 50대 이후부터 대사증후군 위험이 커진다.

● 대사증후군 위험인자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나가 생기면 다른 하나가 생기기도 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복부 비만을 특히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복부 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면 ‘3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사증후군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남성은 2∼3배, 여성은 3∼5배 높다. 당뇨병 환자가 말기 신장질환에 걸릴 위험도 5배 가까이 높다.

김 교수는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비만,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등 6개의 위험인자가 급성심근경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해외 연구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연구 결과 1개의 위험인자만 있어도 급성심근경색 위험이 2배 높았다. 위험인자가 1개씩 추가될 때마다 급성심근경색 위험은 2배씩 높아졌다. 만약 6개 위험인자를 모두 갖고 있다면 급성심근경색 위험이 64배 높아지는 것이다. 뇌중풍(뇌졸중) 위험도를 따졌을 때도 결과는 비슷하다.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을 피하려면 담배를 끊고 정기적으로 혈당과 혈압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절망할 필요는 없다”며 “위험인자를 1개씩만 줄여도 위험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예컨대 6개 위험인자 중에서 담배만 끊어도 급성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64배에서 32배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 심근경색 어떻게 대비할까

심혈관계 질환은 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건강하다면 혈관 벽이 튼튼하고 탄력성이 좋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고혈당 등으로 인해 혈관 벽이 약해지면 LDL(저밀도지방단백질) 콜레스테롤 같은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뚫고 들어간다. 혈관 내 세포가 손상되며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고지혈증은 더 악화한다. 더 심해지면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승운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런 상황에 대비해 전조 증세를 알아 두는 게 좋다. 나승운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통증이 가장 흔한 증세”라며 “통증의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질환일 때의 가슴 통증은 일단 조이고 압박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나 교수는 “혈관이 70% 이상 좁아지면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빨리 걷거나 운동할 때 가슴이 답답하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운동을 하면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한데 즉시 공급되지 않아 통증을 느끼는 것. 따라서 운동을 중단하면 통증이 줄어든다.

왼 팔 쪽으로 통증이 확산할 수도 있다. 반면 오른쪽 팔쪽으로는 통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상복부나 목 주변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나 교수는 “이런 흉통이 느껴지면 곧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간혹 가슴 통증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혈관이 좁아진 게 아니고 수축해서 생긴 협심증이라면 운동할 때만이 아니라 아무 때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밤이나 새벽에 통증이 심한 경향이 있다. 가슴 통증은 덜한 대신 숨이 차고 속이 쓰리는 환자들도 있다. 당뇨병 노인 환자의 경우 아무런 증세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 뇌졸중 전조 증세 잘 살펴야

이상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의 가장 큰 위험인자도 어김없이 ‘3고’다. 이상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장질환이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경우 혈전이 생겨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중년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하는 것이 뇌졸중을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뇌졸중은 전조 증세를 잘 살펴야 한다. 첫째, 안면마비 여부를 판단한다. 거울을 보고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갔는지, 입꼬리의 좌우 모습이 다른지를 보면 된다.

둘째, 반신마비 여부를 살핀다. 뇌졸중이라면 주로 한쪽으로만 마비가 나타난다. 왼쪽 팔과 왼쪽 다리, 아니면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마비됐다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셋째, 언어장애를 확인한다. 언어를 구사하는 근육이 마비되면서 말이 어눌해질 수 있다.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말을 잘 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말을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넷째, 평형장애를 판단한다. 자꾸 몸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중심을 잡지 못한다. 이 밖에도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증세가 나타나면 지체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 4시간 이내에 정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동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입할 때도 6시간 전에 처치해야 한다.

● 예방이 건강수명 늘리는 최선

그렇다면 이 모든 질병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똑같았다. 첫 번째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 이 교수는 “대사증후군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금연하고 술은 적게 마셔야 하며 충분히 자고, 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교수도 “급성심근경색과 협심증의 위험인자는 어김없이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이다”라며 “이 세 가지를 관리하면서 금연, 절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90세 이상 장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한 미국 보스턴대 연구의 예를 들며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90세까지 장수한 사람의 경우 유전적 원인은 30%인 반면 환경적 원인이 70%에 달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생활 습관이 좋으면 좋지 않은 유전적 요소가 있어도 발현되지 않는다”며 “반대로 생활 습관이 나쁘면 그 유전적 요소가 발현된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과 관련해 30년 동안 미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가 있다. 살이 찐 당뇨병 전 단계의 사람들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다. A그룹에는 가짜 약을 주고, B그룹에는 당뇨병 약을 예방 목적으로 줬다. C그룹은 1년 동안 7%의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도록 했다.

1년 후 결과가 흥미로웠다. A그룹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B그룹의 30% 정도는 당뇨 진행이 더뎠다. C그룹은 B그룹보다 20% 더 효과를 봤다. 게다가 장기 연구를 통해 이렇게 만들어진 생활 습관은 30년 후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도 이후 연구에서 밝혀졌다.

식사와 운동 관리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식단과 관련해서 극단주의를 피할 것을 주문했다. 몸에 좋은 영양소만 먹는다거나 특정 영양소만 피하는 식의 다이어트는 금물이란 것. 전체 열량을 줄이되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식단이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최고의 식단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식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며 “천천히 먹으면서 음식을 즐겨야 몸 안의 장기에도 부담이 덜 가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운동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일부러 조금씩 불편하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몇 개 층은 걸어 올라간다. 쇼핑을 갈 때는 일부러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걸어간다. 김 교수는 “이런 식으로 2, 3개월만 꾸준히 습관을 바꾸면 최적의 생활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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