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마을 펀치볼

최기웅 2024. 11. 1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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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SHOT
찬바람이 옷깃에 스미는 이른 아침, 비닐하우스를 들여다보니 녹색 물결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가지런히 줄에 매달려 오와 열을 맞춘 무청 모습이 마치 병정들처럼 단정하다. ‘펀치볼’로도 불리는 강원 양구군 해안면의 시래기 건조장 모습이다. DMZ에서 불과 5㎞ 남짓 떨어진 ‘펀치볼’은 6·25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가 커다란 화채 그릇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농가들은 예전부터 남쪽에 비해 겨울이 빨라 일찍 농한기가 시작됐지만 시래기 덕분에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8월에 감자·배추를 수확한 밭에 시래기용 무를 심고, 11월부터 수확한 무청은 덕장에서 60일 가량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건조한 뒤 이듬해 1월 중순 출하한다. 김호영 시래기생산자협회장은 “해마다 양구 지역 250여 농가에서 시래기를 생산해 100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옛날 김장 무에서 잘라 처마 밑에 걸어 말리던 시래기가 마을의 효자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글=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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