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적극 활용, 독자의 이익 증진해야…그런 언론엔 기회”

서유진 2024. 11. 1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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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저널리즘 혁신하려면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오른쪽)와 존 리딩 FT 그룹 CEO가 대담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젠 인공지능(AI) 기술과 인간의 판단을 잘 결합하는 언론이 고품격 미디어가 될 것입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존 리딩 파이낸셜타임스(FT)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강조했다. FT는 지난 4월 영국 언론 최초로 오픈 AI(챗GPT 운영사)와 제휴하는 등 미디어와 AI를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로 세계 언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딩 CEO는 AI 시대의 저널리즘과 언론의 혁신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언론사에 훨씬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한국인의 37%만이 ‘언론을 신뢰한다’고 답한 로이터재단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오히려 이렇게 신뢰가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양질의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성장할 기회”라고 말했다.

특강 뒤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박 대표가 FT에서의 AI와 저널리즘의 접목 사례를 묻자, 리딩 CEO는 사라진 우크라이나 아동에 대한 탐사보도를 소개했다. FT 기자들이 AI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실종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 입양 사이트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리딩 CEO는 FT의 경험을 토대로 뉴스·콘텐트의 품질 향상은 물론 비용 절감, 사업 최적화 등 다방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과 협력해 수익 분배 모델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언론사 콘텐트가 챗GPT 등 AI의 답변에 쓰였다면 활용 정도에 따라 대가를 받는 라이선스 시스템 등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등 지식재산(IP)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당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AI 저널리즘 실험에 주의해야 할 점을 묻자 리딩 CEO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제한선을 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AI는 어디까지나 독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AI 활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지 측정하고 만일 원칙에 위배된다면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AI 활용이 언론사 인력의 축소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리딩 CEO는 “AI 기반 기사가 완전히 인간 기자가 쓴 기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봇(Bot·자동화 작업을 하는 소프트웨어)’과 알고리즘의 시대에도 경험이 풍부한 기자·편집자는 언론사의 필수 자산이란 얘기다. 기자 출신인 리딩 CEO는 “봇은 신뢰·성실성·경험 면에서 FT의 수석 경제기자 마틴 울프와 맞설 수 없다. 우리의 저널리즘은 인간적인 것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 꼴이 포털을 통해 무료로 뉴스를 보는 상황을 소개하면서 한국 언론이 고질적인 포털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리딩 CEO는 독창적인 저널리즘을 위해 포털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언론사가 포털을 벗어나 ‘충성 독자’와 직접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가 즐겨 읽는 기사와 소비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야 포털을 통하지 않고도 ‘팔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데, 이 과정에 AI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허위 정보·오보가 늘어난 만큼 언론사는 사실(팩트)에 기반한 뉴스로 독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AI를 기사 작성의 유용한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리딩 CEO는 강조했다. 대담을 마치며 리딩 CEO는 “혁신 국가인 한국은 새로운 AI 서비스를 개발할 좋은 위치에 있다”며 “특히 AI와 저널리즘을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고품격 언론이 ‘해피 엔딩’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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