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초도에 모습 드러낸 올라퍼 엘리아슨 작품…“숨 쉬는 지구 느낄 것”
“이 공간은 바닥과 벽(의 구분), 지평선이 없는 구체이며 작은 행성과도 같다. 지구의 자궁에 들어온 느낌일 것이며 지구가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엘리아슨 작가는 15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엘리아슨은 빛·물·공기 같은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자연 요소를 활용해서 새롭고 놀라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어왔다. 도초도의 신작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한 예술을 통해 그는 인류가 당연하게 주어진 것으로 여긴 자연 요소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자 해왔다. 도초도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지구에 대한 마음가짐과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바꿨으면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인간을 자연 위에 두고 지구의 자원을 가져오기만 하는 우리 삶의 방식 때문에 기후 위기가 발생했다. 우리 다음 세대는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보아야 한다.”
작가와 신안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굴 내부는 붉은색·녹색·청록색의 기하학적 형태의 타일로 뒤덮여 있는데, 그 안을 거닐며 눈을 돌리면 시선 각도에 따라 내부가 평면으로도 보이고 작은 입체들이 올록볼록 솟아올라 있는 것으로도 보이는 환상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관람자들로 하여금 2차원과 3차원이 뒤섞이는 경험을 하도록 한 것에 대해 작가는 “현실은 상대적(Reality is relative)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얕게도 깊게도 멀게도 가깝게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작가는 예전 작업에서부터 일관적으로 추구해온 현상학적 철학 메시지, 즉, 우리가 아는 세계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이번 간담회에서도 말했다.“경험은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수동적으로 보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러분이 보려고 하면 더 많은 것을 보는 것이다. 여러분이 봄으로써 재창조하고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체험하고 또 "각기 다르게 체험하면서도 함께 있을 수 있는 예술"을 추구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편 작가는 동굴 타일은 용암석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화산 활동으로 생긴 섬인 도초도의 지형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일이 도초도 산 용암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데, 왜냐하면 용암석 타일을 만들 수 있는 국가는 3개국뿐이며 그중 이탈리아에 의뢰해 그곳의 용암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러나 작품 공사 등에 있어서는 되도록 신안 현지의 업체와 사람들과 협업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며칠 전 도초도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는데 (작품에 대해)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나이 많은 분들도 그랬다”고 했다. 그는 또 박우량 군수를 비롯한 신안군 관계자들과 지역 업체들, 조경설계 서안, PKM갤러리 등과의 팀워크를 언급하며 “지구를 위한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작가와 자리를 함께 한 박 군수는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시골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작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며 그만큼 이 작품은 “신안군 주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며 농업에 의존하고 있는 신안군의 상황을 관광객으로 타개하기 위해 예술섬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상기한 그는 “이 ‘숨결의 지구’ 안에서는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물 사진이 정말 기가 막히게 나온다”며 소셜미디어 유저들을 유혹하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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