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두려워 도전 꺼린다" 베이비부머 세대 22%, Z세대는 39%

허정연 2024. 11. 1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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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교내에 전시된 성공에 관한 문구. [사진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청춘=도전’이란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돼버린 걸까.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설립 3주년을 맞아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도전과 실패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도전 의식이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로 불리는 Z세대(1997~2005년생)와 Y세대(1985~96년생)는 스스로를 ‘도전적이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각각 40.7%와 50.3%에 달한 반면 1차 베이비부머(1955~64년생)와 2차 베이비부머(1965~74년생) 세대는 29.3%와 34.7%만 도전적이지 않은 편이라고 답했다.

도전 접근 성향도 ‘안정된 상황을 선호하면서 필요시 도전한다’는 응답이 전 세대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도전에 소극적인 한국 문화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피하지 않지만 신중하게 접근한다’(31.0%), ‘가능한 도전을 회피한다’(12.3%)고 답한 비율도 적잖았는데 이런 응답 또한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이처럼 도전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건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급속한 사회·경제적 발전을 경험한 반면 청년세대는 저성장 시대에 양극화를 먼저 겪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안혜정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연구조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도전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도전을 통해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현재 젊은 세대는 불안한 미래로 인해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향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도전을 결심하기 힘든 이유와 관련해서는 전 세대에 걸쳐 ‘경제적 부담’(60.4%)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은퇴를 앞둔 50~60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절반 이상이 ‘나이 제한’을 도전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 요소로 보고 있었다. 이에 비해 청년세대는 ‘시간·여유 부족’이라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의 시선’이 도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란 답변도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많았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기 어렵다’고 답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22.3%였던 반면 Z세대는 39.3%에 달했고 ‘주변의 시선이 걱정된다’는 답변도 Z세대(24.0%)가 2차 베이비부머(8.0%)에 비해 세 배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청년세대의 도전과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단순한 인식 부족이나 제도적 미비에 그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때부터 이어진 경쟁 문화와 경제적 불안정이란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가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는’ 청년세대와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 조교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이처럼 크게 나타나는 현상은 각 세대가 경험해 온 사회적 현실과 압박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제도 개선을 넘어 청년층의 높은 불안감과 문화적 경직성에 대한 보다 세밀한 이해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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