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용도 변경 李가 결정”… 법원, 유죄 선고한 근거들

방극렬 기자 2024. 11. 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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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협박 발언, 거짓말로 판단

15일 오후 3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형사34부 재판장인 한성진 부장판사가 “형을 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법정 안은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한 부장판사가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고 하자, 방청석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벼운 탄식이 터져나왔다. 피고인석에 서서 선고를 들은 이 대표는 가만히 재판부 쪽을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퇴정하자 이 대표는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이날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이 대표가 지난 2021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여러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은 이 대표가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를 바꿔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용도를 4단계 상향했다”고 발언한 부분을 유죄의 핵심 근거로 판단했다.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이재명·유동규·김문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중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 /이기인 전 성남시의원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민간 업자에게 단독 사업권을 부여하고, 부지 용도를 높여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다. 이에 이 대표는 “국토부의 협박으로 용도 변경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를 허위 사실 공표로 보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날 “백현동 용도 변경은 국토부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라며 “국토부로부터 협박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현직 성남시·국토부 공무원 22명이 “협박은 없었다”고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이 대표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백현동 관련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이 대표는 국감장에서 관련 패널을 준비했다”며 “국감을 대선 지지율 상승의 기회로 삼고, 백현동 의혹에 대응했다”고 꼬집었다.

그래픽=양인성

또 대선 기간인 2021년 12월 대장동 실무자 고(故) 김문기씨가 사망한 직후 방송에 출연해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숨진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김씨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말은 유권자 입장에서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의혹이 조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이는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기억이 안 난다”는 이 대표 주장도 먹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호주 출장 중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함께 골프를 쳤으니 기억에 남을 만하고, 대장동 의혹을 해명하는 이 대표 측 대응에 관여해 수사도 받았다“며 ”이 대표가 그를 기억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씨를 몰랐다”고 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됐다.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발언은 선거법이 금지하는 허위 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처럼 구체적 행위에 대한 거짓말이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결국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검찰 구형(징역 2년)보다 낮은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에 대법원 확정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법 사건은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이 대표 사건만 해도 1심에 2년 2개월이나 걸렸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재판 기간을 지켜 달라”고 일선 법원에 권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신속 재판’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까지 나서 신속 재판을 강조하고 있어서,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쯤 이 대표 판결이 확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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