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용도 변경 李가 결정”… 법원, 유죄 선고한 근거들
15일 오후 3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형사34부 재판장인 한성진 부장판사가 “형을 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법정 안은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한 부장판사가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고 하자, 방청석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벼운 탄식이 터져나왔다. 피고인석에 서서 선고를 들은 이 대표는 가만히 재판부 쪽을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퇴정하자 이 대표는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이날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이 대표가 지난 2021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여러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은 이 대표가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를 바꿔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용도를 4단계 상향했다”고 발언한 부분을 유죄의 핵심 근거로 판단했다.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민간 업자에게 단독 사업권을 부여하고, 부지 용도를 높여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다. 이에 이 대표는 “국토부의 협박으로 용도 변경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를 허위 사실 공표로 보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날 “백현동 용도 변경은 국토부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라며 “국토부로부터 협박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현직 성남시·국토부 공무원 22명이 “협박은 없었다”고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이 대표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백현동 관련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이 대표는 국감장에서 관련 패널을 준비했다”며 “국감을 대선 지지율 상승의 기회로 삼고, 백현동 의혹에 대응했다”고 꼬집었다.
또 대선 기간인 2021년 12월 대장동 실무자 고(故) 김문기씨가 사망한 직후 방송에 출연해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숨진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김씨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말은 유권자 입장에서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의혹이 조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이는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기억이 안 난다”는 이 대표 주장도 먹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호주 출장 중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함께 골프를 쳤으니 기억에 남을 만하고, 대장동 의혹을 해명하는 이 대표 측 대응에 관여해 수사도 받았다“며 ”이 대표가 그를 기억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씨를 몰랐다”고 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됐다.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발언은 선거법이 금지하는 허위 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처럼 구체적 행위에 대한 거짓말이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결국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검찰 구형(징역 2년)보다 낮은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에 대법원 확정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법 사건은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이 대표 사건만 해도 1심에 2년 2개월이나 걸렸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재판 기간을 지켜 달라”고 일선 법원에 권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신속 재판’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까지 나서 신속 재판을 강조하고 있어서,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쯤 이 대표 판결이 확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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