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표와 민주당의 국정 방해 방탄 올인 실패, 사필귀정

조선일보 2024. 11. 1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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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 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 또한 지난 대선 때 선관위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그동안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사법 리스크 방탄에 나섰던 이 대표와 민주당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재판부는 “허위 사실이 공표되면 민의가 왜곡되고 대의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어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남시 문건에 국토부가 용도 지역 상향을 압박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성남시와 국토부 공무원들도 “국토부 협박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용도 지역 변경은 성남시 자체 판단”이라며 이 대표 발언이 허위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방송에 나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등과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거짓이라고 했다. 다만 “김씨를 몰랐다”라고 말한 부분은 일체의 교유 행위가 없었다는 의미로 단정할 수는 없어 허위 사실 공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으로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명백한 정치 탄압이며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라며 대대적 투쟁을 예고했다. 법원 판결에 불복해 2심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은 정해진 절차지만 정치 탄압으로 몰아 또다시 장외 투쟁으로 가선 안 될 일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온갖 방식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법원을 겁박해 왔다. 민주당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에 대해 줄줄이 탄핵 소추안을 내고 “이 대표를 괴롭힌 죄”라고 했다. 검사들을 국회 청문회에 부르고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도 추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판사 선출제’를 거론하고 강성 지지층은 판사 탄핵 서명운동을 했다. 이 대표 무죄를 탄원하는 100만 서명 운동도 벌였다. 재판부에 대한 압박이나 다름 없었다. 이 대표 재판은 하염없이 늘어져 6개월 안에 끝내야 할 선거법 재판이 1심까지 2년 2개월이 걸렸다.

방탄을 위해 입법권도 동원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처벌을 막기 위해 기소의 근거가 되는 선거법 조항을 바꾸는 개정안을 냈다. 검찰을 겨냥해 ‘수사기관 무고죄’를 만들고 ‘표적수사 금지법’도 발의했다.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국회 청문회에 불러내 일방적으로 변명할 기회를 줬다. 국회를 장악한 정당이 오로지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입법권을 마구잡이로 휘두른 것이다.

민주당은 공공연하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주장했다. 이 대표 선고가 임박하자 매 주말 정권 규탄 장외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 처벌을 막으려 윤 정부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가 우선이라며 ‘먹사니즘’을 내세웠지만 실제 국정과 민생에 도움 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국회는 파행되고 주요 정책과 민생은 뒷전이 됐다.

하지만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졌다. 민주당이 아무리 정치 공세를 펴도 비리 혐의를 덮을 순 없었다. 사법부를 힘으로 내리 누르면 통할 것이라고 여겼겠지만 오산이었다. 국민도 이런 민주당을 보며 오히려 이 대표 혐의에 실제 문제가 있는가 보다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판사 입장에서도 민주당의 압박에 밀렸다는 평가를 듣게 될까 신경이 쓰였을 법하다. 민주당의 방탄 행태는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이 대표의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사필귀정이다.

이 대표는 지금 위증교사, 대장동 비리,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25일엔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다. 법원은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후속 재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이 대표 재판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국민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민주당도 이제 상궤를 벗어난 방탄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를 책임진 제1당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분리해야 한다. 70년 역사의 공당이 걸어온 정상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이번 판결의 의미이고 국민의 뜻일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번 판결 이후 또다시 장외 집회를 통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며 법원을 겁박한다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 공세를 중단하고 국정과 민생을 위해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이 바로 서고 국민 지지를 받는 길이다. 이 대표도 자신의 방탄에 공당을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것이 큰일을 도모하는 지도자로서 평가받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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